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은 2025년 기준 전국 RPS 태양광 발전량의 38.3%를 차지하지만, 이를 수도권으로 연결할 송전 인프라는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두 개의 이정표, 하나의 구조적 과제
2026년 봄, 대한민국 에너지 지형을 둘러싼 두 가지 이정표가 선명해졌다. 하나는 과거의 성취다.
2024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6%(63.2TWh)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목표다.
2025년 10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누적 기준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두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34GW에서 100GW까지, 약 4년 안에 3배에 가까운 설비 증설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현재의 지역별 설비 현황과 전력망 구조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까.
이번 KBR Analysis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가장 최신의 공식 데이터를 층위별로 분석해 이 질문에 답해 보고자 한다.
1. 2024년 전력시장 전체 구조: 확정 통계로 본 현주소
총발전량과 에너지원별 순위 변동
2024년 국내 총 발전량은 595.6TWh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수치만 보면 소폭 증가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원별 내부 구성에서는 역사적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4년 발전비중은 원자력(31.7%, 188.8TWh)이 18년 만에 최대 발전원이 됐고, 가스(28.1%, 167.2TWh)와 석탄(28.1%, 167.2TWh)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7년간 정상을 지켰던 석탄이 처음으로 3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에너지원별 발전량 증감률에서는 신재생에너지(+11.7%)가 가장 높았고, 가스(+6.0%), 원자력(+4.6%)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석탄 발전량은 9.6% 감소했다. 신재생의 두 자릿수 증가율은 어느 에너지원도 따라오지 못했다.
발전설비 용량: 신재생이 원자력을 이미 압도
발전량(실제 생산)과 구분되는 설비 용량(이론상 최대 생산 가능) 기준에서는 순위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총발전설비 용량(153.1GW) 중 가스(46.3GW, 30.3%), 석탄(40.2GW, 26.3%), 신재생(34.7GW, 22.7%), 원자력(26.1GW, 17.0%) 순으로 나타났다.
설비 기준에서 신재생에너지(34.7GW)는 원자력(26.1GW)보다 이미 33% 크다.
그러나 실제 발전 비중에서는 신재생(10.6%)이 원자력(31.7%)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 격차의 핵심 원인이 '간헐성'이다.
태양광은 해가 있을 때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든다. 설비를 아무리 많이 짓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전력망에 연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체계 없이는 실질적 발전 비중이 설비 용량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신재생 내부 구조: 태양광 편중의 명암
신재생 발전량 내부 비중은 태양광(51.8%), 바이오(19.8%), 연료전지(11.8%), 수력(6.8%), 풍력(5.3%), IGCC(3.3%) 순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한 종목이 신재생 전체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이것은 보급 확대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야간·흐린 날 발전이 불가능한 간헐성 리스크가 신재생 시스템 전체에 집중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풍력이 5.3%에 그치는 것은 재생에너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명백한 약점이다.
2. 지역별 태양광 발전량: 2025년도 최신 수치로 본 공간 구조
이번 기사에서 특히 주목할 데이터가 여기다.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클라우드 플랫폼이 2026년 3월 기준으로 공개한 2025년도(2025년 1~12월) RPS 태양광 발전소 지역별 발전량 현황은 현재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가장 최신의 지역별 실적 데이터다.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사업자 기준 수치로, 소규모 자가용 설비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읽어야 한다.
2025년도 RPS 태양광 권역별 발전량 (단위: MWh)
호남권(전남·전북·광주): 3,147,367MWh / 영남권(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1,619,502MWh /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 1,436,501MWh / 강원권: 1,107,323MWh / 수도권(경기·서울·인천): 564,383MWh / 제주권: 333,234MWh.
전체 합계 8,208,310MWh를 기준으로 권역별 비중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호남권이 38.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수도권은 전체의 6.9%에 불과하다.
호남권 38.3%, 수도권 6.9%.
이 두 숫자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 구조적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전력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수도권이 사용하는 반면, 실제 태양광 발전은 호남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사이를 잇는 고압 송전선로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것이 이 불균형의 물리적 근원이다.
호남권: 전국 에너지 생산의 심장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로 구성된 호남권은 국내 태양광 발전의 명실상부한 핵심 거점이다. 2023년 확정 기준 태양광 누적 보급용량은 전남 5,903,208kW(약 5.9GW)로 전국 1위, 전북 4,607,206kW(약 4.6GW)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두 지역을 합산하면 약 10.5GW로,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3년 국내 태양광 누적 설치 용량 약 23.9GW의 약 44%에 해당한다.
전라남도가 이 자리를 차지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연간 일조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긴 지역 중 하나이고, 드넓은 간척지와 저수지, 서남해 해안선이 다양한 형태의 태양광 설치를 가능하게 했다. 신안군 단일 군(郡)만으로도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복합 에너지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전북 새만금은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 사업지로, 단계적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는 사실상 '에너지 수출 지역'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이 지역이 생산하는 전기의 상당량이 자체 소비가 아닌 수도권 송전을 목적으로 하며, 바로 이 흐름이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 문제를 야기하는 핵심 동인이다.
충청권과 강원권: 각기 다른 에너지 성격
충청권은 2025년 기준 1,436,501MWh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충남의 태양광 누적 보급용량이 3,498,732kW(약 3.5GW)로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충남의 더 큰 에너지 특성은 석탄화력 밀집이다. 충청남도는 전체 발전량 기준 전국 최대(107.8TWh)를 기록하는 지역으로, 발전원 중 석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충남은 빠르게 에너지 전환이 진행 중이다. 2024년 5월에는 원자력·신재생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동해안에 위치한 유연탄 발전소 대부분이 가동 중지 되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석탄 발전의 실질적 퇴장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권은 2025년 기준 1,107,323MWh로 태양광만 따지면 4위권이지만, 수력발전까지 포함하면 신재생에너지 전체 생산량에서 상위권을 유지한다. 화천·춘천·충주 등의 대형 수력발전소와 태백·영양·평창 일대의 육상풍력단지가 강원도를 안정적 신재생에너지 공급 지역으로 만드는 핵심 자산이다.
수도권: 전국 최대 소비지, 자체 생산 능력의 한계
수도권의 2025년도 RPS 태양광 발전량 564,383MWh는 호남권의 약 18% 수준이다. 2024년 기준 한국전력의 행정구역별 판매량에서 경기도만 143,302GWh로 전국 최대를 기록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수도권의 자체 생산 대비 소비 격차가 얼마나 극심한지 실감하게 된다. 가용 부지 부족, 건물 밀집, 상대적으로 낮은 일사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도권은 구조적으로 외부 전력 유입에 의존하는 '전력 적자 지역'일 수밖에 없다.
제주권: 선도 모델이자 출력제어의 딜레마
제주의 333,234MWh는 절대 수치는 작지만, 도내 전력 소비 대비 재생에너지 침투율로 환산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너무 많아 전력망이 포화되는 시간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연간 수백 회에 달하는 출력제어는 발전사업자 수익 손실과 에너지 낭비를 동시에 초래한다. 제주는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직면할 미래 문제를 5~10년 먼저 경험하는 '에너지 전환 실험장'이다.
3. 지역 불균형의 물리적 해법: 두 개의 법, 하나의 숙제
앞서 살펴본 지역별 발전량 분포는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의 가장 큰 구조적 결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호남(생산 과잉) → 수도권(소비 집중)으로의 전력 이동이 필요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고압 송전선로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호남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의 빠른 증가로 2022년부터 송전량에 제약이 발생했고,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송전선로 건설도 지연되면서 신재생과 원자력의 후위에 있는 석탄 발전 가동이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양대 법안이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란히 통과됐다. 이른바 '에너지 3법'으로 불리는 법안군 중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2025.3.25 공포, 2025.9.26 시행)은 국가 주도로 전력망 확충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입지 선정 특례와 주민 보상 체계를 담았다.
함께 통과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2025.3.25 공포)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공공 주도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인허가 절차의 통합·간소화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소요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물리적 건설이 즉각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령은 2025년 9월에야 공포됐고, 실제 송전선로 완공까지는 수년의 공사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제도 마련'과 '물리적 효과 발현' 사이의 시차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향후 최대 과제다.
4. 풍력의 현주소: 0.5%라는 냉혹한 숫자
태양광에 비해 풍력의 성과는 냉혹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풍력 발전 비중은 0.5%로, 2020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전 세계가 해상풍력을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급속히 키워가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풍력 부진의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 육상풍력은 소음·경관 훼손에 따른 주민 반발과 산지 규제로 신규 개발이 막혔고, 해상풍력은 어업권 보상, 군사 협의, 해양환경 평가, 복잡한 다부처 인허가 절차가 겹치면서 사업 기간이 평균 6년 이상 소요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태양광 55.7GW, 풍력 18.3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풍력 설비 총량이 약 1.8GW 수준임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약 10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 계획입지제도 실질적 운영, 원스톱 인허가 창구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달성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5. 2025년 정책 환경의 대전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2025년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 다른 산업 정책들과 함께 관리되던 에너지 정책이 독립 부처로 격상된 것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를 제도적으로 확립한 사건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간 태양광 설치 목표량을 기존 3GW에서 10GW로 대폭 상향하며 2030년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30% 달성 을 핵심 목표로 내걸었다.
2026년 대한민국 태양광 시장은 신규 설치용량 기준으로 2025년과 유사한 약 4GW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치인 10GW에 비하면 여전히 큰 격차지만, 업계에서는 PPA(전력구매계약) 시장 확대, 계통 접속 문제 개선, 이격거리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며 중기적 가속화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 시행, 이격거리 규제 완화 논의, 계통 선로 문제 해소 등 그동안 산업 성장의 병목으로 지적돼 온 과제들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제도 개선은 단기간에 시장을 급격히 확대하기보다는 사업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 국제 비교: 세계는 달리고, 한국은 걷는다
한국의 상황은 국제 비교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2025 글로벌 전력 리뷰(Embe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청정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40.9%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특히 태양광은 단 3년 만에 발전량을 두 배로 늘리며, 2024년 한 해 동안만 474TWh가 증가했다. 같은 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다. 세계 청정전원 평균(40.9%)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석탄 발전이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 28% 줄었지만, 줄어든 몫을 재생에너지가 아닌 가스 발전이 메웠다. 석탄을 줄였지만 그 자리를 또 다른 화석연료가 채운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전 세계는 2025년에 814GW의 새로운 태양광·풍력 에너지 용량을 추가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7% 성장한 수치이며, 태양광과 풍력의 총 글로벌 용량을 4,174GW까지 끌어올렸다. 세계가 1년에 814GW를 추가하는 동안, 한국은 약 4GW 수준의 연간 증설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간극이 단순히 의지나 정책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의 국토 면적, 인구 밀도, 제조업 중심의 높은 전력 수요 구조, 상대적으로 낮은 일조량과 바람 조건이라는 자연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조건들이 극복 불가능한 장벽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일본, 독일처럼 비슷한 자연 조건에서도 더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달성한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결론: 지역 통계가 가리키는 세 가지 핵심 과제
2026년 4월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 데이터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공간 재편이 필요하다.
호남권 38.3%, 수도권 6.9%라는 지역별 태양광 발전량 편중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지리적 불일치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송전선로 완공까지는 수년이 더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의 출력제어 손실과 계통 불안정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대책, 특히 분산형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호남권 집중 배치와 수요 반응(DR) 시장 활성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풍력의 대반전이 필요하다.
태양광에 편중된 신재생 포트폴리오는 간헐성 리스크를 시스템 전체에 집중시킨다. 해상풍력은 이용률이 태양광보다 2배 이상 높고 야간 발전이 가능해 태양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최적 파트너다.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실질적 사업 착수로 이어지게 만드는 후속 제도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셋째, 속도가 문제다.
현재 연간 4GW 설치 페이스로는 2030년 100GW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소 2~3배의 설치 속도 가속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통 접속 지연 해소, 이격거리 규제의 합리적 재설계, PPA 시장 활성화, 인허가 간소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 이 과제를 실행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수년간 한국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얼마나 지을 것인가, 어떤 규제를 풀고 어떤 갈등을 조정할 것인가. 2026년은 그 선택이 실행으로 연결되는 분수령의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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