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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가 바꾼 세계 제약 산업 지형도

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제품군(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 매출은 365억 달러, 한화로 약 54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오랫동안 글로벌 의약품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이태민 기자입력 2026년 5월 4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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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자가 주사 방식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펜과 투약 일지. 0.25mg 시작 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주 1회 자가 주사 방식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펜과 투약 일지. 0.25mg 시작 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제품군(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 매출은 365억 달러, 한화로 약 54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오랫동안 글로벌 의약품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제품군(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 매출은 365억 달러, 한화로 약 54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오랫동안 글로벌 의약품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매출액인 316억 달러를 약 50억 달러 차이로 앞지른 역사적인 기록이다.

세계 제약 산업이 수십 년간 견고하게 유지해온 '항암제 우위' 구도가 불과 2~3년 만에 뒤집혔고, 그 중심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라는 전례 없는 신약군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살을 빼는 약이 왜 전 세계 제약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가.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비만이라는 질병의 재정의와, 이를 가능케 한 기술적 혁신, 그리고 가격·접근성·정책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만은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말, 성인의 장기 비만 치료에 GLP-1 작용제 사용을 권고하는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만을 공식적인 만성질환으로 정의했다. 이는 의학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한 선언이었다.

비만은 단순한 외견상의 문제를 넘어 200개 이상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는 이미 17억 명을 넘어섰다.

세계비만재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과체중 인구는 30억 명을 넘고 비만 인구는 12억 명을 초과했으며,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고열량 식습관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비만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잠재 환자군과 'WHO 공인 만성질환'이라는 지위가 결합되자,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과거 일부 환자층에 국한된 틈새 시장에서 단번에 제약 산업의 핵심 치료 영역(Therapeutic Area)으로 격상됐다. 

약 70조 원 시장의 탄생: 2025년의 충격적인 수치


아이큐비아(IQVIA)의 '2025년 글로벌 비만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460억 7,300만 달러(환율 1,530원 기준 약 70조 5,000억 원)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4년 대비 82% 성장한 수치다. 전 세계에서 이 정도 속도로 팽창하는 제약 시장은 인류 의약품 역사상 전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시장을 이끄는 두 축은 명확하다. 현재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두 제품군이 시장의 97%를 독점하는 구조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오젬픽과 위고비를 보유한 노보 노디스크 역시 뒤처지지 않았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2025년 합산 매출은 312억 달러, 한화 약 46조 원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매출액을 넘어선다. 이러한 수직 상승에 힘입어 릴리는 2025년 전문의약품 매출 608억 달러를 달성하며 글로벌 제약사 순위 1위에 등극했고, 2024년까지만 해도 매출 기준 상위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릴리는 불과 12개월 만에 매출을 200억 달러, 49% 늘리며 업계 최정상 자리를 꿰찼다. 이는 어떤 제약사도 이루지 못한 속도였다. 

2026년의 변곡점: 먹는 약과 특허 만료가 동시에 온다


2026년 비만치료제 시장의 최대 화두는 '경구 제형'의 도입이다. 그간 시장을 지배해온 주사제는 냉장 보관이 필수적이고 투여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경구용 치료제는 보관이 용이하고 환자 순응도가 높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지난해 말 FDA 승인을 받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올해 초 본격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역시 올해 4월 FDA 승인이 예상돼 양대 제약사 간의 '먹는 비만약'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해'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동안 주사제 중심이었던 시장은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알약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또 다른 구조적 변화가 겹친다. 2026년부터 인도, 캐나다, 중국,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하며,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40%, 비만 성인의 33%가 거주하는 거대 시장이다. 복제약이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그동안 고가의 주사제에 접근하지 못했던 대규모 환자군이 치료 영역으로 흡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제품 매출에 압박을 가하지만,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약가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라이 릴리 및 노보 노디스크와의 약가 협상을 통해 월 1,000달러가 넘던 비용을 245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치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비만 치료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던 가격 장벽이 정책적으로 낮아지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193개: 전쟁은 이제 시작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193개에 달하며,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GIP/GLP-1 이중 작용제, 아밀린 유사체 등 새로운 작용 기전이 도입되고 있고,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초장기 작용 주사제 개발도 활발하다. 

이러한 혁신 자산을 선점하기 위한 빅파마들의 인수합병(M&A) 경쟁도 치열하다. 화이자는 지난해 메세라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로슈 역시 아밀린 유사체 개발을 위해 질랜드 파마와 손을 잡았다. 

장기 전망은 더욱 극적이다. 글로벌 의약품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에 따르면 GLP-1 요법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하며, 2030년에는 전체 처방약 매출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30년 가장 많이 팔릴 의약품 1위는 릴리의 마운자로, 3위는 젭바운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 베스트셀러 의약품 상위 10개 중 5개가 GLP-1 계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한화 약 1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시장: 세계 5위의 급성장, 비급여의 장벽


한국은 이 거대한 파도에서 예상 밖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아이큐비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비만치료제 매출 규모는 3억 7,700만 달러, 한화 약 5,000억 원을 기록하며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이어 글로벌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상위권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고, 마운자로는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2026년 4월 기준 마운자로 처방이 출시 8개월 만에 10배 이상 늘며 처음으로 월 20만 건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2025년 상반기까지 위고비 누적 처방 건수가 약 39만 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는 여전히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처방하는 위고비·삭센다·마운자로는 전액 비급여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약값·진료비 모두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2026년 현재 일반적인 의원급 병원에서의 비급여 가격은 한 달 기준 약 45만 원에서 55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과거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지만, 장기 복용을 전제로 한다면 연간 6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대한비만학회는 "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과 동반질환 환자부터 비만치료제 급여를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2026년 3월 현재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유일한 예외는 마운자로의 당뇨 급여로, 2형 당뇨 환자가 마운자로를 당뇨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을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본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K-비만약의 도전: 한미·HK이노엔·일동제약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지켜보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독자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 신약으로,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며, 2026년 하반기 임상 종료, 빠르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임상 3상 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대상자 모집까지 완료하며 본격적인 최종 임상 단계에 돌입했다.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통해 제형 혁신에 도전하고 있으며, 하루 1회 복용하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으로 초기 임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신호가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4중 작용 주사제와 경구제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사제 중심의 현 시장 구도에서 제형 혁신과 기전 차별화가 국내 기업들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작용과 과제: 장밋빛 전망 속 그림자


비만 치료제의 폭발적 성장이 곧 완성된 해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26년 의료계에서 가장 경고하고 있는 부분은 '근감소증(Sarcopenia)'으로, 체중이 급격히 빠지면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현상이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위고비를 처방할 때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 처방이 필수로 따라붙는 추세다. 또한 초기 위장관 부작용인 메스꺼움, 구토 등이 흔하게 동반되며, 이에 따른 중도 탈락률도 일정 수준 존재한다. 

약물 의존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시판 중인 GLP-1 계열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면 상당 부분의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리바운드' 현상이 확인되고 있어, 단기 치료제가 아닌 장기 관리 약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장 규모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보험 급여 적용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는 복잡한 논의를 촉발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제약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역전 현상이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의약품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으며, 항암제 중심이었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및 마케팅 경쟁은 이제 비만과 당뇨라는 거대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2026년의 이러한 이정표들은 비만 치료 제공 방식을 재정의하며 향후 10년간의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류가 비만을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재정의하고, 그에 걸맞은 의약학적 해법을 갖추기 시작한 지금, 비만 치료제 시장의 대유행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수십 년을 관통하는 구조적 메가트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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