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킹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2015년 말 7,278개였던 국내 은행 점포는 2025년 9월 말 5,534개로, 10년 사이 약 24%가 사라졌다.
숫자로 보는 충격: 10년 사이 1,486개 증발
2012년 국내 은행 점포 수는 7,836개로 역대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2017년 4분기에는 7,000곳 아래로, 2022년 3분기에는 6,000곳 아래로 떨어지며 매 분기 감소세를 이어갔고,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는 국내 20개 은행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점포가 5,534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금융감독원이 집계했다.
'10년 전 대비'와 '정점 대비'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기준으로 2015년 말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약 7,278개였는데, 2025년 9월 말 5,534개와 비교하면 약 10년 사이 1,744개, 약 24%가 사라진 셈이다. 정점이었던 2012년(7,836개)과 비교하면 그 폭은 더욱 커져 2,044개, 약 26%가 줄었다.
감소의 속도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4년 1년 동안 국내 점포가 총 110개 줄었는데, 2025년에는 9개월 만에 이미 전년도 감소 규모를 넘어섰다. 점포 수가 증가한 사례는 2018년 3분기(6곳 순증)를 마지막으로 지난 6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25년 말, 5대 은행만 따로 보면 더 심각하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공개된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25년 말 기준 3,748개로, 전년(3,842개)보다 94개 줄었고, 2020년 말(4,424개)과 비교하면 5년 사이 676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감소폭의 차이가 극명한데, 최근 1년간 영업점 증감 규모는 신한은행 -43개, KB국민은행 -29개, 우리은행 -28개 순이었고, 하나은행은 오히려 6개 늘렸으며 NH농협은행은 변화가 없었다. 이와 같은 점포 구조조정은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한 이후 상시화된 흐름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13조 9,91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상황에서 점포 축소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으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자이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왜 이렇게 급격히 줄었나? — 3가지 구조적 원인
1. 모바일뱅킹의 완전한 일상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디지털 금융의 폭발적 확산으로,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3,551명 가운데 81.3%가 최근 1개월 안에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3년 전인 2021년(65.4%)과 비교해 15.9%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루어진 입출금 거래의 인터넷뱅킹 비중은 2025년 3분기 기준 86.5%에 달하며, 이미 창구 거래는 예외적 선택지로 밀려난 지 오래다.
현장에서도 체감은 뚜렷해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산으로 영업점 등 대면 채널 이용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만큼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최근 5년간 영업점 업무량과 내점 고객 수가 30% 이상 줄었고, 감소 폭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 인력 구조조정의 악순환
점포가 줄면 직원도 줄고, 직원이 줄면 점포 운영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2012년 12만 7,593명이던 국내 은행 전체 임직원 수가 2024년에는 11만 3,882명으로 1만 3,711명 줄었으며, 주요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경우 내부 통제와 사고 예방을 위해 최소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단순 인력 조정만으로는 안정적 점포 운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권의 점포 수 감축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 수익성 압박과 비용 효율화
비대면 거래 확산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지난 5년간 은행 점포 수는 904개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2020년 말 6,427개에서 2025년 9월 말 5,523개로 14.1%가 줄었다.
창구 한 칸의 임대료·인건비·관리비를 더 이상 수익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은행 경영진 전반에 공유된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큰 피해자: 고령층과 지방 주민
점포 감소가 단순한 경영 효율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한 이동거리가 20km가 넘어가는 상위 30개 지역 중 26개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에 속한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고령층이 많이 사는 곳일수록 은행 점포는 더 없다는 의미로,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폐쇄된 전국 937개 은행 점포 중 629곳(67%)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됐고, 특히 서울 외곽 및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ATM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60대 이상 연령층은 현금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비중이 30.2%로 다른 연령대보다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는데, 디지털 전환이 완성되지 않은 세대에게 '점포 폐쇄' 뉴스는 결국 금융 단절과 다름없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하고 모바일뱅킹 이용도가 증가하면서 점포 방문 전체 수요는 줄어들어 은행이 적절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점포 수 축소는 대체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오프라인 이용을 선호하는 고객이 존재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점포가 사라지면 해당 고객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낮춰 경제적·사회적 손실이나 소외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대응: 규제 강화로 '제동' 시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보완에 나서고 있는데, 금융위원회는 '금융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에서 은행 점포 폐쇄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동일 건물 내 점포 통합을 제외하고 반경 1km 이내 점포 통폐합에도 사전영향평가 등 점포 폐쇄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감점을 0.2~1점으로 확대하고, 반대로 점포를 신설하면 0.2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지역 재투자 평가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데, 은행연합회가 2021년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강화하고, 2023년 국정감사 이후 금융당국도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시행했지만, 폐점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정부는 2023년 점포 폐쇄를 까다롭게 하는 규제를 시행했고, 그 결과 폐쇄 규모가 2022년 294개에서 2023년 52개로 급감했지만, 은행권이 규제에 적응하면서 2024년부터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2026년 현재, 감소세는 더 가속 중
2026년 들어서도 오프라인 점포 감소 추세는 이어지고 있어, 제주은행은 올해 4월 초 동흥동지점·남문지점·삼화출장소 등 3개 점포 영업을 종료했고, 광주은행도 계림지점·산수동지점 등 4개 점포 문을 닫기로 했으며, 하나은행도 4월 대전 소재 점포 두 곳을 폐쇄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의 연간 이동점포 활용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분기별로 이행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율규제에 그치는 현행 제도로는 점포 축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결론: 효율화의 그늘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수치를 한 문단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2012년 국내 은행 점포 수는 7,836개로 정점을 찍었고, 2015년 말에는 약 7,278개였지만 2025년 9월 말에는 5,534개까지 줄어 10년 사이 약 1,744개(약 24%)가 사라졌으며, 정점이었던 2012년과 비교하면 2,302개, 약 29%가 줄어든 셈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점포 통계가 아니라, 지방의 고령 주민이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통장 하나를 만들 수 있는 현실이자, 창구에서 업무를 보던 은행원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변화이기도 하다.
모바일뱅킹의 편리함을 누리는 이들에게 '점포 폐쇄'는 뉴스 한 줄에 불과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쥐지 못한 이들에게 그 뉴스는 금융 접근권의 상실을 뜻한다.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면서도 오프라인 창구는 계속 닫는 은행들에게, 지금 사회가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한 효율화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서의 금융'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