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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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역설과 내부통제 붕괴… 벤츠 ‘배터리 기만’이 남긴 거버넌스 실패의 교훈

2026년 3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에 부과한 112억 3,900만 원 규모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는 단순한 불공정거래행위 제재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급망 정보의 의도적 은폐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대한 거버넌스(Governance) 실패 사례다.

박소유 기자입력 2026년 3월 1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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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의 중심이 된 벤츠의 전기 SUV 모델인 ‘EQE SUV’의 주행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공정위 제재의 중심이 된 벤츠의 전기 SUV 모델인 ‘EQE SUV’의 주행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2026년 3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에 부과한 112억 3,900만 원 규모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는 단순한 불공정거래행위 제재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급망 정보의 의도적 은폐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대한 거버넌스(Governance) 실패 사례다.

2026년 3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에 부과한 112억 3,900만 원 규모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는 단순한 불공정거래행위 제재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급망 정보의 의도적 은폐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대한 거버넌스(Governance) 실패 사례다.

전기차(EV)는 기업의 환경(Environment) 친화적 전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제품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의 출처를 속이고 화재 리스크를 은폐한 이번 사태는, 겉으로는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인 제품 안전과 소비자 권리라는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거버넌스(Governance) 원칙을 철저히 기만한 결과로 해석된다.

본지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와 제재 내용을 바탕으로, 벤츠의 배터리 정보 은폐 사건이 남긴 ESG 경영상의 치명적 오류와 실무적 교훈을 심층 분석했다.

공급망 투명성의 훼손과 의도된 정보 비대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철저하게 기획된 ‘정보의 은폐와 왜곡’에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벤츠는 2023년 6월부터 전기차 모델인 EQE와 EQS에 중국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 셀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지침에는 마치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기재했다.

파라시스는 EQE가 한국 시장에 출시되기 직전인 2021년 3월, 중국 현지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을 단행한 이력이 있는 제조사다. 반면 CATL은 인지도와 기술력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고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누락했다. 심지어 딜러사들에게는 CATL 배터리의 우수성을 강조해 영업하라는 지침까지 하달했다.

ESG 관점에서 공급망(Supply Chain) 투명성은 기업이 지켜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탑승자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부품의 제조사가 어디인지, 과거 어떤 결함 이력이 있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넘어 기업의 기본적 윤리경영에 해당한다.

그러나 벤츠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핵심 공급망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강조되는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 및 투명성 확보 기준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다.

내부통제의 붕괴와 이사회의 감시 기능 상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기만행위가 한국 법인의 단독 일탈이 아니라, 독일 본사의 묵인과 방조, 나아가 적극적인 개입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판매 지침의 주요 내용을 독일 본사에 사전 보고했다.

놀라운 것은 독일 본사가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해당 지침을 ‘우수 사례’로 선정해 다른 국가의 법인에도 소개하고 전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업의 내부통제(Internal Control) 시스템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체계가 완전히 작동을 멈췄음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거버넌스 구조라면, 마케팅 부서나 지역 법인이 단기적 매출 확대를 위해 리스크가 있는 정보를 은폐하려 할 때 리스크 관리 부서나 컴플라이언스 조직, 나아가 이사회가 이를 통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벤츠의 의사결정 구조 내에서는 제품의 안전성 리스크나 소비자 기만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보다 단기적인 판매 실적이 우선시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거버넌스 붕괴는 112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과징금뿐만 아니라, 법인의 검찰 고발이라는 최악의 사법 리스크로 이어졌다.

역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 제재 중 쿠팡(1,628억 원), 통신 3사 및 제조사(463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

본사가 직접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향후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의 거버넌스 부문 등급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관계자 신뢰 상실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적 비용


기업의 비윤리적 의사결정은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벤츠의 정보 은폐는 2024년 8월 1일 발생한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을 기점으로 그 민낯이 드러났다.

화재로 인해 차량 40여 대가 전소되고 100여 대가 피해를 입는 등 지역사회에 심각한 물적, 심리적 타격을 입혔다. 벤츠는 이 대형 화재 논란이 확산된 직후인 8월 13일에야 마지못해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를 공개했다.

은폐 기간 동안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차량은 약 3,000대가 팔렸으며, 판매 금액은 약 2,810억 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안전성이 검증된 1위 기업의 배터리가 탑재된 줄 알고 고가의 차량을 구매했으나, 결과적으로 잠재적 화재 리스크를 안고 운전대를 잡은 셈이 되었다.

이는 즉각적인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반발로 이어졌다. 현재 공정위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만 90건을 넘어섰으며,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정은 소비자들이 벤츠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핵심 법적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단기적인 매출 2,810억 원을 지키려다 브랜드 가치 훼손,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 그리고 과징금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이다. 진정성 없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안전워싱(Safety-washing)’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무 인사이트]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업의 대응 과제


벤츠 사태는 국내외 모든 기업의 실무진과 경영진에게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ESG 경영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 내부통제 장치가 요구된다.

첫째, 마케팅 및 제품 제원 공시에 대한 '교차 검증(Cross-validation) 프로세스'의 의무화다.

영업 및 마케팅 부서가 작성하는 판매 지침이나 홍보물은 반드시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특히 제품의 핵심 부품, 안전과 직결된 공급망 정보에 대해서는 임의적인 가공이나 누락을 원천 차단하는 내부 규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둘째, '공급망 리스크의 투명한 관리와 선제적 공시'다.

글로벌 규제 당국과 소비자는 이제 완제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의 정보까지 요구하고 있다.

과거 리콜 이력이 있거나 안전성 논란이 있는 부품을 사용할 경우, 이를 숨기는 것은 더 큰 재무적 타격으로 돌아온다. 실무진은 부품 공급망의 이력을 추적하고,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투명하게 시장에 소통하는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

셋째, '비재무적 리스크의 이사회 보고 체계 강화'다.

벤츠 사태처럼 현장의 중대한 정보가 왜곡된 채 본사로 올라가고, 이를 다시 승인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전담 부서가 경영진의 영업 목표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안전이나 규제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은 즉각적으로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나 감사위원회에 직보되는 핫라인(Hotline) 체계가 필수적이다.

결론: 투명성이 곧 최고의 위기관리 전략이다


벤츠의 배터리 기만 판매 사태는 기술력과 역사적 명성을 자랑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투명성을 잃는 순간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제품 정보를 은폐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영상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현재 글로벌 경영 환경은 기업에게 고도의 윤리적 책임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단기적인 악재나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진실을 덮는 행위는 결국 수십 배의 재무적 손실과 브랜드의 치명상으로 돌아온다.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자사의 공급망 관리 체계를 밑바닥부터 점검하고 조직 내 숨겨진 리스크가 없는지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신뢰는 구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단 한 번의 거짓말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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