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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법이 바뀌어도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

IEEPA 위법 판결 이후 122조·301조·232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통관 전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 본격화한 관세 전쟁은 지난 15개월간 부과, 유예, 인상, 협상, 위법 판결, 대체 입법이라는 다섯 번의 구조적 전환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강지혜 기자입력 2026년 4월 15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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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규칙이 바뀔 때마다 수출 서류도 다시 펼쳐진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관세 규칙이 바뀔 때마다 수출 서류도 다시 펼쳐진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IEEPA 위법 판결 이후 122조·301조·232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통관 전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 본격화한 관세 전쟁은 지난 15개월간 부과, 유예, 인상, 협상, 위법 판결, 대체 입법이라는 다섯 번의 구조적 전환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관세율 자체보다 규칙이 계속 바뀐다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수출 담당자들은 어제의 관세율이 오늘도 유효한지를 매일 아침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계약 단가와 물류 일정 산정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2026년 4월 현재, 미국의 관세 체계는 세 개의 법적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 구조로 재편됐고, 그 종착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 IEEPA 관세의 탄생과 붕괴 — 2025년 4월~2026년 2월


2025년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183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확정·발표했다.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초유의 조치였다.  법적 근거는 IEEPA, 즉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었다.

이 법은 원래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시 외국의 위협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법으로, 관세 부과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자체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고율 관세를 단행했다.

한국에는 두 자릿수 수준의 상호관세가 부과됐고, 이를 계기로 한미 양국은 대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세 조정을 연계한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원스톱 쇼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무역 협상에 방위비 분담 문제까지 포함시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025년 하반기에는 일련의 협상을 거쳐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조정됐으며, 8월 7일부터 인하된 관세율이 공식 적용됐다. 그러나 이 합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IEEPA가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으며, 미국 헌법이 과세 권한을 매우 명확하게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1·2심의 결론을 유지한 것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25년 4월 초부터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관세에 대해 환급 신청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위법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지만, 판결 직후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며 보호주의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 관세 공백을 막아라 — 무역법 122조의 등장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 직후, 1974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10% 한시적 관세를 발표했고, 곧바로 이를 법정 상한인 15%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제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며, 발효 시점은 2026년 2월 24일 0시였다. 

그 결과, 법원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현재의 무역 환경은 최근 수십 년 어느 시기보다도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로 남아 있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관세 영향은 업종별로 균일하지 않으며, 특히 가전·전자제품 등 내구소비재는 2025~2027년 동안 누적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의약품과 자동차 부품은 2026년 하반기에도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분야다. 

무역법 122조 관세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해당 관세는 150일 이후 자동 소멸되고 의회 승인 없이 연장이 불가능하다.  2026년 2월 24일 발효 이후 최장 150일 동안 적용될 수 있어, 7월 하순이면 자동으로 효력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 시점을 전후해 관세 공백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301조 관세 체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한을 앞두고 다음 카드를 빠르게 준비 중인 것은 이 때문이다.

3. 정밀 보호주의의 등장 — 301조 조사 개시


122조 관세의 시한부 성격을 메우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6년 3월 1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중국·일본·EU·멕시코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및 생산능력' 문제를 이유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기준 대미 무역흑자가 560억 달러에 달해 조사의 주요 표적이 됐다. 

USTR은 4월 15일까지 서면 의견 제출 및 공청회 신청을 받고, 5월 5일 워싱턴 D.C.에서 공청회를 여는 일정을 제시했다. 무역법 122조 관세의 150일 시한이 만료되는 7월 하순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공식 목표다. 이와 별도로, USTR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 여부를 다루는 두 번째 301조 조사도 동시에 개시했으며, 해당 청문회는 4월 28일부터 개최될 예정이다.

301조 조사의 일정이 122조 관세 만료 시기와 겹치도록 짜인 것은, 122조 종료 전까지 대체 관세 체계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조사 절차를 4~5개월로 대폭 단축하여, 7월 하순 공백 없이 새로운 관세 체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IEEPA와 달리 이미 법원에서 수천 건의 소송을 거쳐 합헌성이 확인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법적 도전을 받기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수천 건의 법적 도전을 통해 검증된 232조와 301조의 관세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같은 대체 수단을 결합하면 2026년 관세 수익은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수입을 유지하겠다는 재정적 목표는 법원의 위법 판결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셈이다.

2026년 4월 현재, 한국 기업이 직면한 관세 지형


현재 한국 대미 수출 기업들은 세 겹의 관세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첫째,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알루미늄에는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일부 품목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IEEPA 위법 판결과 무관하게 기존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둘째, 그 외 대부분 품목은 현재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122조 관세가 7월 하순 만료된 뒤에는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새로운 관세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이 크다.

USTR이 7월 전 조사를 마칠 경우,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에 대해 기존 상호관세에 근접한 수준으로 관세를 복원하거나, 협력 수준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조사 결과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 시장 개방 확대나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한국산 화학제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반덤핑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26년 1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화학제품(모노머, 올리고머)에 대해 덤핑이라는 취지의 예비 판정을 내놓았다.  해당 예비 판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별도의 반덤핑 관세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업계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232조 품목 관세 부과 역시 정책 옵션으로 논의되는 단계로, 실제 실행 여부는 7월 전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IEEPA라는 포괄적 비상권한이 제한되면서 향후 미국은 122조, 301조, 232조, 338조 등 절차와 성격이 상이한 법률을 병행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와 같은 단일 고율 관세 중심 구조가 아니라, 품목별·사안별 조사, 안보 프레임, 비관세 장벽 문제 제기 등을 결합한 정밀 보호주의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단일한 관세율 하나를 협상해서 해결하면 됐던 구조가 사라지고, 품목마다 적용 법률과 대응 전략을 달리해야 하는 복합 대응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정부, 어떻게 버티고 있나


변화하는 관세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관세율 변동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구조적 적응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생산 거점 다변화,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수출 시장의 지역적 분산, 환율·원자재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대표적인 흐름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은 이러한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정부 역시 다층적 방어 전략을 구축하는 중이다.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WTO·FTA 분쟁 절차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관세 환급 지원과 통상 리스크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6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도 한국과 관련한 비관세 장벽 관련 분량이 전년 대비 늘어나는 등, 관세 외 영역으로의 통상 압박 확대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디지털 규제, 기술 표준, 환경·노동 기준 등 비관세 영역이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대응 범위도 관세 이슈를 넘어 확장될 필요가 있다.

관세 환급: 기회인가 함정인가


IEEPA 관세 위법 판결은 한국 기업들에게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냈다.

미국 정부는 법원 판단으로 무효가 된 관세에 대해 환급 절차를 준비 중이며, 지난달 미국의 총 관세 수입에서도 일부 금액이 환급되며 최종 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민간 분석에 따르면, IEEPA 기반 관세의 잠재 환급 규모를 수천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는 전망도 나온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단계적 환급 절차를 가동할 예정이며, 개별 건 처리에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대미 수출 기업들이 2025년 4월 초부터 납부한 IEEPA 기반 관세를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법원은 직접적인 환급 명령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국제무역법원(CIT)으로 환송했기 때문에, 실제 환급 여부와 범위는 향후 하급심 절차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향후에는 기업별 환급 청구 제기, 개별 관세 납부 내역 검증, 이자 산정 방식 결정, 행정적 정산 절차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건의 규모와 이해관계자 수를 고려하면 수개월이 아닌 수년 단위의 절차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무역법원과 이후 항소 절차까지 감안하면, 법무법인·회계법인들은 환급 여부와 범위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법원이 환급을 직접 명령하지 않고 사건을 CIT에 환송한 만큼, 최종 환급 범위와 일정은 추가 소송 및 행정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기업들로서는 환급 신청 준비에 조기 착수하되, 그것이 즉각적인 현금 회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

 

 

 

 

7월 하순을 주목하라


현재 한국 기업들이 달력에 붉은색으로 표시해야 할 시점이 있다면, 바로 오는 7월 하순이다.

무역법 122조 한시 관세가 만료되는 동시에, USTR의 301조 조사가 완료를 목표로 하는 시점이 이때와 겹치도록 설계돼 있다. 관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7월 하순 전후로 새로운 관세 체계가 즉각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행정부의 목표로 해석된다.

7월 이후를 채울 관세의 성격과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USTR이 301조 조사를 완료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에 대해 기존 상호관세에 근접한 수준으로 관세를 복원하거나, 협력 수준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며, 시장 개방 확대나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232조 품목 관세 부과 역시 정책 옵션으로 논의되는 단계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7월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세율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도 규칙이 계속 바뀔 것인가이다. 향후 122조 한시 관세, 232조 품목 관세, 또는 301조 조사 등 다른 통상 수단이 병행 활용될 경우, 기존 합의는 동일한 조건으로 유지되기보다는 새로운 법적 틀과 정치적 환경 속에서 재해석·재협상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단일 고율 관세를 전제로 한 일괄 대응 전략에서 벗어나, 법률별 적용 가능성을 반영한 다층 통상 압박 시나리오를 상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관세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IEEPA라는 단일 비상수단에서 122조·301조·232조가 병존하는 다층 구조로 전환되면서, 규칙이 계속 바뀌는 게임에 가까운 환경이 됐다. 한국 기업이 봐야 할 것은 관세율 숫자 자체보다, 어떤 법적 틀로 언제 규칙이 바뀌는지의 '룰 체인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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