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술 경계선은 연구소에서 그려진다. [이미지 = AI생성 이미지]
전 세계 특허 출원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AI 반도체 분야의 특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26년 현재] 한국, 1월 특허 출원 역대 최고치 — AI가 이끄는 새로운 국면
2026년이 시작부터 뜨겁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6년 1월 국내 지식재산권 출원은 총 5만 6,458건으로, 전년 1월의 4만 679건과 비교해 약 39% 늘어나며 1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권리 유형별로는 특허가 2만 3,36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으며, 상표는 2만 8,085건으로 39.5%, 디자인은 4,773건으로 10.9%, 실용신안도 235건으로 50.6% 증가했다.
지식재산처는 이 같은 급증이 단순한 기저효과를 넘어선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ICT·정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인 창업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른 특허 출원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스탠퍼드 HAI(인간중심AI연구소)가 2026년 4월 13일 발표한 「AI 인덱스 2026」이 한국의 AI 특허 경쟁력에 대한 새로운 국제 평가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 14.31개를 기록해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룩셈부르크(12.25개), 중국(6.95개), 미국(4.68개)이 뒤를 이었다.
스탠퍼드 HAI 보고서는 한국이 AI 혁신 밀도(innovation density) 측면에서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여전히 더 많은 최고 수준 AI 모델과 높은 영향력의 특허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은 논문 발표량·인용 수·특허 출원량·산업용 로봇 설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기술됐다.
[2025년 확정 실적] 사상 첫 26만 건 돌파, 일본·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2026년의 호조는 2025년의 탄탄한 실적 위에서 나온 것이다. 지식재산처가 2026년 1월 발표한 2025년 연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6만 797건으로, 전년도 24만 6,245건 대비 5.9%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26만 건을 넘어섰다. 연간 특허 출원 26만 건 이상 달성은 일본(1984년), 미국(1999년), 중국(2008년)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로 이룬 기록이다.
2025년 국내 특허 출원 증가율을 출원인 유형별로 보면 개인(15.0%), 중견기업(13.7%), 대기업(5.6%), 중소기업(4.6%) 순으로, 모든 유형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 분야별로는 첨단 기술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5년 1~10월 AI·양자기술 등을 포함하는 ICT 관련 특허 출원은 2만 7,03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상승했으며, 이차전지 분야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대기업 중심으로 1만 624건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해외 출원도 크게 늘었다. 2025년 1~9월 기준 IP5에 출원된 우리 기업의 특허는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6만 7,025건으로 집계됐으며, 미국 출원 비중이 49.2%로 가장 높았고, 중국 출원 증가율이 72.3%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등록 측면에서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식재산처·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가 발표한 「지식재산 통계 FOCUS 통권 26호」(2025년 11월)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지식재산권 등록 건수는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4개 권리 모두에서 증가하며 전체 등록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다.
[AI 특허 심층 분석] 미·중은 양과 영향력, 한국은 혁신 밀도
스탠퍼드 HAI 「AI 인덱스 2026」과 클래리베이트 「2026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보고서(2026년 1월)를 함께 보면, 미·중·한 삼각 구도의 AI 특허 경쟁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클래리베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AI 발명 중 중국 본토의 비중은 약 74% 수준으로 집계되어 AI 발명 규모(66만 7,589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미국·유럽·영국의 합산 건수(15만 3,551건)를 약 4.3배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양의 우위가 영향력의 우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인용도와 다국적 출원 여부를 기준으로 한 상위 0.5% 고강도 AI 발명 건수에서는 미국·유럽·영국이 1,137건으로 중국(882건)을 앞섰다. 고강도 AI 발명 가운데 생성형 AI 비중은 중국이 45%로, 미국·유럽·영국의 27%를 상회했다.
클래리베이트가 제시한 고강도 AI 발명 데이터(글로벌 피인용·다국적 출원 비율)를 감안하면, 단순 출원량보다 피인용률과 다국적 출원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실질적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보고서는 고강도 AI 발명의 16%가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히며, AI 특허 경쟁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 인구 대비 AI 특허 밀도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특허의 국제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탠퍼드 HAI 보고서를 해설한 국내 분석에 따르면, 한국 AI 특허는 등록 후 초기 인용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비인용 특허 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보고서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인용 관행의 차이와 자국 편향 효과 등을 거론했다. 다만 이 평가는 보고서 원문이 아니라 국내 언론의 2차 해설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방법론 확인을 위해서는 HAI 원문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배경] 전 세계 특허 출원, 2024년 약 370만 건으로 2018년 이후 최고 성장률
2025~2026년 한국의 성과가 의미 있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s 2025」(2024년 실적 기준, 2025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특허 출원은 약 370만 건으로 2023년 대비 4.9% 증가해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특허청이 전 세계 출원의 70.1%를 수임하고 있으며, 이는 10년 전인 2014년의 60%에서 1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인도·일본·한국 4개국이 아시아 전체 특허 출원의 95.2%를 차지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은 2014년 34.6%에서 2024년 49.1%로 급등한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6%에서 16.2%로 하락했다. 인도 출원인의 전 세계 특허 출원은 2024년 19.1% 증가하며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중국의 한국 시장 진입] 2025년 상반기 국내 중국인 출원 22% 급증
「지식재산 통계 FOCUS 통권 26호」(지식재산처·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25년 11월)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지식재산권 출원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이 중 중국 출원인의 출원이 22.0% 증가한 반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 출원인의 출원은 2.6% 감소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중국 출원인의 국내 특허 출원 증가는 전기기계·에너지, 오디오·영상, 반도체 등 전기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지식재산처는 중국 내수시장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등을 배경 요인으로 거론하며, 중국 기업이 한국을 기술·시장 측면의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등록 품질] 한국, IP5 중 해외 특허 등록 허여율 최고 수준 유지
지식재산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출원인이 미국과 유럽에서 심사받은 특허 중 실제 등록된 비율(허여율)은 각각 85%와 78.1%로, IP5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2위 국가와 5%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WIPO 「IP Facts and Figures 2024」(2024년 8월, PPP 기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PPP 기준 GDP 1,000억 달러당 거주자 특허 출원 건수에서 한국은 7,309건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위 중국(4,875건), 3위 일본(3,974건)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분야별 핵심 동향]
① AI 특허: 양보다 밀도와 영향력으로
스탠퍼드 HAI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전체 AI 특허 건수에서는 중국(74.24%)이 압도적 1위, 미국(12.06%)이 2위를 차지했지만,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는 한국이 14.31개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클래리베이트가 제시한 고강도 AI 발명 데이터를 감안하면, 향후 특허 경쟁력은 출원 건수 확대와 함께 피인용률·다국적 출원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② 반도체·HBM
스탠퍼드 HAI 「AI 인덱스 2026」 보고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부품으로 언급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주요 제조사로 명시했다. AI 인프라 경쟁이 하드웨어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특허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③ 이차전지·에너지
이차전지 분야의 특허 출원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2025년 1~10월 기준).
④ 피지컬 AI — 2026년 새로운 전선
클래리베이트 등 특허 분석기관은 중국의 피지컬 AI 관련 특허 역량을 글로벌 선도 그룹에 속하는 수준으로 평가하며, 화웨이 등 중국 선도 IT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미국 주요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AI를 국가 핵심 전략 기술로 포함하고 있으며, 피지컬 AI가 해당 계획의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025년 12월 발표한 AI 행동계획 초안에서 2030년 피지컬 AI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결론 및 시사점
2026년 4월 현재 한국의 특허 지형은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보여준다.
긍정적 지표로는 ① 2026년 1월 지식재산권 출원 역대 최고(5만 6,458건, 전년 대비 +39%), ② 2025년 연간 특허 출원 사상 첫 26만 건 돌파(26만 797건, +5.9%), ③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밀도 2년 연속 세계 1위(14.31개, HAI 기준), ④ IP5 국가 중 미국·유럽 특허 허여율 최고 수준(각각 85%, 78.1%)이 있다. 구조적 과제로는 ⑤ 한국 AI 특허의 국제 피인용 영향력 개선 필요, ⑥ 생성형 AI 원천 특허의 미·중 집중, ⑦ 중국 출원인의 국내 전기공학·반도체 분야 특허 출원 22% 급증이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종합하면, 양적 성장의 다음 단계는 '인용되는 특허'로의 전환이라는 것이 KBR의 분석이다.
특허를 기술 경쟁의 사후 기록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사전 설계도'로 보는 시각에서, 지금 누가 어떤 분야에 어떤 특허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는지가 5~10년 후 산업 지형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이 혁신 밀도의 우위를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출원 건수 확대와 함께 특허의 국제적 영향력을 함께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