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진입직·중간관리층부터 압박… 경기 둔화·비용절감·AI 전환이 복합 작용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오랫동안 '미래형' 문장으로 쓰여 왔지만, 2026년의 고용 지표는 그 문장을 현재형으로 바꿔 놓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변호사, 재무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대표적 화이트칼라 직종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었고,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26년 5개월 동안 한 번도 꺾이지 않았던 상용직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삼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AI가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 사무직과 전문직부터 대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산층의 '안정된 직장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변화는 고용 총량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 도입 확산에 경기 둔화와 비용 절감 압박이 겹치면서, 기업들은 관리 계층을 줄이고 조직도를 평평하게 만드는 이른바 '그레이트 플래트닝(Great Flattening)'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입사원이 회사에 첫발을 들이던 진입로도 함께 좁아지는 추세다. 일자리의 개수만이 아니라 일의 구조, 조직의 설계 원리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변화를 AI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이는 뒤에서 함께 짚어 본다. 2026년 8월 현재까지 확인되는 국내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시대 화이트칼라 일자리 재편과 기업 조직 변화의 흐름을 짚어 본다.
26년 5개월 만에 꺾인 '안정 일자리'… 한국 고용지표의 균열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6월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줄어 17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고용시장의 버팀목으로 불려 온 상용근로자의 감소다. 상용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금근로자를 뜻하는 통계 용어로, 정규직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통상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에 가까운' 일자리로 분류된다. 이 상용근로자는 5월 1,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는데, 상용직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영향권이던 1999년 12월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0년 1월 이후 316개월 연속 이어지던 증가 행진이 멈춘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조차 꺾지 못했던 흐름이 뒤집힌 셈이다.

![중간관리 계층을 걷어 내는 '그레이트 플래트닝'이 확산하며, 기업 조직도의 층위가 눈에 띄게 얇아지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_next/image?url=https%3A%2F%2F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news-images%2Farticles%2F2026%2F08%2F10%2F1786324631995-fb4704dc-ca93-405a-a829-a4885c6ed053.jpg&w=120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