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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아닌 '미래 성장성'으로 평가한다…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 본격 도입

서울의 한 치킨 전문점에서 직원들이 튀김 작업과 포장을 분담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소상공인 신용평가 개선으로 이 같은 영세 외식업 종사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배달 앱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수진 기자입력 2026년 4월 1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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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아닌 '미래 성장성'으로 평가한다…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 본격 도입

서울의 한 치킨 전문점에서 직원들이 튀김 작업과 포장을 분담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소상공인 신용평가 개선으로 이 같은 영세 외식업 종사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배달 앱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치킨 전문점에서 직원들이 튀김 작업과 포장을 분담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소상공인 신용평가 개선으로 이 같은 영세 외식업 종사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배달 앱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업한 지 2년이 채 안 돼 금융거래 이력이 짧고,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도 없다.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그는 어엿한 영업 실적을 쌓아가는 사업자가 아니라 단순히 '금융 이력 부족자'로 분류될 뿐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수십 년째 반복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매출·상권·업종 등 비금융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소상공인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AI 기반 신용평가체계, 이른바 'SCB(Scoring for Credit and Business)'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획일적 신용평가 방식에서 탈피해, 사업의 미래 가치를 중심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 기존 평가의 한계: 사업이 잘 돼도 대출이 안 된다


이번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가 구조적으로 소상공인을 배제해 왔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은 상환 이력, 대출·카드 정보 등 사업 대표자 개인의 신용항목이 전체 평가의 75%를 차지한다. 사업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대표자 개인이 과거에 금융 거래를 많이 하지 않았거나 담보 자산이 없으면 신용등급이 낮게 책정되는 구조다.

그 결과는 숫자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72조 2,000억 원에 달하며, 대출 연체율은 1.76%로 장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 대출의 문이 좁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높은 금리의 비은행 대출이나 정책성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시 연체율 상승과 폐업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소상공인 신용평가는 영업의 안정성이나 미래 성장성 등 사업장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유망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에 제약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음식 배달 플랫폼의 주문 증가, 온라인 쇼핑몰의 재구매율 상승, 네이버 플레이스의 예약 건수 증가 같은 지표들이 사업 성장의 명확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 SCB란 무엇인가: CB에 'S등급'을 더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기존의 개인 신용등급(CB)에 소상공인 특화 성장등급(S등급)을 결합한 새로운 평가 모델(SCB)의 도입이다.  쉽게 말해, 과거의 금융 이력을 보는 기존 등급에다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별도로 점수화한 등급을 얹는 이중 구조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매출 상세 분석, 상권 특성, 사업 지속성, 고객 인지도 및 유통플랫폼 성장지수 등 비금융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소상공인의 미래 가치를 10단계(S1~S10)로 점수화한다.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상위 등급(S1, S2)을 받으면, 설령 기존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대출 승인이 가능해지거나 금리 인하, 한도 확대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이 도입한 AI 기반 신용평가모형(SCB)은 계량모형과 비계량모형을 결합해 산출된다. 매출, 상권, 근로자 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계량 분석에 더해 사업자의 경쟁력, 업종 트렌드, 서비스 차별성 등 정성적 요소를 반영해 최종 등급을 도출하는 구조다. 

헤럴드경제가 제시한 구체적 사례는 이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잘 보여준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30대 홍 모씨는 단골 고객과 온라인 주문 증가로 매출이 늘고 있었음에도, 금융이력 부족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 은행 대출이 막히고 연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을 고민해야 했다.

새로운 SCB를 적용하자 매출 성장과 온라인 주문 증가가 반영되면서 연 5%대 금리로 4,000만 원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사업자가 어떤 평가 잣대를 쓰느냐에 따라 고금리 사채 수준의 이자와 은행권 우대금리 사이를 오가게 되는 셈이다.

■ 비금융 데이터의 보고: 배달 앱·스마트스토어·전기요금까지


SCB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다양하고 정밀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네이버 플레이스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자영업자의 잠재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골 방문 빈도, 예약 현황, 리뷰 동향 등 소상공인의 실제 영업 현황이 담긴 플랫폼 데이터가 신용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당국은 또한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 초대형 유통·플랫폼 기업들에 협조를 요청해 비금융 데이터를 보강하는 중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주문 데이터, 쿠팡·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 이력이 향후 신용평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민간 영역보다 한 발 앞서 데이터 통합의 성과를 거둔 곳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전력공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이미 지난해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개발·출시한 바 있다.

이 모형은 노란우산공제 가입 기간과 납부 금액, 전기 사용량, 전기요금 납부 정보 등 소상공인의 사업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결합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업장이 그만큼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공제금을 꾸준히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업의 지속성을 방증한다는 논리다.

이 평가모형은 KCB의 기존 소상공인 전용 평가모형에 비해 중저신용자(4등급 이하)에 대한 변별력이 높아 전체 소상공인의 36%인 218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의 신용등급 개선이 기대된다. 이 수치는 민간 차원의 대안신용평가 모형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금융위의 이번 제도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경우 그 파급력은 훨씬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 인프라 구축: '소상공인 통합정보센터(SDB)' 신설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금융권에 전달하는 인프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새로운 데이터 허브 구축에도 나선다.

금융당국은 SCB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신용정보원 내에 소상공인 통합정보센터(SDB)를 구축한다. 이곳에서는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중기중앙회, 배달·유통 플랫폼 등이 보유한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한다. 이 센터는 흩어져 있는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품질을 관리하고, 이를 금융사들이 실제 대출 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로 한국신용정보원은 올해 3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성장모형 등급 산출 플랫폼 및 소상공인 통합 DB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하는 등 SDB 구축을 위한 실무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제도 발표와 동시에 시스템 구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이 과거의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읽힌다.

SDB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 소상공인별 성장등급 평가 요인을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금융사들이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은행 임직원 면책제도와 인센티브: 현장 안착이 관건


제도가 도입돼도 일선 은행 창구에서 실제로 활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금융당국이 이번 방안에 이례적인 '면책제도'와 인센티브 장치를 함께 마련한 것은 이 같은 현실적 우려를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위는 은행 임직원이 대출 심사 시 SCB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면책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SCB를 활용해 대출해줬다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은행권의 SCB 활용 실적을 사회공헌 실적 및 포용금융 종합평가에 반영해 금융권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그간 은행 담당자들이 소상공인 대출을 꺼렸던 이면에는 대출 심사 결과에 대한 책임 부담이 상당히 작용해 왔다. 새 평가 모형에 따라 대출을 실행했다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담당자가 개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보수적 심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면책제도는 이런 구조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제도의 실질적 안착을 꾀하는 장치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별 대출 실적(잔액·건수)을 분기별로 공개할 계획으로, 은행들이 소상공인들에게 금융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 라고 설명했다. 공시를 통한 '외압'이 사실상 시장 경쟁 논리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 올 하반기 7개 은행 시범운영, 2028년 전 금융권 확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7개 은행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새 평가체계를 약 1조 8,000억 원 규모 소상공인 대출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소상공인 대출 시장의 일부이지만, 시범운영 성과를 토대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연간 약 70만 명의 소상공인이 총 10조 원 규모의 신규 대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나아가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면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와 여신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는 금융이력 정보뿐 아니라 매출·업종·상권·사업 특성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게 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성장등급을 대출심사에 반영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상공인에게는 대출 승인·한도·금리 등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이 제공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호 특화 금융의 필요성, 전문가들도 한목소리


이번 제도 도입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해 온 구조적 개혁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송민택 교수는 "소상공인 금융은 정보 비대칭과 리스크 문제로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 모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매출, 세금 거래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체계가 구축된다면 소호 특화 스코어 개발을 통해 금리와 건전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사례도 이 방향을 뒷받침한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16조 원을 넘어서는 등 포용금융 성과가 있었지만, 소상공인·개인사업자 금융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터넷은행 전체 대출에서 소호 금융 비중이 낮은 반면 가계대출은 75조 원에 육박하는 등 구조적 편중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금융 혁신이 가계 중심에 집중된 사이, 소상공인은 여전히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 셈이다.

■ 남은 과제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데이터 제공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알고리즘 기반 AI 평가의 편향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모형에 낮은 등급을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불복 및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이 남은 과제로 거론된다. 등급이 '낮게 나왔을 때' 소상공인이 어떤 근거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지, 그 투명성 확보가 제도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다.

또한 시범운영 이후 2028년까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이 현장에서 순조롭게 작동하려면, 금융사들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내부 여신 심사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통합하도록 유도하는 후속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수십 년간 '담보와 과거 이력' 중심으로 굳어진 신용평가의 철학이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늘도 매출은 늘고 있지만 대출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수많은 소상공인에게, 이번 제도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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