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무대는 더 이상 '관세 인하'와 '자유 무역'이라는 고전적인 구호만 울려 퍼지는 곳이 아니다.
2024년 페루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APEC은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치열한 '양자 외교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이 제시한 디지털, 공급망, 지속가능성이라는 다자적 목표 아래, 실제적인 경제 협력의 방향성은 정상회의장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1:1 양자회담에서 결정되고 있다.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은 '효율성'의 세계화에서 '안정성'의 블록화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서, APEC은 이러한 핵심 파트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 수준을 심화시키고 구체적인 협력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골든 타임'을 제공한다.
특히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에게, APEC 무대에서 논의된 양자 협력의 '합의' 사항들은 향후 10년의 경제 영토를 결정짓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코리아비즈니스리뷰는 APEC을 계기로 한국이 이번 회기에서 중점을 둔 9개 주요 협력 대상국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과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정책협력 및 실무단계 논의를 통해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기반을 어떻게 조성하고 있는지 심층 분석한다.
다자주의의 이상과 양자협력의 현실
APEC은 본질적으로 '자발적 비구속적' 협력체이다. 이는 강력한 법적 강제력보다는 회원국 간의 합의와 자발적 이행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APEC 전체의 '하나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025 경주 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사진 = 대통령실 캡처]](/_next/image?url=https%3A%2F%2F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news-images%2Flegacy-cgi%2F2025%2F10%2F31%2F1761870314_26892.jpg&w=120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