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사회에서 미덕으로 여겨졌던 ‘평생직장’의 신화가 흔들리며 가파르게 상승하던 직장인들의 이직 동향이 최근 뚜렷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일자리이동통계와 2025년 발표된 주요 HR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무작정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퇴사표를 던지던 이른바 ‘대이직’의 흐름은 통계적으로 다소 진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 대신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현 직장의 안정을 우선 추구하면서도, 확실한 보상과 커리어 상승이 보장될 때만 선별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대잔류(Great Retention)’로 불리는 현상이 노동 시장에서 점차 뚜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정부의 공식 고용 통계와 주요 인사관리(HR) 플랫폼의 설문조사 표본을 바탕으로, 현재 직장인들의 이직 트렌드와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맥락을 심층 분석한다.
기업과 개인이 직면한 채용 시장의 양극화와 생존 과제를 객관적 수치로 짚어보는 과정은 변화하는 직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통계로 확인되는 ‘대이직’의 진정과 ‘버티기’ 양상
잡코리아가 2022년 직장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 경험과 만족도’ 조사에서,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평균 이직 횟수는 3.4회였다(20대 2.1회, 30대 3.2회, 40대 4.2회). 또한 잡코리아가 2019년 진행한 ‘연차별 이직 경험’ 조사에서는 경력 10년 차 직장인이 평균 4회 회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러한 과거 설문조사 결과만 보면, 최소한 조사 응답자 집단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소속을 바꾸는 패턴이 적지 않게 관찰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거 노동 시장에서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능동적으로 소속을 옮기는 현상이 비교적 보편적인 경력 관리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 발표된 정부 공식 통계를 살펴보면 흐름의 명확한 변화가 감지된다. 통계청 ‘2023년 일자리이동통계’에 따르면, 등록취업자 2,614만 5,000명 중 동일 기업체에 계속 머문 유지자는 1,854만 8,000명(70.9%)으로 전년보다 52만 1,000명(2.9%) 늘었다.
반면 기업이 달라진 이동자(이직자)는 395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6만 8,000명(4.1%)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가 2025년 4월 기준으로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입직률 5.0%, 이직률 4.6%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1%p, 0.2%p씩 하락했다.
신규 일자리 진입자와 이동자가 동시에 줄어든 것은, 통계청이 밝힌 최근 일자리이동통계 흐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드문 패턴으로 평가된다. 이는 취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직되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 신규 이동을 보수적으로 줄이며 현 직장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버티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었음을 의미한다.
보상 격차의 현실과 누적되는 잠재적 이직 수요
이직 시장의 유동성이 둔화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직장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동인은 경제적 보상에 대한 노사 간 시각차에서 확인된다.
원티드랩이 2024년 12월 발표한 ‘2025년 채용시장 설문조사’에서 이직 시 희망하는 연봉 인상률과 관련해 직장인 응답자의 41.6%가 최소 10% 이상의 인상을 바란 반면, 같은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의 45%는 1~3%대의 연봉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사 간 뚜렷한 연봉 인상률의 간극은 직장인들이 원하는 보상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어, 실제 이직 실행을 주저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잠재적인 이직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4년 발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20대 83.2%, 30대 72.6%, 40대 58.2%가 향후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KDI 경제교육·정보센터가 2025년 공개 자료로 다시 소개한 바 있다.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실행은 줄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 나은 보상과 성장을 향한 잠재적 이직 수요는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실제 이직의 결과가 무조건적인 연봉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통계청 ‘2023년 일자리이동통계’에 따르면 일자리를 이동한 임금근로자 중 60.7%가 임금이 증가한 일자리로 옮겼으나, 38.4%는 오히려 임금이 감소한 일자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꼴로 임금이 삭감되는 리스크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되면서, 신중한 기회 탐색을 유도하는 강력한 제어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채용 시장의 양극화와 4~7년 차 경력직 선호 심화
원티드랩의 2026년 채용 트렌드 서베이와 최근 고용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노동 시장의 뚜렷한 특징은 채용 수요가 특정 경력 구간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다.
원티드랩이 2024년 12월 발표한 ‘2025년 채용시장 설문조사’에서 인사담당자의 78.2%가 ‘4년 차 이상 경력직’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그중 4~7년 차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58.9%였다. 이어 원티드랩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에서는 응답 기업의 74.5%가 채용 규모를 유지 또는 확대하겠다고 답했고, 가장 집중 채용할 연차로 4~7년 차를 꼽은 비율이 49.7%였다.
2025년 조사에서 나타난 4~7년 차 선호 흐름이 2026년 조사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시 투입 가능한 4~7년 차 경력직을 선호하는 응답이 높다는 점에서, 신입보다는 검증된 실무 인력을 선호하는 보수적 채용 기조가 나타난다. 기업들이 신규 입사자를 교육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경력직 스카우트 수요는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플랫폼 내에서 기업이 구직자에게 먼저 보낸 입사 제안 건수는 1,2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약 31.3% 증가한 규모다. 직무 역량이 입증된 일부 직무·경력대 인재에게는 입사 제안이 집중되는 반면, 대다수 일반 직장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기업 진입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
일부 언론이 인용한 통계청 2023년 일자리이동통계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이동한 근로자 중 81.3%는 다시 중소기업으로 이직했고 대기업으로 이동한 비율은 12.1% 수준에 그쳤다. 특히 다수 인사담당자 인터뷰와 설문 결과를 보면, 명확한 직무 연관성 없는 단기 이직 이력이 반복될 경우 조직 적응력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아 고용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기업 중심 선별적 리텐션 전략과 재입사 현상
채용 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대기업과 IT·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기존 우수 인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HR 전략을 강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합격자의 초기 정착을 돕는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핵심 인재의 이직 의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스테이 인터뷰(Stay Interview)’를 도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힘들게 채용한 핵심 실무진의 초기 퇴사율을 방어하고, 업무 불만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로 풀이된다. 이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비용은 물론, 핵심 노하우 유출을 막으려는 기업 차원의 방어적 움직임이다.
여기에 더해 한 번 떠났던 직원을 다시 고용하는 현상도 뚜렷한 수치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해 2026년 2월 공개한 바에 따르면, 퇴사 후 5년 이내에 이전 직장으로 돌아간 재입사자는 2021년 88만 4,768명에서 2025년 98만 8,402명으로 11.7% 증가했다.
이직 시장이 경직되면서, 불확실한 새로운 환경보다 익숙한 조직을 택하려는 직장인의 니즈와 검증된 인재를 통해 채용 실패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업의 니즈가 맞물려 ‘역(逆)이직’ 흐름이 발생했다. 이는 기존 인력을 관리하는 기업의 리텐션 전략과 결합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존을 위한 대안, 본질적 역량 확보의 중요성
직장인들의 이직 주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잡플래닛 운영사가 2024년 초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채용 트렌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근속 3년 이상~5년 미만’을 이직하기 적절한 근속 연수로 꼽았다.
이 결과는 적어도 잡플래닛 설문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1~2년 단위의 잦은 이동보다는 한 직장에서 3~5년 정도 근속한 뒤 이직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함을 시사한다.
한편 원티드랩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의 같은 조사에서 기업이 꼽은 핵심 인재상은 직무 전문 역량(64.7%)과 AI·데이터 활용 역량(24.2%)이 상위에 올랐다. 새로운 기술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인재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업은 직원이 머무는 동안 시장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인사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직장인 역시 맹목적인 연봉 인상 기대감으로 움직이기보다, 자신의 업무 성과를 한 곳에서 충분히 축적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신기술 활용 능력을 선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KBR Insight
통계청 ‘2023년 일자리이동통계’에서 유지자 비율이 70.9%까지 올라선 데 이어, 고용노동부 2025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이직률이 전년 대비 0.2%p 하락하는 등 노동 이동이 과거보다 경직된 상태가 최근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20대의 83.2%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한 사실은, 현실의 장벽 앞에서 잠재적 이동 수요만 누적되는 대잔류 시대의 단면을 잘 드러낸다.
원티드랩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에서 기업의 절반(49.7%)이 4~7년 차 경력직을 집중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사실과 재입사자가 98만 명을 넘어선 현상은, ‘검증된 인재’에게 기회가 집중되는 채용 양극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 : 대이직의 환상 이후, 실리 중심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생존 전략
최근 통계청 자료와 HR 플랫폼의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이직 생태계는 잦은 이동을 자제하고 실리 중심의 양극화 단계로 진입한 양상을 강하게 시사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제시한 2026년 고용 전망 역시, 완만한 고용 증가세 속에서 일부 산업·직무에 채용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를 예고한다.
결국 과거 조사에서 나타난 ‘평균 3.4회 이직’ 같은 단순 수치에 기반한 단기 퇴사는 현재의 보수적인 노동 시장에서 유효한 카드가 되기 어렵다.
입사 제안이 검증된 경력직에 집중되는 환경 속에서, 기업과 시장에 상호 가치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본질적 직무 역량과 새로운 기술 활용 능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한층 좁아진 직업 생태계를 돌파할 핵심적인 해법 가운데 하나다.

![서울의 한 기업에서 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는 30대 직원의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3/05/1772678619_1405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