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났지만 집에서 일하는 풍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2026년 현재, 한국 직장인 96만 명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2026년 봄, 한국의 직장인들은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오늘은 사무실로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집에서 일해도 되는가.
팬데믹이 끝났고 거리두기도 해제됐지만, '어디서 일하느냐'는 질문은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기업과 근로자가 각자의 논리를 들고 맞서는 이 갈등의 한가운데, 한국의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문화는 지금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는 약 96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약 9만 5,000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과 함께 이 숫자는 소폭 조정됐지만, 재택근무를 경험한 기업과 근로자 모두 그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았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 것이다.
네이버는 유지, 카카오는 철회, 우아한형제들은 절충 — 갈라진 IT업계
국내 IT업계에서 재택근무를 둘러싼 선택의 갈림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다.
네이버는 2025년 7월 30일, 2026년 1월부터 1년간 적용할 '커넥티드 워크 2026'을 발표하며 재택 선택권을 1년 더 연장했다.
주 5일 원격 근무(R 타입)와 주 3일 이상 출근하는 오피스 근무(O 타입) 중에서 조직과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반기마다 선택할 수 있는 이 제도는 2022년 7월부터 시행돼 왔다. 국내 주요 IT 기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직원 선택권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카카오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카카오는 2023년 3월 1일부터 사무실 출근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카카오 온(ON)' 근무제를 시행하며 재택근무를 종료했다. 다만 조직이나 개인별로 원격 근무가 더 효과적이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조직장의 판단으로 원격 근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중간 경로를 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5년 4월 10일, 오는 7월부터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주 2회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운영해 온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본사 사옥을 잠실로 이전하는 2028년부터는 주 3회 출근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사무실 복귀'를 압박하는 전 세계 기업들
2023년 경영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가 3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다섯 기업 중 두 곳이 오피스 근무일수를 늘렸거나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향후 오피스 근무를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마존은 2025년부터 주 5일 출근 정책을 시행했고, 출근 정책을 따르지 않는 직원을 자발적 퇴사로 간주할 수 있다는 방침이 보도됐다.
그러나 이 흐름은 직원들의 강한 저항을 동반한다. 딜로이트의 2023년 MZ세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주 5일 출근을 강제할 경우 밀레니얼 세대의 75%, Z세대의 77%가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재택근무는 더 이상 팬데믹 시기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MZ세대에게 협상 불가능한 근무 조건으로 내면화된 상태다.
생산성 논쟁 — 2021년 조사가 말하는 것
팬데믹 시기 조사에서는 생산성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고용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시행하려는 사업체 중 72.3%가 생산성 차이가 없다고 확인했다. 반면 경총이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재택근무 시 체감 업무생산성의 전체 평균이 정상 근무 대비 83.4%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현상을 두고 직원의 70% 이상은 '차이 없다'고 보고, 경영진은 '17% 손실'로 읽는 구조적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이 간극은 2026년 현재까지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 2026년 4월의 최신 동향
2026년 4월 24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기업 간담회를 열고 유연근무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들이 참여해 실제 운영 사례와 애로사항을 공유했으며, 고유가와 교통혼잡 완화 수단으로 시차출퇴근과 재택근무 확산이 집중 논의됐다. 중동 위기로 촉발된 고유가 상황이 유연근무 확산을 정책적으로 다시 끌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제도 지원도 구체적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재택·원격·선택근무를 허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단위 유연근무 활용횟수에 따라 연간 최대 360만 원의 유연근무 장려금을 지원하며,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가 해당 제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연간 최대 720만 원까지 지원한다. 또한 2026년에는 주 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에 324억 원을 투입하고,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근무 방식의 법적 기반도 정비 중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근무 장소는 '소속 사업장'을 전제하고 있어, 재택근무 시 임금·근로시간·안전 등 여러 법적 분쟁의 소지가 남아 있다. 고용노동부가 재택근무 법제화 방안 연구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근무 방식이 이직을 결정한다
이 갈등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인재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야놀자가 상시 원격근무를 중단하자, "코로나19가 끝나도 야놀자의 원격근무는 계속된다"는 사측의 말을 믿고 입사하거나 회사와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사했던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근무 방식에 대한 약속이 사실상 채용 계약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는 이제 연봉 다음으로 이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요구할 때, 직원은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이직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누적될수록, 유연근무를 허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인재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집이 바뀌고 있다
재택·하이브리드 근무의 확산은 공간 소비의 풍경도 바꿨다. 집은 퇴근 후 쉬는 곳만이 아니다.
화상 회의를 위한 조명, 장시간 앉아도 허리가 편한 인체공학 의자,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독립된 작업 공간까지, 홈 오피스 구성이 하나의 생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원격·하이브리드 근무가 구조적으로 정착될수록, 주거 공간의 설계와 소비 방식도 함께 달라질 것이다.
결론 —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2026년 4월, 한국에서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는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직원이 선택하게 하고, 카카오는 출근을 원칙으로 삼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주 2회 출근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정부는 고유가와 교통혼잡을 계기로 유연근무 확산을 다시 정책 의제로 올려놓았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팬데믹이 열어젖힌 이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직원에게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요구할 때, 직원은 이제 '왜'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은 인재를 잃고, 답을 찾아낸 기업은 더 강해진다. 근무 방식의 설계가 곧 경영 전략이 된 시대다.

![재택근무 중 화상 회의에 참여 중인 직장인.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4/29/1777431418_8058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