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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채용 시장 구조 변화와 인재 확보 전략: 대공채 시대의 급속한 퇴장과 ‘스킬 기반·팀핏(Team-Fit)’ 채용의 부상

대공채는 사라졌지만, 특정 직무와 조직 문화에 부합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긴장은 여전하다. Executive Summary 2026년 1분기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양적 팽창 이면에 극심한 질적 양극화와 구조적 단층을 내포하고 있다.

이우리 기자입력 2026년 3월 2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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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채용 시장의 새로운 풍경: ‘스킬 기반·팀핏(Team-Fit)’ 검증을 위한 그룹 면접 대기 현장.[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2026년 채용 시장의 새로운 풍경: ‘스킬 기반·팀핏(Team-Fit)’ 검증을 위한 그룹 면접 대기 현장.[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대공채는 사라졌지만, 특정 직무와 조직 문화에 부합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긴장은 여전하다. Executive Summary 2026년 1분기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양적 팽창 이면에 극심한 질적 양극화와 구조적 단층을 내포하고 있다.

대공채는 사라졌지만, 특정 직무와 조직 문화에 부합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긴장은 여전하다. 

 

 

Executive Summary


2026년 1분기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양적 팽창 이면에 극심한 질적 양극화와 구조적 단층을 내포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15~64세 고용률은 69.2%로 전년 동월 대비 0.3%p 상승하며 견고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3%로 1.0%p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7.7%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은 과거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던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일자리를 큰 폭으로 위축시키는 'AI 충격(AI Shock)'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 경제적 변화 속에서 기업의 채용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뒤바뀌었다. 과거 대규모 인원을 선발해 장기간 육성하던 ‘공채형 컬처핏(Culture-Fit)’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대신 당장 실무에 투입 가능한 4~7년 차 경력직 중심의 '소규모 수시 채용'과, 특정 부서의 업무 리듬에 부합하는 '팀핏(Team-Fit)' 중심의 선발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지원자의 학력이나 스펙보다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AI 리터러시’를 평가하는 ‘스킬 중심 채용(Skills-First Hiring)’이 대세로 굳어졌다.

본 KBR 스페셜 리포트는 2026년 최신 고용 통계와 산업계 HR 실태조사를 심층 분석하여,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HR 리더,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함의와 전략적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1. 거시 고용 지표의 착시와 세대별·산업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


2026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수치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체 취업자 수는 2,841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 4,000명 증가하며 3개월 만에 20만 명대 증가 폭을 회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 역시 69.2%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지표를 액면 그대로 ‘고용 훈풍’으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경영적·정책적 오판을 부를 수 있다. 고용 증가를 견인한 핵심 주체와 감소한 주체 간의 간극이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별 고용의 극단적 탈동조화

첫째, 세대별 디커플링 현상이다. 2월 취업자 수 증가는 철저히 60세 이상 고령층(+28만 7,000명)과 30대(+8만 6,000명)에 집중되었다.

반면, 미래 노동시장의 근간이 되어야 할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무려 14만 6,000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20대에서만 16만 3,000명이 줄어들며 전체적인 하락세를 주도했다. 청년 실업률은 7.7%로 치솟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거셌던 2021년 2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질병이나 이유 없이 구직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 인구가 70만 명 규모에 달한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은행 등 주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 흐름을 살펴보면, 미취업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청년이 계속 ‘쉬었음’ 상태에 머무를 확률은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구직 확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구직 단념 확률이 약 4.0%p 안팎으로 상승하고 구직 확률은 3.1%p가량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 (물론 연구 설계와 시점에 따라 구체적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인 방향성은 일치한다.) 이는 청년 고용 부진이 일시적 경기 침체 탓이 아니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에 청년들이 적응하지 못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이력 현상(Hysteresis)'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산업별 일자리 구조의 재편과 AI 충격

둘째, 산업별 일자리 구조의 재편이다. 과거 일자리 성장을 주도하던 고부가 가치 산업의 고용이 흔들리고 있다.

2026년 2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운수·창고업 등 대면 및 물류 관련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 ‘혁신 산업’으로 분류되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ICT) 취업자는 이례적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이른바 ‘AI 충격(AI Shock)’이 공식 통계로 가시화되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단순 코딩, 데이터 1차 가공 및 분석, 사무 보조, 초급 기획 등 주니어 연차가 주로 담당하던 엔트리 레벨(Entry-level) 직무들이 고도화된 생성형 AI와 자동화 솔루션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면서, 신입 및 저연차 전문직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주니어급 인력을 대거 채용해 기초 업무를 맡기지 않으며, 이를 AI로 해결하는 대신 소수의 고숙련 시니어 인력과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실무자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2. 비용 구조 관점의 채용 패러다임 변화: 왜 기업은 신입을 피하는가?


거시적 일자리 구조가 이처럼 변함에 따라 기업의 채용 방정식도 완전히 재작성되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기조, 내수 침체의 삼중고가 장기화하면서, 기업 경영진은 철저한 '비용 통제'와 '즉각적인 생산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되었다.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대규모 정기 공채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투자형 모델’이었다.

당장의 직무 능력보다는 지원자의 잠재력과 학벌, 태도를 평가해 수십, 수백 명을 일괄 선발한 뒤, 기업의 자체적인 연수원 교육과 수년간의 OJT(온더잡 트레이닝)를 거쳐 자사 맞춤형 인재로 길러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산업 생애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기술 변화 속도가 인재 육성 속도를 추월한 현재, 이러한 모델은 기업에 막대한 매몰 비용과 리스크를 안겨준다.

신입사원이 1인분의 몫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경쟁사는 이미 시장을 선점하며, 기껏 육성해 놓은 인재가 2~3년 차에 경쟁사로 이직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공채 시대는 급속히 퇴장하고 채용 공고를 올린 바로 그 직무에 내일 당장 투입되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핀셋’으로 솎아내는 소규모 수시 채용 전략이 산업계 전반에 안착했다. 이러한 기조 변화 속에서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계층은 단연 4~7년 차 중간 경력직이다.

주요 HR 플랫폼 및 컨설팅 기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실무 프로세스를 완전히 숙지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조직의 관성에 과도하게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AI 등)을 가장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4~7년 차 인재를 전사적으로 가장 선호한다.

동시에 신입 채용 시장에서는 이른바 '중고 신입(1~2년 내외의 짧은 실무 경력을 보유한 신입 지원자)' 선호 현상이 굳건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가트너(Gartner) 등 글로벌 경영 컨설팅 펌들은 최근 기업의 핵심 HR 리스크 중 하나로 '엔트리 직무(진입 단계 일자리)의 축소'를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이 순수 신입을 뽑지 않으니 청년들은 직무 경험을 쌓을 공식적인 통로를 잃게 되고, 직무 경험이 없으니 다시 수시 채용에서 탈락하는 가혹한 악순환의 굴레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구직자들은 정규직 입사 대신 부트캠프, 단기 인턴십, 프로젝트 기반 프리랜서, 마이크로크레덴셜(Micro-credential·단기 직무 인증 자격) 등을 통해 억지로라도 '대체 실무 경력'을 만들어내야만 좁은 취업문을 뚫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3. 직무 역량 평가의 새 기준: '스킬 기반 채용'과 'AI 리터러시'의 필수화


2026년 기업들이 인재를 선발할 때 학력, 전공, 연차 등 전통적인 간판(Spec)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한 것은 지원자가 특정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보유한 실제 기술 셋(Skill Set)과 비즈니스 문제 해결 능력을 집요하게 검증하는 ‘스킬 기반 채용(Skills-First Hiring)’이다.

스킬 기반 채용은 이력서에 적힌 화려한 타이틀보다는,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 어떤 도구(Tool)를 사용하여 얼마만큼의 가시적인(수치화된) 성과를 냈는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기업들은 이를 정확히 검증하기 위해 서류와 단발성 면접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과정 전반에 직무별 실습 과제 제출, 실전 코딩 테스트, 현업 상황을 가정한 롤플레잉형 면접 등 다양한 '과정형 평가' 기법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 스킬이자 채용의 당락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한 것이 바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다. 2026년 현재, 기업 환경에서 AI 활용 능력은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일부 IT 직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케터, 재무 및 회계 담당자, 인사 담당자, B2B 영업 사원 등 거의 모든 사무 및 기획 직군에 걸쳐 필수적인 하드 스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발표되는 주요 HR 트렌드 설문조사들을 종합하면, 대다수의 직장인(응답자의 약 80~90% 수준)이 이미 일상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AI 보조 도구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선도 기업들이 면접에서 요구하는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챗GPT에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단순 번역을 시키는 기초 수준이 아니다.

자신의 딥 다이브(Deep Dive)된 직무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AI에게 정확한 맥락과 조건을 지시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능력을 갖추었는가, AI가 도출한 데이터나 결과물의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어 교정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지녔는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가가 평가의 핵심이다.

똑같은 5년 차 실무자라도 AI를 지렛대 삼아 팀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과 전통적 방식에 머무는 사람 간의 평가 보상과 몸값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좁히기 어려운 구조적 격차로 벌어지고 있다.

4. 조직 문화 적합성의 진화: '컬처핏(Culture-Fit)'을 넘어 '팀핏(Team-Fit)'으로


직무 역량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진 만큼,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인성과 조직 적합성을 평가하는 잣대 역시 중대한 질적 변화를 맞이했다.

수십 년간 한국 기업의 인재 채용과 평가를 지배해 온 핵심 단어는 단연 '컬처핏(Culture-Fit)'이었다.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다소 추상적인 전사적 핵심 가치나 인재상에 지원자의 개인적 성향이 부합하는지, 나아가 기존 조직 문화에 큰 마찰 없이 둥글둥글하게 융화될 수 있는지를 보는 암묵적 기준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트렌드가 초단위로 급변하고, 팬데믹 이후 정착된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원격 및 출근 근무의 혼합)와 애자일(Agile) 기반의 유연한 조직 운영이 일상화된 2026년에는 전사 차원의 거시적인 컬처핏의 효용이 크게 떨어졌다.

그 대신 당장 지원자가 입사 후 배치될 해당 실무 팀 내에서의 궁합과 화학적 결합도를 의미하는 ‘팀핏(Team-Fit)’이 채용의 가장 중요한 정성적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본사가 아무리 훌륭한 비전을 가졌더라도, 매일 업무를 조율하고 부대끼며 일해야 하는 파트장 및 동료들과 업무 리듬(커뮤니케이션 방식, 피드백 수용 속도, 갈등 발생 시 해결 방식 등)이 엇박자를 낸다면 해당 인재는 결국 조기 퇴사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팀핏 중시 현상으로 인해 면접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인사팀이나 고위 임원진에서 일선 실무 조직의 리더와 팀원들에게로 대거 이동했다.

함께 일할 동료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해 지원자의 실제 협업 방식과 태도를 정밀하게 타진하는 '동료 면접(Peer Interview)'이 필수 전형으로 안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아가, 혁신 지향적인 선도 기업들은 기존 조직원들과 지나치게 동질적인 인재만 뽑아 집단 사고(Groupthink)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의 기존 분위기와 다소 이질적이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 방법론을 더해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컬처애드(Culture-Add)’ 관점을 채용 평가표에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5. HR 테크의 진화와 '휴먼 터치(Human Touch)' 역량의 재발견


이러한 채용의 질적 변화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주체는 나날이 진화하는 HR 기술이다.

2026년 많은 기업의 HR 예산 중 상당 부분이 'AI 기반 채용 관리 솔루션(AI ATS: Applicant Tracking System)' 구축과 고도화로 향하고 있다. 수백, 수천 장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단 몇 분 만에 텍스트 마이닝하여 스크리닝하고, 회사에서 작성한 직무 기술서(JD)의 요구 조건과 지원자 보유 스킬 간의 일치도를 점수화하여 HR 담당자에게 추천하는 AI 에이전트는 이미 일상적인 툴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경영진이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있다.

성공적인 선도 기업들의 경우, AI의 도입 목적을 채용 프로세스의 '완전한 무인 자동화'에 두지 않고 'HR 담당자 및 리더의 본질적 역할 고도화'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AI를 채용의 최종 결정권자(판단형 AI)로 무리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면접관이 지원자의 이면을 파악할 수 있도록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 세트를 제공받는 조력자(지원형 AI)로 활용한다.

AI가 단순 서류 스크리닝, 면접 일정 조율, 데이터 정량 매칭 등 기계적이고 소모적인 행정 업무를 완벽히 대신해 주는 동안, 실무 면접관과 HR 리더들은 지원자와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기업의 비전과 비즈니스 가능성을 설득하는 '휴먼 터치(Human Touch)'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데이터와 AI 중심의 시대가 심화할수록 기계가 쉽게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중심 역량(Human-centric Skills)'의 시장 가치는 급격히 치솟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KPC) 등 주요 기관의 최근 HRD(인적자원개발) 트렌드 조사 흐름을 보면, 기업들은 직무별 전문 하드 스킬 교육에 여전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동시에 공감 기반의 리더십,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능력, 고차원적 윤리적 판단, 글로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이른바 소프트 스킬(Soft Skill) 강화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정 소프트웨어나 코딩 언어 같은 기술적 역량은 2~3년만 지나도 쉽게 노후화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조직 내외부의 신뢰 자본을 구축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은 끝까지 살아남아 기업의 방어막이 된다는 경영계의 깊은 위기감과 통찰이 반영된 결과다.

6. 방어적 HR 전략: 외부 영입에서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와 리텐션으로


채용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략적 축은 역설적으로 '기존 핵심 인재의 이탈을 철저히 방어하는 것(Retention)'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완벽한 스킬셋을 갖춘 4~7년 차 우수 경력직을 외부 노동 시장에서 새롭게 수혈하는 데 드는 막대한 채용 수수료, 사이닝 보너스, 그리고 무엇보다 영입 인재가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할 리스크를 감안할 때, 외부 영입은 매우 고비용의 도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회사의 고유한 조직 문화를 체화하고 비즈니스 수익 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내부 직원을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여 핵심 인재로 재성장시키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타당한 경영 전략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기업과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부 채용 공고를 내기 전에 사내 임직원들에게 먼저 새로운 포지션으로의 이동 기회를 우선 부여하는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Internal Talent Marketplace)' 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는 부서 간의 이기주의나 칸막이 현상(Silo)을 타파하고, 직원이 스스로 자신의 중장기 커리어 지향점에 맞춰 타 부서의 혁신 프로젝트에 단기 참여하거나 아예 직무 자체를 전환(Job Rotation)할 수 있는 플랫폼 인프라를 마련해 준 것이다. 본인의 성장 정체나 업무 권태감을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던 에이스급 인재들이 조직 밖으로 나가는 대신, 조직 내부에서 새로운 자극과 기회를 찾도록 물길을 돌리는 강력한 리텐션 장치다.

물론 이러한 내부 인재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업 차원의 선제적이고 대규모의 스킬 재교육(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과거처럼 형식적인 사내 온라인 의무 교육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존의 단순 사무행정 직군이 데이터 분석가로, 오프라인 현장 영업직이 디지털 마케터로 완전히 직무를 전환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강도 높은 학습 경로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의 장기적인 커리어 생존과 성장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지원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수 인재가 조직에 오랫동안 헌신하고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동인이다.

7. 결론 및 의사결정을 위한 시사점


2026년 1분기의 노동시장 통계와 현장의 채용 트렌드는 대한민국 경영 생태계에 양적 성장의 시대가 확실히 저물고 철저한 '질적 밀도(Density)'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고용 증가세 이면에 숨겨진 청년 세대의 구조적 고립, AI로 인한 엔트리 직무의 소멸과 새로운 하이엔드 직무의 생성이라는 거센 격랑 속에서, 기업과 정책 당국, 그리고 개인은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다음과 같은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째, 기업 CEO 및 CHRO(최고인사책임자) 등 경영진의 관점이다.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획일화된 인사 제도와 잠재력 중심의 일괄 공채 방식에 대한 미련을 단호히 버려야 한다.

부서별, 직무별로 요구되는 핵심 스킬과 구체적인 AI 도구 활용 능력을 데이터에 기반해 명확히 정의(Job Description의 초정밀 고도화)하고, 스킬 기반의 소규모 수시 채용 프로세스를 전사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면접 과정에서는 피상적인 스펙 대신 직무 수행의 결과물을 증명할 과제형 전형을 확대하고, 지원자와 팀원 간의 케미스트리를 검증하는 '팀핏' 평가 권한을 일선 실무 조직에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 인재의 환승 이직을 막기 위해 획일적 기본급 중심의 보상을 탈피하고, 개인의 성장 욕구를 채워줄 내부 직무 이동의 자유도(내부 인재 마켓)와 철저한 성과 중심의 맞춤형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생존할 수 있다.

둘째, 정부 및 정책 입안자의 관점이다.

청년 실업률 7.7%와 70만 명에 육박하는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기인한 국가적 경제 손실이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꺼리고 4~7년 차 경력직만 찾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 노무 위주의 단기적인 공공 알바 일자리 사업으로 통계를 방어하려는 미봉책을 중단하고, 청년들이 실제 기업 비즈니스 현장에서 통용되는 AI 리터러시와 현업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일경험 바우처' 및 '민관 합동 실무 부트캠프'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시장의 극단적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신규 채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유연성 확보 및 경직성 완화 논의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구직자 및 현직 직장인 개인의 관점이다.

이름 있는 대학의 졸업장이나 특정 자격증 한두 개로 평생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직장인 스스로 자신의 현재 직무가 향후 2~3년 내에 AI 기술에 의해 어떻게 자동화되거나 진화할 것인지를 냉정하고 뼈아프게 예측해야 한다.

스스로 일상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끊임없이 접목하여 남들보다 압도적인 생산성을 증명하고, 자신의 주특기 외에도 유관 부서의 직무 영역을 폭넓게 이해하며 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크로스 스킬(Cross-Skill)'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회사라는 울타리에 자신의 커리어를 수동적으로 의탁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커리어 설계의 운전대를 쥐고 끊임없이 자신의 스킬을 재편(Reskilling)하는 '커리어 오너십(Career Ownership)'만이 초불확실성 시대의 유일한 개인적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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