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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등 속 한·일 주유소 가격 격차, 정책이 만든 ‘9배 안팎’의 인상 폭 차이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한국과 일본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 상승 폭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한 2월 28일을 기준으로, 이후 8일 동안 한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원 넘게 뛰었다.

류현진 기자입력 2026년 3월 1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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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충격에도 정부의 도매 단계 직접 보조금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매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도심의 주유소 전경.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외부 충격에도 정부의 도매 단계 직접 보조금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매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도심의 주유소 전경.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한국과 일본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 상승 폭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한 2월 28일을 기준으로, 이후 8일 동안 한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원 넘게 뛰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일본 주유소의 가격 인상 폭은 20원대에 그쳤다. 동일한 외부 충격 속에서도 국내외 언론이 “약 9배 안팎”의 인상 폭 차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양국의 소매 시장 변동성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일본은 2024년 기준 원유 수입량의 약 95.9%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한국은 최근 기준으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대략 70% 안팎에 형성돼 있다.

양국 모두 외부 에너지 충격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이처럼 소매 가격에서 9배 수준에 달하는 궤적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개별 정유사의 마진 정책이나 환율 등 일차원적 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도 한·일 소매 가격의 인상 폭이 이렇게까지 엇갈린 배경에는, 도매 단계 직접 보조금(일본)과 소비 단계 세제 중심 완충(한국)이라는 국가적 정책 설계의 차이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심층분석에서는,  양국의 석유 제품 가격 결정 구조와 정부 개입 방식의 차이가 실제 유통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심층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글로벌 충격을 흡수하는 양국 정유 시장의 가격 반영 구조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내수 시장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등을 통한 중동 수입 의존도를 보면, 일본이 95%를 상회하며 대략 70% 안팎인 한국보다 구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훨씬 더 민감하게 노출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2026년 3월 초 기준 주유소 간판에 찍힌 소매 가격의 변동 폭은 이러한 기초 체력의 열세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692.89원이었고, 3월 8일에는 1893.30원으로 올라 8일 사이 200.41원 상승했다. 같은 시기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2.3엔, 우리 돈으로 약 21~22원 오르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같은 외부 충격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소매 가격 인상 폭은 명목(nominal) 기준으로 대략 9배 안팎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양국의 가격 반영 방식과 국내 정유 시장의 유통 구조, 그리고 국가적 비상 대응 여력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물로 분석된다.

한국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중심의 유통망은 싱가포르 국제 제품 시장의 현물 가격 변동을 국내 주유소 공급가에 기민하게 연동하는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국제 가격이 오르면 즉각적으로 다음 주 공급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반면 일본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의 기울기가 완만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더불어 막대한 에너지 비축 여력이 맞물려 작동한 결과다.

국내 언론과 에너지 당국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소비 기준 약 208일분, 일본은 약 254일분 수준의 전략 비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확보한 한 달 이상의 추가적인 물리적 여력이 도매가격의 단기 급등을 1차적으로 제어하는 심리적·실무적 버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조금 투입과 세제 개편이 빚어낸 이중 완충력


일본이 ‘에너지 섬’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주유소 판매 가격의 급변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핵심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가동 중인 촘촘한 정책적 개입 장치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1년 고유가 국면에서 처음 도입한 ‘연료 가격 완화 제도’를 보조금 단가와 상한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차례 연장해 왔다.

이 제도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여 소매 가격이 정부가 설정한 특정 기준선을 초과할 조짐을 보일 경우, 석유 제품 도매업자인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 완충 제도의 핵심은 최종 소비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간접 지원이 아니라, 도매상에게 보조금을 현금성으로 지원함으로써 소매상에 넘기는 도매 공급가 자체를 원천적으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데 있다.

정유사가 보조금을 받은 만큼 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넘기고, 주유소는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는 흐름이다. 여기에 주유소 현장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결제 할인이나 회원 전용 프로모션 등 민간 차원의 혜택이 더해지며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방어선은 더욱 견고해진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대적인 세제 개편까지 단행되며 가격 안정화의 완충력이 더해졌다.

2025년 11월 일본 여야 6당은 휘발유세에 붙어 있던 리터당 25.1엔 규모의 잠정세율을 2025년 12월 31일부로 전면 폐지하고, 경유 잠정세율 역시 2026년 4월 1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관련 법안이 같은 해 11월 말 참의원 본회의를 최종 통과함에 따라, 1974년 오일쇼크 당시 도로 정비 재원 마련을 명목으로 도입되어 반세기 넘게 유지된 휘발유 잠정세율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잠정세율 폐지에 따라 세제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격 인하 효과가 추가로 발생하지만, 위기 국면에서 근본적으로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여전히 도매 단계에 대한 직접 보조금이다.

도매 단계에서의 직접 개입은 국제 유가의 우상향 곡선이 소비자 영수증에 도달하기 전에 강력한 차단벽을 세우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된다는 치명적인 맹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일본 내부의 전문가와 언론을 통해서도, 특정 산업의 수익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는 형평성 논란이나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해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비판 지점이다.

한국 유류세 인하 정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와 선반영 논란


일본과 달리 한국 정부가 국제 유가 급등 국면마다 최우선으로 꺼내 드는 거시 경제 정책 카드는 유류세 인하 조치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고정적인 세금 비중이 전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정부는 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 유류세를 법정 탄력세율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인하함으로써,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기본 가격의 ‘하한선’을 끌어내리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정책은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박스권 내에서 완만하게 움직일 때는 분명한 체감 효과를 내지만, 지정학적 무력 충돌 등으로 국제 현물 가격 자체가 폭등하는 비상 국면에서는 그 완충력이 급격히 상실된다.

유류세 인하는 종량세 구조인 고정 세금을 덜 걷을 뿐, 해외에서 들여오는 도입 원가와 정제 마진이 상승하는 것 자체에는 전혀 개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으로 국제 제품 가격이 급상승하면, 유류세가 최대치로 깎인 상태라 하더라도 도매가와 소매가는 국제 가격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영해 비슷하게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유류세 인하는 펌프에서 나오는 기름값의 초기 출발선을 낮춰줄 뿐, 외부 충격으로 도매·소매가격 상단이 빠르게 돌파당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막기에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한국 특유의 정유 및 주유소 유통 구조는 이러한 정책적 한계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MBC·KBS 등 주요 방송과 언론은 국제 유가가 실제로 도입 원가에 온전히 반영되기도 전에 국내 주유소 가격이 시차 없이 급등했다며 ‘선반영’ 논란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일선 주유소 현장에서는 향후 비싸게 도입될 원가를 선제적으로 방어한다는 명목하에 가격을 선반영해 올리는 관행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국제 유가 하락기에는 기존에 확보한 고가 재고 소진을 이유로 판매가 인하를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거센 비판도 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소비자들은 정부의 막대한 세수 포기 조치가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전에, 8일 만에 200원 넘게 치솟는 가파른 가격 폭등을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재정 출혈과 시장 충격 사이에서 당국이 마주한 정책적 딜레마


현재 한국과 일본이 운영 중인 석유 제품 가격 안정화 체계는 각각 뚜렷한 거시 경제적 딜레마를 안고 있으며, 실무적으로 상충하는 과제들을 던져준다.

실무 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보조금 제도는 국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을 즉각적으로 억제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를 방어하는 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제도가 장기화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막대한 재정 지출은 국가 부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정부에 치명적인 잠재 리스크로 작용한다. 출구 전략을 적기에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지속적인 재정적 과제로 남아 있다.

반면 한국은 석유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고, 민간 기업의 마진 구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8일 만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넘게 폭등하는 극단적인 단기 변동성을 가계와 내수 시장 전체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기름값의 가파른 상승은 단순한 출퇴근 가계 부담을 넘어, 화물 운송 등 전 산업의 물류비용 증가로 즉각 전이된다. 이는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비용 인상형(Cost-push)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여 경기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시급한 거시적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현재,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일각에서는 기존의 조세 감면(유류세 인하) 카드만으로는 비정상적인 시장 충격 방어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석유 제품에 대한 한시적인 최고가격제(캡) 지정 등 새로운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 대상으로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간 철저히 시장 자율 논리에 맡겨두었던 가격 결정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책 내부의 깊은 고민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정책 당국이 국가의 재정 건전성 유지와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타협점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KBR Insight

  • 확인된 사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692.89원이었고, 3월 8일에는 1893.30원으로 올라 8일 사이 200.41원 상승했다. 같은 시기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2.3엔, 우리 돈으로 약 21~22원 오르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소매 가격 인상 폭은 대략 9배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 점검할 지점: 소비 단계 세제 중심 완충(한국)과 도매 단계 보조금 중심 완충(일본)이라는 정책 설계 차이가 극단적인 단기 가격 변동성에서 상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의 유류세 인하는 하한선을 낮출 뿐 가격 상단 돌파를 방어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 시사하는 바: 극심한 외부 충격 시 종량세 조세 감면 중심의 체계는 즉각적인 방어막 역할에 한계가 뚜렷함을 실증적인 수치로 보여주었다. 향후 국내 도입이 거론되는 가격상한제 등 새로운 완충 장치의 타당성과 부작용(시장 왜곡 및 재정 부담 확대)을 실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외부 충격에 대비할 국내 유통망이 점검해야 할 과제


결과적으로 양국의 주유소 영수증에 찍힌 수치의 명확한 격차는, 어느 한 국가의 정책이 경제학적으로 절대적인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기보다 외부 충격을 방어하는 제도의 철학과 접근 방식의 근본적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지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고유가 비상 국면 속에서 한국 유통망과 정책 당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현행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꾸준히 제기되는 가격 비대칭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다.

올릴 때는 가파르게 선반영하고 내릴 때는 여러 이유로 시간이 지체되는 관행을 투명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정부가 향후 어떤 형태의 세제 지원책을 연장하더라도 정책이 의도한 체감 효과는 시장에서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약 208일분으로 파악되는 국가 전략 비축유를 유사시 가장 적절한 시점에 방출하여, 도매가격의 단기 변동성과 수급 불안을 선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비상 계획의 실효성 점검도 시급히 요구된다.

더불어 향후 정부 차원에서 최고가격제나 유사한 직접 개입 검토가 본격화될 경우, 정유업계의 수익성 변동과 일선 주유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공급 회피 및 수급 불균형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부작용을 통제할 정교한 실무적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성공적인 정책 전환을 위한 필수적인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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