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Korea Business Review

global-economy

전쟁·관세·봉쇄의 트리플 쇼크 — 세계경제와 한국이 맞닥뜨린 2026년 4월의 현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LNG의 수송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사상 유례없는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2026년 4월 23일 현재,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미국의 관세 충격이 동시에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KBR 편집부입력 2026년 4월 2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Share
중동 사막 지대의 석유·가스 처리 시설에서 플레어 스택이 불꽃을 내뿜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중동 사막 지대의 석유·가스 처리 시설에서 플레어 스택이 불꽃을 내뿜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LNG의 수송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사상 유례없는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2026년 4월 23일 현재,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미국의 관세 충격이 동시에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이고, 미-이란 협상은 안갯속이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수십 년 내 최고 수준의 무역 장벽을 세계에 드리우고 있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이 복합 위기는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전쟁의 시작 — 2월 28일 새벽의 공습


미-이란 전쟁의 도화선은 20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2월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공식 재가동하며, 핵 프로그램 중단, 탄도미사일 억제, 지역 대리세력 지원 종식을 3대 목표로 설정했다. 이란은 당시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군사력이 상당 부분 소모된 상태였고, 다년간의 경제제재로 경제적 체력도 크게 약화돼 있었다.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및 핵시설을 대상으로 선제공격을 단행했다. 이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란은 즉각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중동 전역에 산재한 미국 대사관, 군사 기지, 동맹국의 석유 인프라를 향해 수백 기의 탄도 미사일과 자폭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전쟁은 빠르게 중동 전역으로 번졌다. 이스파한의 모바라케 제철소를 비롯한 주요 이란 산업 시설들이 연달아 공습을 받았고, 이스라엘군은 군수산업 시설과 핵 관련 시설 등 핵심 전략 목표물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 IEA가 "역사상 최대"라 부른 공급 충격


이 전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IEA의 'Strait of Hormuz Factsheet'(2026년 2월 발행)를 바탕으로 작성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LNG는 글로벌 교역량의 약 2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며, 대체 수송 경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 충격의 규모는 보고서 시점과 산정 방식에 따라 편차가 있어, IEA와 주요 기관들의 추정치를 종합하면 하루 800만~1,200만 배럴 정도의 범위로 제시되고 있다.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현대 에너지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수준의 충격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예컨대 IEA가 3월 12일 발표한 중간 보고에서는 3월 글로벌 원유 일일 공급량이 약 800만 배럴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후 4월 14일 발표한 '4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는 3월 글로벌 석유 공급이 전월 대비 약 1,010만 배럴 감소한 9,70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편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별도 팟캐스트 발언(4월 초)에서 전쟁 이후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1,2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1·2차 석유파동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경고하며,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는 전쟁 발발 이후 급등세를 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석유 수송 경로 불안정이 확산되면서 사태 발생 이후 40% 내외 유가 상승에 따른 국제 석유시장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IEA 4월 보고서 작성 시점 기준으로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130달러 범위까지 치솟았고, 이는 전쟁 이전보다 50~60달러 내외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4월 17일 이란의 해협 일시 개방 선언 직후 WTI는 80달러 초반대로 밀렸으나, 이 개방은 10일 한시 조치에 불과했으며 해협이 잠시 열렸을 때도 36시간 동안 통과 선박은 35척에 불과해, 정상적인 물류 흐름이 즉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이후 유가는 협상 불투명 재부각으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협상 — 말은 넘쳐나지만 합의는 없다


전쟁 발발 약 50일이 지났지만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파키스탄 중재 하에 미국·이란·이스라엘이 2주 휴전에 합의하고 이란의 호르무즈 재개방을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했으나 이 틀은 사실상 깨진 상태에 가깝다.

미국과 이란은 미 동부시간 21일을 협상 시한으로 잡고 종전 방안을 모색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국영 매체인 IRNA 통신은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으며,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전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까지 관측했다.

다만 미국·이란·이스라엘 모두 공식적으로는 협상 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상태이며, 백악관 역시 협상 창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병행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항구 봉쇄는 전쟁 행위이며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이란 상선 나포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양측은 서로에게 선행 조건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안에 이란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란 전쟁에서 "핵심 전략적 목표들이 완수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히는 등, 협상과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관세 — 판결 이후에도 장벽은 유지됐다


이란 전쟁과 별개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미 세계 무역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을 선언하고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한국에 대해서도 25%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해 큰 충격을 안겼다. 

관세 정책의 법적 지형은 올해 2월 크게 바뀌었다. 2026년 2월 연방대법원은 6대 3 의견으로,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해 부과된 관세는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관세 부과가 본질적으로 조세적 성격을 가지는 권한이며, 헌법상 과세권은 의회에 전속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관세 압박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법 판결 직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임시 할증관세(10%에서 15%로 상향)를 발동했으며, 이 조치는 최대 수개월의 한시 기한이 적용된다.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핵심 품목 고율 관세는 IEEPA 판결과 무관하게 그대로 유지된다. 관세의 법적 근거만 교체됐을 뿐, 보호무역 기조 자체는 지속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KDI·국제기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평가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체계는 1930년대 이후 가장 강한 보호무역 기조로 평가된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위기 이전에 발표된 IMF·세계은행·UN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2.7~3.1% 범위에 분포했지만, 위기 이후 추가 하향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거시경제 —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성장 둔화의 이중고


지금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는 둔화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조합이다. OECD·딜로이트 등 주요 기관이 성장 전망을 하향하고 물가 전망을 상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이 우려는 이미 전문가 컨센서스 영역에 들어와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생산 원가와 물류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IEA는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8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올해 2분기의 수요 감소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감소폭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경우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 글로벌은 2026년 3월 투입 비용 증가를 기록한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웠으며, 인플레이션 속도는 2022년 4월 이후 가장 가파른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금리 문제도 복잡해졌다. 유가 흐름에 따른 인플레이션 방향성이 실물경제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다시 금융시장 내 주요 가격 변수를 움직이는 연쇄 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2025년부터 조심스럽게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전환하려 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이 경로를 막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이는 신흥국의 외채 부담과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금융시장은 이미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고, 맥쿼리그룹을 포함한 에너지 시장 분석 기관들은 호르무즈 봉쇄가 수주 이상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을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관별 조건부 시나리오이며, 봉쇄 지속 기간과 대체 공급 여부에 따라 실제 유가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경제 — 구조적 취약성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이번 위기에서 한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는 단순하다. 에너지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 수입 경로가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동산 원유 비중은 71.5%로, 전년(71.9%)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산업부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약 72%, 가스의 약 32%를 중동에서 공급하고 있는 등 중동의 상황은 국내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LNG 의존도는 원유보다는 낮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LNG 수입 비중은 2025년 말 기준 20% 미만으로 낮아졌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물량도 14%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중동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나프타를 위기품목으로 지정하고 긴급수급조정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원유와 나프타 쪽의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산업에 미치는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인용한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내 전 산업 생산비용은 약 3.02%, 제조업은 약 5.19%, 서비스업은 약 1.39%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과거 시나리오 모델 기반의 추정치로, 현재의 복합 충격 상황에 1대1로 대입하기보다는 업종별 취약도 서열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봐야 한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원가 압박이 집중되고, 이는 기업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 물가 전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환율은 또 다른 뇌관이다. 4월 셋째 주(4월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0~1,470원대 박스권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중동 종전 협상의 진전 여부가 앞으로 환율 변동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전반이 오르고, 이는 소비자 물가를 자극해 내수 소비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상 물류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기계, 플랜트 등 주요 수출 업종에서 운송비 상승과 납기 지연, 계약 페널티 발생 등 간접적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여기에 무역법 제122조 기반 관세(4월 셋째 주 기준 15% 적용 중)까지 겹쳐, 한국 수출 기업은 원가 상승과 시장 접근성 저하를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응 수위는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2일 0시부터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천연가스는 '주의'로 각각 격상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체계로 운용되며, 이번 격상은 실제 수급 차질이 발생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확보, 공공부문 차량 5부제 강화, 원전 이용률 상향,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가 가동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연장도 검토 중이지만, 에너지 수입 구조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향후 전망 — 분기점은 향후 2~4주


이하 내용은 현재 국내외 전문가 논의에서 통용되는 조건부 시나리오이며, 확정된 예측이 아닌 방향성 참고로 봐야 한다.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가 정상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수 있고, 4월 셋째 주 기준 1,450~1,470원대에 머물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중반 진입 가능성이 열린다.

반면 협상이 결렬되고 전쟁이 재개될 경우,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시나리오에서는 여러 기관의 분석을 종합할 때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 수준을 재차 시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 진입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현실적인 전망은 이 두 극단 사이의 만성적 불확실성 지속이다. 협상도 전면전도 아닌 상태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글로벌 공급망은 불안정성 속에서 서서히 재편되는 흐름이다.

과거 중동 지역에서 여러 차례 있었던 일시적 긴장 완화가 결국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진 사례들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에너지 수입 구조의 다변화, 전략비축유 확충, 대체 수송로 확보 등 구조적 대응책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한국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복합 위기의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촘촘히 대비하는 것이다. 2026년 4월의 위기는 지나가는 사건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구조 재편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 저작권자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