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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비용이 청구됐다 — EU CBAM 확정기간 돌입, 한국 수출기업 실질 부담의 시작

2026년 1월, '보고'에서 '납부'로 2026년 1월 1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 2023년 10월 1일~2025년 12월 31일)을 마치고 확정기간(definitive period) 에 공식 진입했다.

박소유 기자입력 2026년 4월 7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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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녹색 장벽이 켜졌다. 탄소가 비용이 되는 시대, 한국 수출기업의 대응이 시작됐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EU의 녹색 장벽이 켜졌다. 탄소가 비용이 되는 시대, 한국 수출기업의 대응이 시작됐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2026년 1월, '보고'에서 '납부'로 2026년 1월 1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 2023년 10월 1일~2025년 12월 31일)을 마치고 확정기간(definitive period) 에 공식 진입했다.

 

 

2026년 1월, '보고'에서 '납부'로


2026년 1월 1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 2023년 10월 1일~2025년 12월 31일)을 마치고 확정기간(definitive period) 에 공식 진입했다.

전환기간 동안 수입 신고업자는 인증서는 구매하지 않아도 됐지만, 품목별 탄소 배출량 보고서 제출 의무만 있었다. 그 기간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탄소 배출량만큼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이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수출 가격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BAM은 형식상 전통적인 '세금'이 아니라,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을 반영한 인증서 구매 방식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실질 비용이 발생하므로, 사실상 탄소 관세와 유사한 무역장벽으로 작동한다.

한국, 왜 긴장해야 하나 — 숫자로 보는 구조적 취약성


한국이 이 제도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역 구조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액은 681억 달러인데, 이 중 CBAM 대상 품목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전체 대EU 수출의 7.5%를 차지한다. 특히 철강이 대상 품목 대EU 수출액 중 89.3%를 차지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알루미늄(10.6%)도 상당한 영향권에 든다. 

비용 부담은 얼마나 될까. 단일 연구기관의 추정치이므로 참고 수준으로 보되, 규모감을 파악하는 데 유효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발전연구원(SGI)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한국 철강업계의 CBAM 부담액은 약 851억 원으로 추정되며, 해당 규모는 주요 4개 철강사 영업이익(2조 2,790억 원) 대비 약 3.7% 수준이다.

같은 연구는 가정 시나리오에 따라 2034년 철강업계 연간 CBAM 부담이 약 5,500억 원(주요 4개사 영업이익의 약 24%)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수치는 특정 가정 조건 아래 산출된 추정치로, EU 배출권 가격 변동·탄소 감축 속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별도로, 국내 연구 결과 중에는 2026년부터 2050년까지 국내 기업의 연평균 CBAM 대응 비용을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 사례도 있다. 이 역시 감축 시나리오 가정에 따른 추정치임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언제 내야 하나 — CBAM 작동 원리


CBAM의 구조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6년 1월 1일부터 수입자는 연 1회, 매년 5월 31일까지 직전 해에 수입한 제품의 총량과 그 제품에 포함된 내재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1개의 가격은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개당 가격과 연동되어 있어, 탄소배출권 비용이 증가하면 수입품에 부과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인증서 납부 주체는 EU의 수입업자다. 그러나 이 비용이 한국 수출업자와 무관하지 않다.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를 구매하기 때문에 수출 기업에 직접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인증서 구매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수입업체가 수출업체에 수입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할 수 있어 수출업체로서는 이익 감소나 매출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하나 중요한 함정이 있다. CBAM은 제품별 HS 코드, 생산공정, 원산지, 전구물질 정보와 배출계수 데이터를 연결해 제품별 고유 내재 배출량(Specific Embedded Emission)을 산정·검증하는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다. 배출량 데이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EU가 정한 '기본값(default value)'이 적용된다.

일부 기업은 EU 기본값보다 높은 배출량이 산정되어 바이어와의 거래 협상에서 제품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반대로 기본값보다 지나치게 낮게 잡힌 경우에는 '데이터 신뢰도 문제'로 추가 검증을 요구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탄소 데이터를 정확하게 관리하는 것 자체가 수출 경쟁력이 된 셈이다.

대기업은 준비됐다, 문제는 중소기업 — 공급망 데이터 격차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준비 격차다. 이 격차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일부 협력사의 거래 축소·탈락 등 공급망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기업은 이미 탄소 배출량 측정 시스템과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CBAM은 단순히 인증서를 구매하는 문제를 넘어, 제품별·공정별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고 이를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컨설팅 비용, 시스템 구축 비용, 인력 투입 비용은 중소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실태 조사 결과는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9월 제조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CBAM 및 탄소중립 대응 현황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8.3%가 CBAM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CBAM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EU 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 142개사 중에서도 54.9%가 CBAM에 대한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2023년 9월 기준이므로, 2026년 현재 인식 수준은 다소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CBAM이 이미 확정기간에 진입한 시점에서도 실질 대응 준비가 미흡한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전문가는 "대기업은 자체 시스템으로 대응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공급망 중간 단계에 있는 중소 협력사는 여전히 데이터 확보와 산정 역량이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배출량 산정 툴 제공·기술 교육·컨설팅 등 전 공급망 지원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기업 전체가 CBAM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8년 이후가 더 중요하다 — 확대 논의 중인 품목들


현재 CBAM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6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EU 집행위와 관련 보고서에서는 향후 추가 확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구체 품목과 시점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2026년 현재 기준으로 EU 집행위원회는 2028년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하는 하류 산업(산업용 기계, 차량, 가전제품 등)까지 적용을 확대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공식적으로 예고된 방향이며, 실제 입법 과정에서 일정이나 범위가 조정될 수 있다.

여러 연구와 정책 보고서는 2030년 무렵 화학·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의 추가 확대를 전망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공식 입법으로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 CBAM은 제품별 HS 분류, 생산공정 정보, 공급망 원산지, 배출계수 데이터가 연결되는 통합 검증 체계이며, 배터리·화학·전자 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지금 신청할 수 있는 정부 지원 — 2026년 3~4월 기준


2026년 3~4월 기준으로, 실제 신청이 가능한 정부 지원 사업 두 가지가 현재 열려 있다. 해당 사업은 마감일이 지나면 접수가 종료되므로, 해당 기업은 즉시 확인이 필요하다.

① 기후에너지환경부 — 수출기업 1대1 현장 밀착 상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3월 30일부터 4월 26일까지 'EU CBAM 대응 기업 상담지원'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100개 사업장을 선정해 기업 방문 및 맞춤형 1대1 상담을 지원하며, 배출량 산정·검증 대응 등 제도 이행에 필요한 주요 절차 전반을 안내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www.keco.or.kr, 상담 전화 1551-3213 내선 1)에서 접수할 수 있다. 

② 중소벤처기업부 — 최대 4,200만 원 인프라 구축 지원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4월 6일부터 4월 27일 오후 6시까지, CBAM 대상 품목을 EU에 직·간접 수출하거나 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지원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올해는 20개사 내외를 선정해 탄소 배출량 측정 계측설비 구축, 배출량 모니터링 시스템 인프라 구축, 전문기관 검증 보고서 작성 비용을 최대 4,200만 원까지 지원한다. 

기업별 대응 전략 — 지금 해야 할 것


대기업: 공정 혁신 + 제품별 탄소 데이터 정밀화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실증하며 기존 용광로 대비 탄소배출을 80%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확대와 함께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LCA(전과정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부가가치 저탄소 제품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장기적 경쟁력의 핵심이다.

중소기업: 탄소 배출 데이터 기초 체계 확보가 최우선

중소기업의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나 기술 전환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는 배출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다. 전력·연료 사용량 계량, 배출계수 적용, 공정별 산정 등 기초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산업별 공동 플랫폼을 활용해 EU 보고서 양식으로 변환·제출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응이다. 

경영진: CBAM을 환경 이슈가 아닌 재무 리스크로 인식해야

지금껏 CBAM 대응을 환경안전팀이나 원산지관리팀의 실무로 미뤄왔다면, 이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진이 직접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2026년 수입분에 대한 비용 정산은 2027년에 이루어지지만, 회계상으로는 2026년부터 발생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는 매출 원가 또는 판매관리비로 계상돼야 하는 명백한 현금 유출이다. 

결론 — 탄소 경쟁력이 수출 경쟁력이다


BCG 금속 산업 부문 글로벌 총괄은 "CBAM 아래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재무적 비용으로 연결된다.

탄소 집약도가 높은 공정은 경쟁력을 잃는 반면, 탄소 효율이 높은 공정은 경쟁력이 올라간다"며 "특히 EU는 MRV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 보수적인 기본값을 적용해 추가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해당 기업 경쟁력을 급격히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탄소를 정확히 측정하고 줄이는 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반면, 여전히 배출량을 환경 보고서의 숫자로만 취급하는 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다.

이런 부담 수준이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일부 기업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제품 구조조정까지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다. CBAM은 예고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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