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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너머 ‘자연 자본’으로… 생물다양성 공시(TNFD) 본격화와 기업의 ‘네이처 포지티브’ 전환 과제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공시(TNFD) 본격화에 따라, 자연은 이제 훼손의 대상이 아닌 기업이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재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환경(E) 경영 패러다임이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보호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최수진 기자입력 2026년 3월 6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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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활동과 자연 자본의 상호 의존성을 보여주는 상징 이미지.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 기업 활동과 자연 자본의 상호 의존성을 보여주는 상징 이미지.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공시(TNFD) 본격화에 따라, 자연은 이제 훼손의 대상이 아닌 기업이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재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환경(E) 경영 패러다임이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보호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공시(TNFD) 본격화에 따라, 자연은 이제 훼손의 대상이 아닌 기업이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재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환경(E) 경영 패러다임이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보호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ESG 논의의 중심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Net-Zero)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기조는 기후 위기와 자연 손실을 분리할 수 없는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기업 자산과 공급망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NFD,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가 있다.

글로벌 기준 설정 기구들이 생물다양성 공시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면서, 기업들은 기존의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 시스템을 넘어 자연 자본의 의존도와 영향을 측정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 캠페인이 아니라, 재무적 리스크와 직결되는 핵심 경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 자본 리스크의 재무적 내재화와 국제 기준의 진화


세계경제포럼(WEF) 등 주요 국제기구의 공개자료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 및 생태계 서비스에 중대하게 혹은 적당한 수준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농업, 식음료, 제약 등 자연 자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생태계 훼손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조업 중단 등의 물리적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더불어 규제 강화에 따른 전환 리스크 역시 가중되는 추세다.

TNFD는 이러한 배경에서 기업이 자연과 관련된 기회와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를 재무 정보와 연계해 공시하도록 설계된 프레임워크다.

기후공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TCFD(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와 유사하게 지배구조,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라는 4대 핵심 영역을 구조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글로벌 공시 표준 간의 정합성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 공시(IFRS S2)에 이어 향후 연구 과제로 생물다양성과 인적 자본을 채택하며, TNFD의 권고안을 적극 참조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산하 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 역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ESRS E4) 항목을 통해 사업장 및 공급망 내 자연 관련 중대성 평가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규제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공시 연합체가 생물다양성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공급망을 관통하는 자연 리스크, ‘위치 기반(Location-specific)’ 데이터의 중요성


탄소 배출량 관리가 전 지구적 관점의 총량 규제 성격을 띤다면, 자연 자본 관리는 철저히 ‘위치 기반(Location-specific)’이라는 점에서 실무적 난도가 훨씬 높다.

온실가스는 지구 어느 곳에서 배출하든 대기 중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지만, 생물다양성 훼손과 물 부족 리스크는 해당 사업장이나 협력사가 위치한 지역의 생태적 민감도에 따라 중대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TNFD가 기업들에게 제시하는 핵심 평가 방법론인 ‘LEAP 접근법’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LEAP은 자연과 접점이 있는 사업장 위치를 파악하고(Locate),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평가하며(Evaluate), 중대 리스크와 기회를 산정해(Assess), 최종적으로 전략 수립 및 공시를 준비하는(Prepare) 4단계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자사 사업장뿐만 아니라 1차, 2차 협력사가 위치한 지역의 산림 훼손 여부, 수자원 스트레스 수준 등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

실제로 EU의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이 적용되는 대기업들은 소목, 팜유, 고무, 대두 등을 취급할 때 해당 원자재가 생산된 토지의 지리적 좌표(Geolocation)를 제출하고 산림 훼손과 무관함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자연 자본 리스크가 이미 법적 제재와 무역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업의 선제적 대응 사례와 실무적 접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TNFD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며 자연 자본 리스크를 이사회 안건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공개된 다국적 제약사 및 글로벌 건축자재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기준을 살펴보면, 이들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수준의 CSR 활동을 넘어 밸류체인 전반의 자연 의존도를 정량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기업의 사례를 보면, 백신과 의약품 원료 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 글로벌 주요 생산 기지가 위치한 유역의 물 부족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매핑(Mapping)했다. 이를 통해 수자원 고갈 위험이 높은 레드존(Red Zone) 사업장을 식별하고, 해당 지역에 한해 물 재사용률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위치 특화형 환경 전략을 수립했다.

또 다른 글로벌 건축자재 기업은 채석장 운영이 주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자연 자본 회계(Natural Capital Accounting) 개념을 도입했다.

채굴 종료 이후 생태계 복원 비용을 선제적으로 부채로 인식하고,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긍정)’ 전환을 위한 투자 금액을 재무제표에 연동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생물다양성 이슈가 어떻게 기업의 전략적 자산 배분과 내부통제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ESG 실무진을 위한 실행 인사이트 : 데이터 정합성과 프로세스 통합


이러한 규제와 시장의 변화 속에서, 국내 기업의 실무진과 경영진이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기후 데이터와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다.

자연 자본 리스크는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수집한 공급망 데이터에 '위치 정보'와 '천연자원 사용량'이라는 레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수집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해야 한다. 분절된 시스템으로는 폭증하는 공시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LEAP 방법론에 기반한 스코핑(Scoping) 훈련이다.

모든 공급망의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당장 완벽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공개 기준에서도 이 점을 고려해 기업의 수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상 자연 자본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핵심 원자재나 수자원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의 핵심 벤더를 우선순위로 도출하는 '중대성 평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이사회 보고 체계의 개편이다.

TNFD의 지배구조 항목은 경영진이 자연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감독하고 있는지 명시하도록 요구한다. 기존 ESG 위원회의 보고 안건에 기후 리스크뿐만 아니라 자연 자본 훼손이 초래할 수 있는 재무적 충격(예: 조업 차질, 원가 상승)을 정기적으로 시나리오화하여 보고하는 프로세스가 확립되어야 한다.

결론 : 피할 수 없는 ‘네이처 포지티브’ 전환, 새로운 경쟁력의 기준


글로벌 환경 규제는 탄소 렌즈를 넘어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광각 렌즈로 진화했다.

생물다양성 공시는 아직 방법론이 고도화되는 과정에 있으나, 확인 가능한 제도적 흐름과 글로벌 자본시장의 요구는 기업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유보할 수 없음을 명확히 지시하고 있다.

자연 자본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역량은 곧 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의미한다.

기업은 자연 리스크 대응을 규제 순응을 위한 비용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이해관계자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경영 전략으로 편입해야 한다.

보이지 않던 자연의 가치를 데이터로 가시화하고 통제하는 기업만이 다가오는 네이처 포지티브 시대의 새로운 질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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