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경영자가 다시 서야 할 자리
2024년 전공의 집단행동이 촉발한 충격파는 단순한 인력 공백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병원 경영이 오랫동안 기대왔던 구조적 전제들, 즉 전공의라는 저비용 고노동 인력 풀, 병상 확장을 통한 외형 성장, 행위별 수가 위에서 유지되던 수익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 사건이었다.
2025년 4분기 리포트에서 우리는 그 충격의 실체와 초기 대응을 분석했다. 이제 2026년 1분기를 지나면서 묻게 되는 질문은 달라졌다.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병원으로 재설계할 것인가"다.
2026년 1분기는 세 개의 거대한 흐름이 동시에 교차한 분기다.
첫째, 수가 결정 방식이 일괄 협상에서 행위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되면서 수익 구조의 예측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둘째, 지불제도가 행위별 수가 중심에서 가치 기반, 포괄 단가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진료 철학과 경영 전략을 동시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셋째, 의료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병원 운영의 일상으로 진입하는 원년으로 선언되면서, 도입 여부를 논하던 단계에서 어떻게 조직 구조로 내재화할 것인가를 논해야 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이 리포트는 지금 이 전환점 위에 서 있는 병원 경영진과 관리자를 위해 썼다. 숫자 뒤에 있는 흐름을 읽고, 정책의 언어를 경영의 언어로 번역하며,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 병원경영 거시 환경: 구조 전환기의 복합 압력
1-1. 수익성 위기의 본질을 다시 읽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23년 병원경영분석' 통계집은 2017년 이후 중단됐던 병원 경영 공식 통계를 재개한 자료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개소와 종합병원 326개소 등 총 371개 의료기관의 결산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이 분석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껴왔던 위기의 윤곽을 숫자로 확인시켜 준다.
핵심 지표부터 말하면, 전국 병원의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3.10%였다. 전년의 -0.77%에서 2.33%포인트가 더 빠진 수치다. 의료원가율이 103.10%를 기록했다는 것은, 병원이 의료서비스를 1원 제공할 때 1원 3전을 쓴다는 뜻이다. 진료를 더 많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가 수치로 확정되었다.
이 수치 자체는 새롭지 않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부터 많은 경영진이 체감하고 있었던 현실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나온 2023년 이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전공의 사태로 진료 실적 자체가 크게 줄었고, 2025년에는 인력 대체 비용이 고정비로 편입되었으며, 2026년에는 수가 상시조정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즉 현재 병원들이 직면한 수익성 위기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악화가 중첩된 결과다.
그렇다면 희망적인 지표는 없는가. 있다. 병상이용률이 74.49%로 전년(71.73%)에 비해 2.76%포인트 회복되었다.
평균 재원일수도 7.7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병상이 다시 차고 있다는 것은 수요가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여기서 경영자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역설이다.
환자가 돌아오고 있음에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 병원 경영이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의 핵심이다. 병상이용률 회복이 곧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비용 구조가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공의 공백을 메운 PA간호사, 기간제 전문의, 외부 용역 인력의 비용은 대부분 고정비화되었다.
인건비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재료비와 의약품비 역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고 있다. 환자는 돌아왔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비용 구조가 예전과 달라져 있는 것이다.
1-2. 8년 만의 전 유형 수가 타결, 그 이면을 읽어야 한다
2026년 수가협상은 표면적으로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8년 만에 7개 전 유형이 모두 협상을 타결했다.
병원 유형 2.0%, 의원 유형 1.7%, 치과 유형 2.0%, 한의 유형 1.9%, 약국 3.3%, 조산원 6.0%, 보건기관 2.7%라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3%로, 여기에 상대가치 연계 재정 515억 원이 추가로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 수치만 보고 "수가가 올랐다"고 안도하는 것은 위험한 독서다. 건강보험공단 협상단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상황보다 의료대란에 따른 균형점을 맞추기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이루어진 협상이었다. 협상 타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맥락을 놓치면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타결의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 변화다. 2025년 수가협상에서 통과된 '환산지수 차등적용' 원칙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수가 결정은 단순했다. 모든 의료 행위에 동일한 인상률의 환산지수를 곱해서 개별 수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진료비 따로, 검체검사비 따로, 영상검사비 따로, 수술비 따로, 입원비 따로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인하도 가능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병원 경영진이 지금까지 "수가가 몇 퍼센트 올랐다"는 단일 숫자를 보고 수익을 예측하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 병원의 진료 행위 구성, 즉 어떤 검사를 얼마나 하고, 어떤 수술을 얼마나 하고, 어떤 진료과가 매출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각 행위별 수가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를 미리 계산해야 한다.
이 변화가 특히 무서운 이유가 있다. 정부가 2026년 상반기 중 단행하겠다고 예고한 검체검사·영상검사 수가 하향 조정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비용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검체검사료의 비용 대비 수익률은 192%,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는 169%, 방사선치료료는 274%로 집계되었다.
반면 기본진료료는 63%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 격차를 근거로 고수익 행위의 수가를 낮추고 저수익 필수의료 행위에 재원을 재배분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공식화했다.
검체·영상 비중이 높은 의원과 중소병원은 이 정책의 직접적인 타격권에 있다. 내과, 비뇨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검체검사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를 운영하는 병원은 지금 당장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수가가 20% 하향된다면, 30% 하향된다면 우리 병원의 손익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물음에 답을 준비해 두는 것이 2분기의 가장 중요한 경영 과제 중 하나다.
2. 정책 변화의 지형: 지불제도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
2-1. 행위별 수가 시대의 황혼, 포괄·가치 기반 시대의 여명
한국 의료 지불 체계의 근간은 오랫동안 행위별 수가제였다. 의사가 진찰하면 진찰료, 처방하면 처방료, 검사하면 검사료, 수술하면 수술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 체계는 의료 공급을 늘리는 데는 탁월했다.
더 많이 진료할수록 수입이 느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원들은 자연스럽게 병상을 늘리고 검사를 늘리고 처치를 늘렸다. 그 결과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약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약 3배에 달하는 의료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반면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미치지 못한다. 병상은 넘치는데 의사는 부족한 구조적 역설이다.
이 역설은 2026년부터 정책적으로 해소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의 기조 아래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의 방향은 명확하다. 1차 의료기관은 인두제, 2·3차 병원은 신포괄수가제(신DRG)다.
인두제란 등록 환자 수에 따라 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많이 진료할수록 수입이 느는 것이 아니라, 등록된 환자의 건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수입을 결정한다. 1차의료 가치기반 지불제도 시범사업이 2026년에 착수되었으며, 책임의료조직(AC)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에 집중할 유인을 갖게 된다. 진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던 시대에서, 환자가 아프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유리한 시대로의 전환이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 1건당 묶음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맹장 수술을 받으면 수술 전 검사부터 수술, 회복, 퇴원까지 일련의 진료 과정을 하나의 단가로 보상한다. 진료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검사를 하고 얼마나 많은 약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단가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치료하느냐가 병원의 수익을 결정한다.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신포괄수가제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이 추진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에도 참여 기관 확대가 진행 중이다.
이 두 가지 지불제도 변화가 병원 경영에 던지는 함의는 근본적이다. 지금까지 병원 경영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더 많은 환자를 보고, 더 많은 검사를 하고, 더 많은 처치를 할 것인가"였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환자의 건강 결과를 높이면서, 비용은 낮추고, 재원일수는 줄일 것인가"다. 이것은 단순한 경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조직 문화와 진료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2-2.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10조 원의 방향성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10조 원은 한국 의료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정책 투자다. 이 사업의 목표는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 비중을 환자 기준 50%에서 7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에 연계된 기능 강화 지원금과 24시간 진료 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
2025년 4분기 리포트에서 분석했듯이, 이 사업은 대형 병원들이 경증 환자를 하급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고 중증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 1분기 현재,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은 70%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90%를 상회하던 과밀화 상태에서 벗어나, 중증 환자 우선 배정 원칙을 적용하면서 적정 가동률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 경영진이 직면하는 딜레마가 있다. 중증 환자 비중을 높이면 수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중증 환자 진료는 비용도 그만큼 높다. 전공의 없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 비용, 24시간 진료 유지를 위한 당직 체계 등 모두 비용 상승 요인이다. 구조전환 지원금이 이 비용 상승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지, 각 병원이 자체적으로 면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포괄 2차 종합병원과 전문병원 지원에는 2.1조 원이 투입된다. 이 재정은 상급종합병원이 회송한 회복기 환자를 받아 재활·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지역 완결형 의료 네트워크, 즉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치료를 담당하고, 종합병원이 아급성기와 회복기를 맡고, 의원과 요양병원이 만성질환 관리와 재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구조가 정책의 지향점이다.
2-3. 비급여 관리 강화: 병원 수익의 완충재가 사라진다
한국 병원 경영에서 비급여 진료는 오랫동안 중요한 수익 완충 역할을 해왔다. 급여 수가가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비급여 수익으로 메워온 측면이 있다. 미용 시술, 비급여 검사,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2026년부터 이 완충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관리급여 도입이 그 신호탄이다. 관리급여는 본인부담 95%, 건강보험 재정 5%라는 구조로, 사실상 비급여처럼 환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적응증, 횟수, 수가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던 비급여 항목들이 공단의 규제 아래로 들어온다.
동시에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도 도입되었다. 2025년 12월 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이 시스템은 환자의 과다 의료이용을 확인할 의무를 요양기관에 부여한다. 이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동일한 검사를 중복으로 받거나, 불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왜 처방을 안 해주냐"는 환자의 불만에 대응하는 매뉴얼 준비가 실무적으로 필요해진 상황이다.
비급여 관리 강화는 단순히 수익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환자와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한다. 비급여 수익에 의존하던 병원일수록, 지금부터 대체 수익원을 개발하고 환자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3. 병원 유형별 경영 현황 심층 분석
3-1.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선두에서 겪는 고통
2026년 1분기 상급종합병원들은 구조전환 사업의 요구와 현실 운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중증 환자 비중 목표를 채우면서도 병원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주어져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들이 택한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PA(진료지원인력) 확대다. 2024년 9월 간호법이 제정되고 2025년 6월부터 시행되면서,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이 입법예고되어 단계적 적용이 논의 중이다. 이로 인해 PA간호사의 역할 범위가 명확해지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들은 PA를 전문의의 보조 인력으로 체계적으로 편입시키는 조직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디지털 기술 도입이다. e-ICU(원격 중환자실) 시범 운영 결과, 국내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 사망률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는 내부 보고가 나오고 있다. AI 스크라이브(음성 인식 기반 의무기록 자동 작성) 도입 이후 의사 1인당 일일 행정 업무 시간이 약 1시간 줄어들었다는 현장 보고도 있다. 이 1시간의 감소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다. 의사가 1시간 더 환자를 볼 수 있다는 것, 또는 1시간 더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수익과 직결되고, 후자는 번아웃 방지와 인력 유지에 기여한다.
재원일수 관리도 중요한 경영 과제로 부상했다. 신포괄수가제 확대 환경에서 재원일수가 길어질수록 포괄 단가 내에서 비용이 증가하여 손실이 발생한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입·퇴원 관리 팀을 강화하고, 적정 시기에 지역 종합병원이나 회복기 병원으로 전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환자경험 평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다.
제5차 환자경험평가(입원)가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되었으며, 평가 결과를 5단계 등급으로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 등급이 확정·공개되면 환자의 병원 선택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톡 알림톡을 활용한 모바일 설문 방식으로 진행되어 다양한 연령층의 응답이 가능해진 만큼, 평가 결과의 대표성도 높아졌다. 병원 내 어느 부서에서, 어떤 직군에서, 어떤 상황에서 환자 불만이 발생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것이 이제 경영의 영역이 된 것이다.
3-2. 종합병원 및 중소병원: 포지셔닝의 갈림길
중소병원들은 2026년 1분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갈림길에 서 있다. 검체·영상 수가 하향이라는 직접적인 위협,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 회송 증가로 인한 외래 환자 유입 가능성, 신포괄수가제 참여 여부에 따른 수익 구조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면 중소병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 종합병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송된 회복기 환자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리려면 회복기 환자에 적합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인력이 충분한가. 회복기 재활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병원은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환자 유형에 대한 부담만 안게 될 수 있다.
진료권역별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집은 8개 진료권역별로 병원 경영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지역별 경쟁 구도, 인구 구조, 의료 접근성이 다른 만큼, 중소병원 경영자는 자신이 위치한 진료권역의 특성을 세밀하게 이해해야 한다. 수도권 중소병원과 지방 중소병원이 직면한 현실은 전혀 다르다. 수도권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수요도 크고, 지방은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감소 압박이 있다.
3-3. 요양병원: 단순 수용에서 기능적 분화로
요양병원은 2026년 1분기에도 지속적인 기능 재정의 압박을 받고 있다. 2025년 4분기 리포트에서 언급했던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 체계'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단순 장기 입원 환자를 수용하는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장기 입원(180일 초과) 비중은 한 자릿수 포인트 감소한 반면, 수술 후 회복기 재활 환자 비중은 두 자릿수 포인트 증가했다. 이것은 정책 신호가 현장에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 입원, 즉 의료적 필요도 없이 장기 입원하는 환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양병원도 진료적 기능을 갖추어야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확보 여부에 따른 수가 차등이 강화되면서,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운 기관들은 재활 로봇 등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여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낙상·욕창 예방 장비 도입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욕창 발생률·개선율 등 적정성 평가 지표는 이미 일부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 선택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지표가 나쁜 요양병원은 환자 유치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2025년 장기요양보험 수가는 평균 3.93% 인상되었지만, 재가 서비스와 시설(요양원) 쪽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인 요양원과의 보상 격차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요양원이 더 유리한 수가 구조를 갖추게 되면, 일부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의료 AI와 디지털 전환: 원년의 현실
4-1. "AI-Native 병원"이라는 화두의 등장
2026년은 의료계에서 AI를 둘러싼 언어 자체가 달라진 해다. 1~2년 전만 해도 "AI를 도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일반적이었다. 이제 선도적인 의료기관들은 "어떻게 AI-Native 구조를 마련할 것인가"를 논한다. AI가 특정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병원 운영 전체가 AI를 중심 인프라로 삼아 재설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AI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서울병원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적용 후 문서 발급 시간을 18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서울대병원은 에이전틱 AI 플랫폼 'SNUH.AI'를 개발해 데이터 형식에 관계없이 표준 코드를 자율적으로 매핑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의 개발자들은 "에이전틱 AI의 등장으로 데이터 형식을 불문하고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밝히며, "표준 자체보다 데이터 접근권의 범위 설정이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수준에서 보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빠르다. 2026년 1월 한 주 동안 오픈AI, 앤트로픽(Anthropic), 엔비디아가 잇따라 헬스케어 관련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빅테크가 병원으로 출근한 원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은 2025년 393억 달러에서 2026년 560억 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병원 시장 전체 규모는 2025년 639억 달러에서 2035년 3,92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9.9%에 달한다.
그렇다면 국내 병원, 특히 중소형 병원들이 이 흐름에서 무엇을 취해야 하는가. 모든 병원이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자체 개발할 수 없다. 핵심은 자신의 병원 규모와 자원에 맞는 현실적인 AI 활용 전략을 찾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 섹션의 후반부에서 다룬다.
4-2. 데이터 병목: 한국 의료 AI의 구조적 한계
AI 도입의 열기와 대비되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2026년 3월 24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건의료 분야 인공지능 대비실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등 3개 공공기관이 2021년부터 2025년 3월까지 AI 기업에 제공한 보건의료 공공데이터는 단 17건에 불과했다. 5년간 17건이다.
심평원이 보유한 약 20만 기가바이트(GB) 규모의 비정형 데이터 가운데 표준화가 완료된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병명 표기 방식이 영문, 한글, 약어로 제각각이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추출하기조차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감사 결과의 핵심 지적이다. 주요 기관은 데이터 반출이나 원격 이용을 차단하고, 평일 근무시간 방문 이용만 허용하고 있다. 데이터는 열려 있되 서랍은 잠겨 있는 셈이다.
이 지적이 병원 경영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국가 수준의 의료 데이터 인프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병원이 AI를 도입하려면 자체 데이터를 어떻게 정제하고 구조화할 것인가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쌓인 데이터가 많아도, 그것이 AI가 학습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데이터 정제와 표준화는 AI 도입의 선결 조건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8년까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를 77만 명 규모로 구축하고 2026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AI 데이터 바우처 사업도 2025년 8개 과제에서 2026년 40개 과제로 5배 확대되었다. 2026년 의료 AI 실증 과제 20개도 신설되었다. AI 의료기기 상용화 지원에 80억 원이 투입되며, 디지털 의료기기와 만성질환 관리로 재원이 분배된다.
이 정책 지원의 핵심은 병원과 AI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함께 실사용을 검증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AI 기업 단독으로도, 병원 단독으로도 아닌, 협력 모델이 요구된다. 중소형 병원 경영진이라면 자신의 병원이 이런 컨소시엄의 파트너로 참여할 의향과 역량이 있는지를 검토해볼 시점이다.
4-3. 병원 규모별 현실적인 AI 전략
대형 병원과 중소병원이 취해야 할 AI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상급종합병원 수준에서는 임상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AI)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검사 결과, 증상, 진단 이력을 종합하여 의사에게 진단 제안이나 치료 옵션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복잡한 사례나 희귀 질환에서 의료진에게 귀중한 보조 정보를 제공한다. 영상 AI 진단 분야에서는 이미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제품들이 다수 시장에 출시되어 있으며, 이를 실사용 실증 과제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원격 중환자실(e-ICU) 구축을 통한 중증 환자 관리 효율화도 적극 검토 대상이다.
종합병원 수준에서는 병상 관리 최적화와 신포괄수가제 대비 비용 예측 AI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입·퇴원 예측 모델을 도입하면 병상 가동률을 최적화하고 인력 배치를 효율화할 수 있다. 포괄수가제 환경에서는 케이스당 실제 발생 비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이 손익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병원급과 의원급에서는 예약·원무 자동화와 만성질환 관리 AI 도구가 가장 현실적인 시작점이다. AI 기반 예약 관리, 환자 리마인더 발송, 재내원 예측 시스템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 가능하며, 실질적인 운영 효율화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1차의료 가치기반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만성질환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 도입이 수가 인센티브와 직결된다.
모든 규모의 병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AI 도입 원칙이 있다.
첫째, 도입 전에 자체 데이터 품질부터 점검하라. EMR 데이터가 얼마나 표준화되어 있는가. 결측값, 오류, 표기 불일치는 얼마나 되는가. 이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AI 솔루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도구임을 조직 내에서 명확히 공유하라. AI 도입에 대한 의료진의 저항이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셋째,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전체 시스템을 한번에 바꾸려 하면 실패한다. 가장 명확한 문제 하나를 골라 거기서 시작하라.
5. 환자경험과 서비스 질 관리: 경영의 새로운 경쟁 무대
5-1. 환자경험 평가 등급화: 투명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제5차 환자경험평가(입원)가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고, 그 결과를 5단계 등급으로 공개하는 방안이 현재 검토 중이다. 이것이 확정·시행되면 병원 선택 생태계가 크게 달라진다.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공식 지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할 변화는 조사 방법이다. 카카오톡 알림톡을 활용한 모바일웹 설문 방식으로 일원화되면서, 기존 전화 조사나 우편 조사 방식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젊은 층, 중장년층, 노년층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응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응답자 편향이 줄어들어 평가 결과의 대표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즉 평가 점수가 실제 병원의 환자경험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게 된다.
경영진이 환자경험 지표를 단순히 "평가를 받기 위한 것"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환자경험 지표는 진료의 질과도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환자가 진료 과정을 잘 이해하고 의료진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수록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고, 결국 건강 결과도 개선된다. 즉 환자경험에 투자하는 것은 진료 질 향상이자 재내원율 제고이자 경쟁력 강화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원 중 의사의 설명 충분성, 간호사의 존중적 태도, 통증 관리의 적절성, 퇴원 후 주의사항 안내 등이 환자경험 평가의 주요 항목이다. 이 항목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 투자가 아니라, 의료진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훈련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들이다. 환자경험 개선을 위한 조직 내 전담 팀이나 담당자를 두고, 정기적으로 내부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욕창 발생률·개선율이 심평원 공개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정보를 검색하여 병원을 선택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욕창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토콜, 디지털 욕창 감지 장비 도입, 간병 인력 교육이 요양병원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 것이다.
5-2. 비급여 투명성과 환자 선택권의 확대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은 한편으로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병원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격이 비교 가능해질수록, 병원이 선택받기 위해서는 가격 외의 차별화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 기술의 우수성, 의료진의 전문성, 진료 경험의 질, 편의성과 접근성, 디지털 서비스의 수준 등이 그 요인들이다. 비급여 가격 경쟁에서 지더라도 서비스 경험 경쟁에서 이기는 병원이 살아남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환자 포털, 모바일 앱을 통한 예약·결과 조회·상담 서비스, 카카오 채널을 통한 챗봇 안내 등이 이미 대형 병원에서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중소병원들도 이 디지털 접점 강화에 투자할 시점이 됐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기존 EMR 업체나 의료IT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저비용으로 시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6. 글로벌 시각: 한국 병원이 배워야 할 해외 사례
6-1. Cleveland Clinic의 운영 효율화 모델
미국 Cleveland Clinic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응급실 대기 시간을 두 자릿수 비율로 단축한 성과를 자체 사례 연구를 통해 보고했다. 이 병원이 보여주는 핵심 교훈은 "디지털 기술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흐름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응급실 대기 시간 단축은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환자 재내원 증가와 직결된다. 운영 효율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를 이 병원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다.
한국 병원 경영진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렇다. AI와 디지털 도구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개선하고 싶은 환자 경험 지표를 정하고, 그 지표가 실제로 개선되는지를 측정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AI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AI 도입 후 무엇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가 중요하다.
6-2. 독일의 디지털화 지원 모델
독일은 '디지털 간병 지원법'을 통해 의료 및 장기요양 시설의 디지털화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력난을 디지털 기술로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처한 간병 인력 부족 문제는 독일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독일의 정책 실험이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제도 개편에 참고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선제적으로 디지털 간병 보조 장비를 도입한 시설이 향후 정책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6-3. 스웨덴의 재가 중심 전환
스웨덴 보건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재가 모니터링 비중이 크게 증가하여 전체 진료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가 이동하는 선행 사례다. 한국도 방문 진료 시범사업과 재가 의료 강화 정책이 추진 중이다.
병원 밖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모델이 확산될수록, 병원 내 입원이 아닌 외래와 지역사회 연계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영 모델이 필요해진다. 요양병원이 지역사회 복귀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7. 2026년 2분기 경영 전망과 시사점
7-1. 낙관도 비관도 아닌, 구조적 현실주의
2026년 2분기를 앞두고 경영 환경을 "좋다" 또는 "나쁘다"로 단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 정확한 표현은 "구조가 바뀌고 있다"이다. 구조가 바뀌는 시기에는 기존 강자도 새로운 도전자가 될 수 있고, 기존 약자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핵심은 변화의 방향을 읽고 자신의 병원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수가 상시조정 체계 전환은 분명 위협이다. 검체·영상 의존도가 높은 병원은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진찰료와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일차의료와 전문진료 역량이 있는 병원에 기회가 된다. 지불제도 개편도 포괄수가제·인두제 환경에서 비용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병원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병원도 있다. 그러나 정부 바우처와 실증 과제 지원을 활용하면 작은 규모의 병원도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7-2. 2026년 2분기 경영 핵심 과제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하는 것부터 중기 과제까지,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정리한다.
수익 구조 진단과 시나리오 준비가 가장 먼저다. 내 병원 매출에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행위들의 수가가 10%, 20%, 30% 하향되었을 때 연간 손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나리오를 계산해 두어야 한다.
이 작업 없이는 어떤 대응 전략도 현실성이 없다.
신포괄수가제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신포괄수가제에 참여 중이라면, 케이스별 비용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어느 케이스에서 이익이 나고 어느 케이스에서 손실이 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참여하지 않은 병원이라면, 참여했을 때의 득실을 계산하고 2분기 내에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신포괄수가제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참여 결정을 미룰수록 준비 기간이 줄어든다.
정부 AI 지원 사업 공모 일정을 확인하고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 2026년 의료 AI 실증 과제, 데이터 바우처 사업, AI 의료기기 상용화 지원 사업의 공모 일정과 조건을 파악하고, 자신의 병원이 어느 사업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상반기에 공모가 시작되므로 지금이 검토 시점이다.
인력 구조 재점검도 미룰 수 없다. 간호법 시행과 진료지원업무 규칙 확정 이후, PA간호사의 역할과 책임 범위가 명확해지고 있다. 이에 맞춰 병원 내 직무 분장과 인력 운영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전문의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상승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업무 분담 모델은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
비급여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관리급여 대상 항목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파악하고, 해당 항목의 수익 비중을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대체 수익원을 개발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의료와 연계된 건강 프로그램, 예방 서비스, 디지털 건강 관리 서비스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환자경험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환자경험 평가 등급제 도입을 앞두고, 지금부터 내부 환자경험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퇴원 환자 만족도 조사, 민원 데이터 분석, 의료진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평가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결론: 전환의 시대, 경영자의 역할이 달라진다
2026년 1분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이것이다. 병원 경영의 시대적 과제가 "어떻게 더 많이 벌 것인가"에서 "어떤 병원으로 재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이것은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방향의 경쟁이다. 더 큰 병원, 더 많은 병상, 더 많은 검사가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증 환자를 더 잘 치료하고, 환자가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연결된 의료 네트워크의 일부로 기능하는 병원이 살아남는다.
경영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병상을 늘리고 의사를 채용하고 검사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었다. 이제는 어떤 기능에 집중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맞는 조직을 설계하고, 디지털 기술을 경영의 핵으로 내재화하고,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다.
이 전환은 어렵다. 그러나 전환을 거부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 이 리포트를 읽고 있는 경영자와 관리자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병원에 맞는 전환의 방향을 찾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란다.
[출처 및 참고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3년 병원경영분석' 통계집 (2025년 발간)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지침 및 보도자료 (2024~2026)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및 상대가치점수 조정' 건정심 보고 자료 (2025.12)
국민건강보험공단,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 결과 (2025.0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5차 환자경험평가 세부시행계획 (2025)
감사원, '보건의료 분야 인공지능 대비실태' 감사 결과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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