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
"우리도 AI 구독 서비스 몇 개 계약했고, 직원들한테 써보라고 했는데, 왜 달라지는 게 없지?" 이 질문의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AI를 '도입'한 것과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꾼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딜로이트(Deloitte) AI 연구소가 2025년 8~9월, 24개국 6개 산업에 걸쳐 3,235명의 이사급 이상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이 간극을 정확히 보여준다. AI가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응답한 조직은 3분의 2(66%)에 달했다.
그러나 AI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변혁(deeply transform)'하고 있는 기업은 34%에 불과했다. 나머지 66%는 AI를 쓰고 있지만, 기존 방식의 효율 향상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2026년 기업 경쟁력의 본질적인 분기점이다. '도입한 기업'과 '바꾼 기업' 사이의 격차는 단순한 성과 차이를 넘어, 단기간에 역전하기 어려운 구조적 간극으로 벌어지고 있다.
도입률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AI 도입률 수치만 보면 세상은 이미 혁명적으로 변한 것처럼 보인다.
맥킨지(McKinsey)가 2025년 6~7월 105개국 1,9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The State of AI in 2025'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8%가 최소 한 가지 비즈니스 기능에서 정기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년의 78%에서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의 다음 문장이 핵심이다. 응답 기업의 약 3분의 2는 여전히 실험 또는 파일럿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전사적으로 AI를 스케일링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약 3분의 1에 그쳤다. 도입은 보편화됐지만, 변혁은 소수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재무 성과 연결에서의 간극은 더욱 극명하다. 같은 조사에서 AI 활용이 기업 EBIT(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전체 EBIT의 5% 미만만을 AI에 귀속시켰다. 88%가 AI를 쓰고 있지만, 재무제표에 찍히는 수준의 성과를 내는 기업은 훨씬 적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맥킨지 보고서는 원인을 명확히 짚는다. 동일한 25개 속성 분석에서 EBIT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일 요인은 '워크플로우 재설계'였다. 그런데 생성형 AI를 활용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실제로 워크플로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고 밝힌 비율은 21%에 그쳤다. 대다수 기업이 AI라는 새 엔진을 장착하고도 기존의 도로를 그대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AI 도구를 배포하는 것과 AI로 조직을 재설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경영 행위다.
진짜 승자들은 무엇이 다른가
맥킨지 'The State of AI in 2025'는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일관된 패턴을 분석했다. 이른바 'AI 고성과 기업'으로 분류된 그룹은 세 가지 측면에서 평균 기업과 뚜렷하게 달랐다.
첫째, 이들은 AI를 효율화가 아닌 변혁의 수단으로 접근했다. 보고서는 고성과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AI를 '변혁적 변화'에 활용할 의향이 3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둘째, 투자 규모가 달랐다. 디지털 예산의 20% 이상을 AI에 배분하는 비율이 평균 기업보다 5배 높았다. 셋째, 리더십의 태도가 달랐다. 고위 경영진이 AI 활용에 대한 주인의식과 헌신을 직접 보여준다는 데 강하게 동의한 비율이 평균 기업의 3배였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가 등장한다. '재배선(Rewiring)'. 단순히 새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행위다.
같은 맥킨지 보고서가 25개 속성을 분석한 결과, EBIT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일 요인이 바로 이 '워크플로우 재설계'였다. 기술의 정교함이나 투자 규모가 아니었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느냐 바꾸지 않았느냐가 성과를 갈랐다.
세 부류의 기업, 세 가지 결말
딜로이트 'The 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The Untapped Edge(2026)'는 현재 기업들을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 AI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출하거나 핵심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하며 심층적인 변혁을 추진하는 기업. 전체의 34%다. 둘째, AI를 중심으로 핵심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기업. 30%다. 셋째, 기존 프로세스를 거의 변경하지 않고 표면적 수준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업. 37%다.
딜로이트는 세 유형 모두 생산성·효율성 측면의 이익은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진정한 의미에서 재구상하고 있는 것은 첫 번째 그룹뿐이라고 결론짓는다. 나머지 66%는 AI를 쓰면서도 사실상 기존 방식을 최적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의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그룹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AI를 도입했다고 믿지만, 실제 경쟁 구도에서는 격차가 누적·확대되는 패턴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선도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좋은 데이터를 쌓고, 더 정교한 AI 모델을 만들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실행한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적 간극으로 고착된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의 실제 의미
그렇다면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개인 도구에서 조직 워크플로우로의 전환이다.
많은 기업에서 AI는 여전히 개인의 도구다. 마케터가 카피를 빠르게 쓰기 위해 쓰고, 개발자가 코드를 검토받기 위해 쓰는 수준. 그러나 앞서가는 기업은 AI를 조직의 신경계로 통합하고 있다.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AI가 자동으로 분류하고, 담당자에게 배분하고, 답변 초안을 준비하고, 처리 결과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전체 프로세스가 설계된다. 개인의 효율이 아니라 조직의 속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맥킨지 'The State of AI in 2025'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즉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결과를 학습하는 AI 시스템을 이 전환의 핵심 기술로 지목한다.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가 에이전틱 AI를 실험 중이라고 답했으며, 23%는 적어도 한 기능에서 본격적으로 스케일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둘째, 단순 자동화에서 의사결정 지원으로의 이동이다.
반복 업무 자동화는 AI 도입의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진짜 변화는 AI가 의사결정의 맥락에 개입하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제안을 할지, 어떤 프로젝트에 자원을 배분할지, 어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지—이 판단의 영역에 AI가 개입하는 순간,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 모두가 달라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셋째, 거버넌스의 이사회 수준 격상이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조직에서 CEO가 직접 AI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연매출 5억 달러 이상 대기업에서는 이사회가 직접 AI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비율도 17%에 달했다. AI 전략이 IT 부서의 실험이 아닌, 이사회 수준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된 조직일수록 실질적인 변혁 성과를 내는 경향이 관찰된다.
사람과 문화가 기술보다 먼저다
기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인간이 빠진다. 그러나 AI 변혁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결국 사람과 문화다.
딜로이트의 2026년 보고서는 AI 기술 격차보다 인력 역량 격차를 더 큰 장벽으로 지목한다. 조사에서 AI를 기존 워크플로우에 통합하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 것은 '직원들의 불충분한 역량(insufficient worker skills)'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역할 재설계나 워크플로우 재구성이 아니라 '교육 제공'이었다.
이것이 문제다.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과, AI를 써야만 하는 업무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이다. 전자는 선택의 문제로 남고, 후자는 필연의 문제가 된다.
Gallup이 2025년 4분기 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이 간극을 숫자로 보여준다.
AI를 주 수회 이상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직원 비율은 26%였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관리자가 AI 활용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응답한 직원은 약 30%에 그쳤다. 그리고 관리자의 지지를 받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결국 AI 활용의 확산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자의 태도 문제라는 것이다.
리더십의 역할 모델링도 핵심이다.
맥킨지가 분석한 AI 고성과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고위 경영진이 AI 활용을 직접 솔선수범한다는 점이었다. CEO가 보고서를 AI로 초안 잡는 것을 직원들이 보는 것과, AI 쓰라고 지시만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조직 문화를 만든다.
한국 기업이 마주한 구조적 과제
글로벌 데이터를 한국 기업 맥락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 특수성이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5년 기업 AI 활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에도 디지털 전환 지출·인력 비용·영업이익·조직 변화 등에 "변화 없음"이라는 응답이 우세하여 실질적 변화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으로 진단된다. 한국 기업도 글로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도입률은 올라가고 있지만, 그것이 성과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디다.
한국 기업 특유의 구조적 도전도 있다.
위계적 의사결정 구조가 첫 번째다.
AI 기반의 빠른 실험과 반복은 수평적·분산된 의사결정 문화를 전제로 한다. 결재 단계가 많은 수직적 조직에서는 AI가 제안한 인사이트가 현장에서 실제 액션으로 이어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세대 간 AI 활용 격차가 두 번째다.
2030세대 직원들은 이미 개인 생활에서 AI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그러나 이 경험이 조직 업무에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간관리자 세대는 AI 활용 역량보다, AI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 이 두 세대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한국 기업의 AI 변혁에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성과 측정 체계의 미비가 세 번째다.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AI의 기여를 측정하는 새로운 KPI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생산성 지표로는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변혁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
역사는 반복된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스마트폰이 확산됐을 때도, 클라우드가 보편화됐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도구를 구매한 기업과 도구로 사업 방식을 바꾼 기업의 격차가 결국 시장의 승패를 갈랐다.
맥킨지의 'Superagency in the Workplace(2025)'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AI 도입의 핵심 도전은 기술적 도전이 아니다. 팀을 정렬하고, AI의 저항 요인을 해소하며, 기업 전체를 재배선(rewire)해야 하는 비즈니스 도전이다. 리더는 오늘 과감하게 전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내일 경쟁력을 잃게 된다.
재배선(rewiring)이라는 단어가 정확하다.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신경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것은 임원의 결단에서 시작해, 관리자의 역할 재정의를 거쳐, 현장 직원의 일상적 업무 방식 변화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딜로이트의 2026년 보고서 제목이 이 상황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The Untapped Edge', 아직 열리지 않은 경쟁 우위.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쓰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실제 경쟁력으로 전환한 기업은 아직 소수라는 뜻이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이미 수없이 많다. 그러나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꾼 기업은 아직 소수다. 그 소수가 앞으로의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다.
당신의 조직은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

![텅 빈 사무실을 홀로 가로지르는 리더.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도구를 구매한 기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 기업에서 나온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4/22/1776818978_2293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