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단 규모가 440대 초반을 훌쩍 넘어서며 외형적 팽창을 이뤘으나, 이를 지탱할 정비(MRO) 인프라 내재화와 단위당 원가(CASK) 통제력이 향후 항공사들의 생존을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ecutive Summary
2026년 3월 현재, 주요 국적 항공사들의 2025년 사업연도 결산 공시가 속속 발표되면서 팬데믹 이후 외형 팽창에 집중했던 항공업계의 냉혹한 실적 성적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제출 자료 및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국내 국적사의 운용 기단은 2024년 말 416대에서 2025년 말 기준 441대로 집계되며 당초 도입 계획(432대)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기단 공급 확대 이면에는 장기화된 고환율과 운항 원가 상승이라는 무거운 재무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개된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외형 유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대규모 적자로 전환하는 실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 한계가 지표로 입증되면서 LCC 진영은 장거리 포트폴리오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항공 정비(MRO) 인프라의 심각한 해외 의존도(LCC 기준 71.1%)와 원가 통제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 리포트는 2026년 현재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최신 공시 데이터와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단순 공급 확대에서 단위당 원가(CASK) 통제력으로 전환된 항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점검한다.
사상 최대 441대 돌파, 기단 확대가 불러온 공급의 역학
국내 항공산업을 관통하는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는 전례 없는 수준의 기단 팽창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항공기 보유 현황 및 도입 계획’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국적 항공사들이 운용 중인 상업용 항공기는 총 416대(여객기 374대, 화물기 42대)로 집계되며 이미 과거의 고점을 넘어섰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여객기 송출과 기단 축소를 겪었던 업계가 완연한 회복을 지나 새로운 팽창 사이클에 진입했음을 수치로 입증하는 대목이다.
2024년 말 기준 기업별 세부 기단 분포를 살펴보면 시장의 지배 구조가 명확히 드러난다.
대한항공이 165대를 운용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로서의 선두를 굳건히 지켰고, 아시아나항공이 83대로 그 뒤를 이었다. LCC 진영에서는 제주항공 41대, 티웨이항공 38대 등을 포함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물량 경쟁이 전개되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25년을 관통한 공격적인 공급 흐름이다. 당초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계획안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54대를 새로 도입하고 38대를 처분해 연말 기준 432대를 운용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실제 2025년 말 기준 집계치는 441대로, 계획을 소폭 상회하며 업계 전반의 공격적인 기단 확대 기조를 명확히 입증했다. 단순한 대수 증가뿐 아니라, 구형 기재를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신기재로 교체하는 질적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단 확대는 재무제표 관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항공기 도입과 동시에 발생하는 리스 부채, 감가상각비, 초기 정비 충당금 등 막대한 고정비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플릿(Fleet) 확대 추세가 실제 여객 수요 증가율을 초과하여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Overcapacity)에 따른 노선별 운임 하락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시장 안팎에서 반복되고 있다.
늘어난 좌석을 채우기 위해 단가 인하 출혈 경쟁을 불사해야 했던 과거 아시아 노선의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공시표에 각인된 수익성 양극화: 제주항공 실적 분석과 고환율 리스크
외형 팽창이라는 거시적 지표와 달리, 2026년 1분기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확인되는 개별 항공사의 영업 실적은 수익성 측면에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팬데믹 직후의 이른바 '보복 여행' 국면에서처럼 단순 공급 확대만으로 전사적 실적이 개선되는 구도는 뚜렷이 약화된 상태다. 무엇보다 항공업 특유의 비용 구조가 재무 건전성의 발목을 잡았다.
항공기 리스료, 항공유 결제, 주요 정비 부품 도입 등 핵심 영업비용 항목 중 상당 비중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장기화된 고환율 국면은 국내 항공사들의 원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대형 LCC인 제주항공의 최근 2년간 실적 궤적은 거시경제적 환경과 내부 투자 비용이 맞물렸을 때 나타나는 재무적 변동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확정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조 9,358억 원, 영업이익 799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025년 연결 기준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이 1조 5,7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 줄고 영업손실 1,109억 원을 기록하며 뼈아픈 적자로 전환했다.
이러한 급격한 실적 하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형 기재를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모델인 B737-8을 대거 도입하는 과정에서 초기 정비 및 인력 교육 비용이 크게 발생했고, 자체적인 안전 기준 강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부 노선의 공급을 조절한 조치가 단기적인 매출 공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장기화된 고환율과 단거리 노선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여객 단가 하락 요인이 맞물려 전사적 실적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반등의 여지는 확인된다. 2025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분리해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4분기에만 매출 4,746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을 기록하며 약 5개 분기 만에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단 운용의 효율을 끌어올린 체질 개선 작업이 연말을 기점으로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에어프레미아 사례와 LCC 진영의 장거리 포트폴리오 다변화
아시아권에 집중된 단거리 중심의 전통적 LCC 수익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업계의 전략적 시선은 자연스럽게 객단가가 높은 중장거리 노선으로 쏠리고 있다.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단거리 중심 모델 특성상, 장거리 노선 진출이 사실상 핵심 대안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의 여객 지표는 시장 재편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운송 실적 통계 및 회사 자체 집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2024년 단 5대의 대형 항공기로 2,783편을 운항해 76만 5,503명의 승객을 수송했고, 평균 탑승률은 86.1%를 기록했다. 신생 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견고한 수요 흡수력을 증명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데이터는 노선별 여객의 구성 비율이다. 에어프레미아의 2024년 장거리 노선(미주·유럽 등) 여객 비중은 전체의 56%(42만 8,600명)를 차지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단거리 노선 비중을 추월하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에어프레미아의 수치는 기존 대형항공사(FSC)가 독과점하던 프리미엄 장거리 시장에 '합리적 운임과 타협하지 않는 좌석 편의성'을 결합한 신규 사업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역으로 기존 LCC들에게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다.
현재 주요 LCC들이 초기 투자 비용 증가와 운항 인가 지연 등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대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데이터적 확신에 기반한다.
결과적으로 2026년 현재 항공 시장은 단거리 운임 할인 경쟁을 넘어, 장거리 노선 공급 확대와 신규 진입으로 인해 고단가 수요를 둘러싼 경쟁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단 팽창의 아킬레스건: 정량 데이터로 본 MRO 인프라 한계
비행기 대수는 440대 초반을 훌쩍 넘어섰고 장거리 노선이라는 새로운 전장이 열렸지만, 이를 지상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할 산업적 기반은 기단 확대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량적 데이터로 확인되는 국내 항공 정비(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인프라의 해외 의존도는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자체 정비(국내 정비) 비중은 2019년 54.5%에서 2023년 41%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LCC 진영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주요 LCC의 해외 정비 의존도는 2019년 62.6%에서 최근 71.1%까지 치솟아, 사실상 정비 물량 10건 중 7건을 해외 업체에 맡기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일각의 산업 연구 조사에서는 특정 LCC의 경우 해외 정비 의존도가 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도의 해외 의존적 정비 구조는 고환율 국면에서 대규모 달러 유출을 동반하며, 항공사의 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운항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해외 정비 슬롯 확보가 지연될 경우, 이는 연쇄적인 항공기 지연 및 결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정비 슬롯 확보 지연이 잠재적으로 지연·결항 위험을 키우고 안전성 관리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절차가 가시화됨에 따라 파생된 노선 재편 역시 주요 변수다.
EU(유럽연합) 경쟁 당국의 승인 조건에 따라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핵심 도시의 운수권과 슬롯 일부가 티웨이항공 등 LCC로 이전되는 구조가 확정되면서, 해당 LCC들의 장거리 운항 역량이 중장기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장거리 노선의 안정적 운항을 위해서는 고도화된 자체 정비 시스템과 현지 공항에서의 돌발 변수 대처 능력이 필수적이다.
정비 및 조업 인프라 기반이 연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장거리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단기 매출 확대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 재무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론: 맹목적 팽창을 넘어, 철저한 수익성 검증의 무대로
2026년 3월 현재, 주요 항공사들의 공시 실적과 국토교통부의 최신 기단 및 여객 통계가 교차 검증하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지형도는 명료하다.
시장은 비행기를 띄우기만 하면 만석을 기록하고 현금이 창출되던 과거의 단편적인 호황기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실제 441대로 집계된 역대 최대 규모의 기단 팽창 이면에는, 1,100억 원대 연간 영업손실을 감내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LCC의 뼈아픈 연결 재무제표와, 5대의 기재만으로 장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효율성을 입증한 신규 사업자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은 2026년 항공업계의 핵심 경영 패러다임이 외형적 '규모의 경제'에서 '단위당 원가(CASK) 통제'와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시사한다.
장기화된 외환 변동성에 대한 내성 확보, B737-8과 같은 신형 기재 도입에 따른 초기 비용의 조기 안정화, 그리고 수치로 확인된 70%대 이상의 MRO 해외 의존도를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지가 향후 개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절대적 지표가 될 것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경고되는 가운데, 무리한 노선 확장보다는 보유 기단의 가동 효율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헤지(Hedge)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각 항공사가 분기 공시를 통해 어떠한 원가 통제력과 장거리 생존 능력을 시장에 증명해 낼 것인지, 그 치열한 재무적 체질 개선의 과정이 향후 국내 항공산업의 최종 승자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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