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제품군(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 매출은 365억 달러, 한화로 약 54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오랫동안 글로벌 의약품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매출액인 316억 달러를 약 50억 달러 차이로 앞지른 역사적인 기록이다.
세계 제약 산업이 수십 년간 견고하게 유지해온 '항암제 우위' 구도가 불과 2~3년 만에 뒤집혔고, 그 중심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라는 전례 없는 신약군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살을 빼는 약이 왜 전 세계 제약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가.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비만이라는 질병의 재정의와, 이를 가능케 한 기술적 혁신, 그리고 가격·접근성·정책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만은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말, 성인의 장기 비만 치료에 GLP-1 작용제 사용을 권고하는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만을 공식적인 만성질환으로 정의했다. 이는 의학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한 선언이었다.
비만은 단순한 외견상의 문제를 넘어 200개 이상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는 이미 17억 명을 넘어섰다.
세계비만재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과체중 인구는 30억 명을 넘고 비만 인구는 12억 명을 초과했으며,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고열량 식습관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비만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잠재 환자군과 'WHO 공인 만성질환'이라는 지위가 결합되자,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과거 일부 환자층에 국한된 틈새 시장에서 단번에 제약 산업의 핵심 치료 영역(Therapeutic Area)으로 격상됐다.

![주 1회 자가 주사 방식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펜과 투약 일지. 0.25mg 시작 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_next/image?url=https%3A%2F%2F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news-images%2Flegacy-cgi%2F2026%2F05%2F04%2F1777853731_51278.jpg&w=120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