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한국 최대 제조기업 삼성전자의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이례적인 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회사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같은 노조 내부를 향한 탈퇴 선언이다.
최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약 1,000명 이상의 탈퇴 요청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당초 100건 미만이었던 탈퇴 신청 건수는 4월 29일에는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노조원이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노조를 향해 이탈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노노(勞勞)갈등'이다. 같은 사업장 안에서, 혹은 같은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던 이들이 이해관계의 충돌로 갈라서는 현상이다. 2026년 5월 현재, 이 갈등은 삼성전자 내부를 넘어 LG유플러스 노조와의 전선으로까지 확장됐고, 한국 노동계 전체가 주목하는 이슈로 비화했다.
■ 삼성전자 내부의 균열 — DS 대 DX, 같은 회사 다른 성과급
이번 갈등의 발단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내건 성과급 요구안이다.
삼성전자 유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DS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구도가 갈등의 핵심이다. 2025년 기준 삼성전자 부문별 영업이익은 DS 부문(반도체) 약 25조 원, DX 부문(가전·모바일) 약 13조 원, SDC 부문(디스플레이) 약 4조 원, 하만 부문 약 2조 원으로, 총 43조 원 상당의 영업이익 중 약 57%가 DS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DS 부문의 실적 질주가 노조 내부의 형평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문제는 DX 부문의 현실이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DX 부문은 같은 삼성전자 소속인 DS 부문의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으며, 연간 적자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형제 부문인 DS가 반도체 가격을 올릴수록, DX는 부품 조달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 모순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사업 축소에 이어 중국에서도 생활가전·TV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VD사업부 인력을 자회사로 전환 배치하는 등 조직 슬림화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이 현실화될 경우 격차는 숫자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삼성전자 DS 부문 임직원이 올해 1인당 6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동안, DX 부문 임직원은 성과급은커녕 고강도 사업 재편의 칼바람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동일 법인 소속 직원들 사이에 성과급에서만 수억 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DS 부문 내부에서조차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대화가 단절될 정도로 노노갈등이 심각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DS·DX 부문 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같은 DS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도 파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편 가르기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 파업 전야(前夜)의 풍경 — 조합비 인상, 스태프 수당, 블랙리스트 논란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운 것은 노조 내부의 일련의 결정들이었다. 최근 초기업노조가 파업 기간 15일 이상 활동하면 수당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스태프 모집에 나선 것이 쟁의 기간 조합비 인상과 맞물려 그간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DX 부문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내면서도 파업의 수혜는 받지 못하는 이중적 구조에 놓이게 된 셈이다.
파업 불참자에 대한 압박 논란도 불거졌다. 노조가 사내 근태 조회 시스템을 이용해 특정 날짜 근태 미입력 직원을 확인한 뒤 입력을 종용하거나 집회 참여를 압박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된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이유로 4월 28일 정오부터 해당 기능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3개 노조 재적 조합원 8만9,874명 중 73.5%가 투표에 참여해 93%가 파업에 찬성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승호 위원장은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할 경우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 원에서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회사 측에 발생할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 기업 경계를 넘은 갈등 — 삼성·LG유플러스 노조 간 공방
삼성전자 내부의 노노갈등이 전혀 다른 기업의 노조와 충돌하는 이례적 사태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1일 노동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노동자 전체의 책임의식과 연대의식을 강조했다.
특정 노조를 명시하지 않은 이 발언을 놓고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이 이를 자신들과 무관한 것으로 해석하며 LG유플러스 노조를 언급한 것이 새로운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다. 30% 달라고 하니"라고 답하며, "저희처럼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하는데"라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노동운동 진영의 또 다른 조직을 끌어들인 이 발언은 LG유플러스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 여론을 피하고자 타사 노조의 정당한 요구안을 '납득 불가능한 수준'으로 규정하며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행태는 매우 비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LG유플러스 노조는 "노동자의 적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같은 노동조합으로서 서로의 요구를 '악마화'하는 것은 결국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노노 갈등'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두 노조의 요구 내용을 수치로 비교하면 표면적으로는 'LG유플러스 쪽의 비율이 더 높다'는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임금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는데,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900억 원이고 임직원이 약 9,800명임을 고려하면 성과급은 인당 2,7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반도체 부문 임직원은 인당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비율은 LG유플러스가 두 배 높지만, 절대 금액은 삼성전자가 수십 배 크다는 뜻이다. 비율만으로 '과도함'을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 논리인지를 이 수치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태는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의 공개 사과로 일단락됐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위원장은 MBC와의 통화에서 "LG유플러스 노조 입장에서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라고 느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여론과 산업계의 시선 — "국가 경제의 골든타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산업계와 여론의 시각도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에는 다양한 산업 인프라와 협력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연결돼 있어, 단일 기업의 파업이라 하더라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여론도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응답자 69%가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이라는 노조 본연의 가치가 '특정 집단의 이익 극대화'로 비쳐지는 데 대한 시민 인식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치권의 시각도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 등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며 "성과를 함께 만든 주체들과의 이익 공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과급 논의의 범위가 정규직 조합원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 구조적 문제의 해부 — 노노갈등은 왜 반복되는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조 구조의 고질적 한계를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반 노조가 '다수결의 원리'를 무기로 소수 부문의 이익을 배제할 수 있는 구조, 노조 대표성의 범위와 책임이 불분명한 현행 제도, 기업 내 부문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될수록 이익 배분 갈등이 심화되는 성과급 체계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세 개의 바퀴가 하나의 마차를 끌고 가는 상호 보완적 구조가 강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 구조는 특정 부문의 성과가 압도적으로 커질 때 내부 분배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상호 보완적 구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 노조가 지적한 것처럼, 같은 노동자끼리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 상황은 노동운동 내부의 연대를 약화시킨다. 삼성전자 DS 직원과 DX 직원, 그리고 LG유플러스 직원은 각자의 고통과 요구를 지니고 있지만, 그 갈등이 '누구의 요구가 더 과도한가'의 비교로 수렴될 때 노동운동의 본래 가치는 희석된다.
■ 전망 — 5월 21일 총파업 전후, 세 가지 변수
삼성전자는 4월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업이 되더라도 전담 조직 및 대응 체계를 통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파업 예고일인 5월 21일 이전 노사 협상의 타결 여부다. 막판 협상이 성사될 경우 사태는 급반전할 수 있다.
둘째, DX 부문 탈퇴 조합원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느냐다. DX 부문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향후 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셋째, 반도체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실질적 파장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기업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다.
2026년 5월의 한국 노동 현장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공간이 아니다. 초격차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 기업의 내부, 성과의 분배를 둘러싼 노동자들 간의 균열, 노조 간 연대와 경쟁의 경계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노조가 노조를 겨눈다'는 이 낯선 풍경이 한국 노동운동의 일시적 소란으로 끝날지, 아니면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균열이 이미 충분히 깊어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회사, 다른 온도. 유리벽 하나를 경계로 나뉜 두 사무실의 풍경은 2026년 삼성전자 DS 부문과 DX 부문이 마주한 현실의 온도차를 닮았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5/04/1777857447_197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