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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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된 시간의 가치, 스타필드가 증명한 ‘공간 경험’의 경제적 실체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과 물류 혁신은 소비자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였고, 물리적 매장은 단순한 ‘물건 배송의 출발지’나 ‘재고 창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박소유 기자입력 2026년 3월 4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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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공간의 중심에 비상업적 문화 인프라를 배치해 고객의 체류 시간과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별마당 도서관 전경.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상업 공간의 중심에 비상업적 문화 인프라를 배치해 고객의 체류 시간과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별마당 도서관 전경.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과 물류 혁신은 소비자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였고, 물리적 매장은 단순한 ‘물건 배송의 출발지’나 ‘재고 창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과 물류 혁신은 소비자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였고, 물리적 매장은 단순한 ‘물건 배송의 출발지’나 ‘재고 창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수많은 인파를 불러모으며 지역 경제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브랜드, 스타필드다. 이들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집객력과 시장 지배력은 단순히 규모의 경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이는 현대 소비자가 오프라인 공간에 기대하는 근본적인 욕망을 정확히 꿰뚫고, ‘쇼핑’이라는 행위를 ‘경험’과 ‘체류’라는 더 큰 카테고리로 재정의한 결과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스타필드의 성공은 매장 면적당 매출이라는 전통적인 지표를 넘어, 고객 점유 시간(Time Share)이라는 새로운 가치 척도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의 본질적 전환, 상품이 아닌 시간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


스타필드가 등장하기 이전의 국내 대형 쇼핑몰들은 대개 효율적인 동선과 최대한의 매장 면적 확보에 열을 올렸다.

고객이 최대한 많은 상품을 마주하게 하고, 빠르게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수익 극대화의 정석으로 통했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이들은 고객이 쇼핑몰 내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하남에서 시작해 고양, 안성, 그리고 최근의 수원에 이르기까지 스타필드의 진화 과정은 오프라인 공간이 어떻게 고객의 삶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전 사례집과 같다.

특히 스타필드 수원은 기존의 가족 중심형 쇼핑몰에서 한 단계 나아가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경험의 고도화’를 선택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가 주는 미학적 즐거움과 휴식의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별마당 도서관의 도입은 그 상징적인 예다.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싸라기 땅에 거대한 무료 도서관을 배치한 결정은 단기적인 손익계산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공간이 제공하는 정서적 만족감은 고객들로 하여금 스타필드를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닌, 일상 속의 ‘제3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이곳에서 평균 5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식음료(F&B)와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데이터와 트렌드가 결합한 앵커 테넌트의 재구성


스타필드의 열풍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입점 업체, 즉 테넌트(Tenant) 구성의 치밀함에 있다.

과거 대형 유통 시설의 집객을 책임지던 이른바 ‘앵커 테넌트’가 대형 마트나 영화관에 국한되었다면, 스타필드는 이를 체험형 콘텐츠로 완전히 교체했다. 스포츠몬스터와 같은 액티비티 시설,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펫 프렌들리 정책, 전국 각지의 맛집을 한곳에 모은 고메 스트리트 등은 고객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이러한 테넌트 전략은 더욱 세밀해지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역별 인구 통계 데이터와 소비 패턴을 분석해 지점별로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 수원은 인근의 젊은 층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오프라인에서 보기 힘들었던 온라인 기반의 트렌디한 브랜드들을 대거 유치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세대에게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한 구매처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관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쇼룸’이자 ‘놀이터’로서 기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략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토대가 된다.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사회적 확장성


스타필드의 출점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영토를 확장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른바 ‘스타필드 효과’라 불리는 주변 지역 경제의 변화는 부동산업계와 지자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규모 고용 창출은 물론, 외부 유입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 자체가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지역 상권과의 갈등이나 교통 혼잡 등의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스타필드는 이를 상생 협력 모델과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필드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지역 사회의 허브’ 역할을 자처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라는 더 큰 생태계의 일부로 녹아들 때, 오프라인 플랫폼의 생명력은 더욱 길어진다는 것을 스타필드는 입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역발상, 피지컬 플랫폼의 미래 가치


많은 이들이 디지털 전환(DX)을 외치며 오프라인의 종말을 예견할 때, 스타필드는 오히려 ‘피지컬(Physical)의 힘’에 집중했다.

디지털 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인간 본연의 감각을 자극하는 물리적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스타필드 내부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디지털 연동 서비스들은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매끄럽게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차 안내, 매장 길 찾기, 예약 시스템 등에 적용된 기술들은 고객이 온전히 공간을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경영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술은 수단일 뿐, 비즈니스의 목적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고객이 귀중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줄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 어떤 화려한 기술 도입도 무용지물이다. 스타필드는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최첨단 운영 시스템의 조화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리더를 위한 제언, 공간 경영의 핵심은 ‘관계의 재설정’이다


이제 기업 리더들은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공간은 더 이상 상품을 진열하는 박스가 아니다. 공간은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 관계를 맺는 접점이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투영되는 무대다.

스타필드가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넓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고객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휴식하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직 운영과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간 경영’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 조직의 오피스는 직원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가?

우리 브랜드의 매장은 고객에게 물건 이상의 무엇을 제공하는가? 스타필드의 열풍 뒤에 숨겨진 본질은 결국 ‘사람 중심의 공간 설계’에 있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지점을 찾아내고 그곳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 바로 지금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인사이트다.

결론적으로 스타필드는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표준을 세웠다.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그 시간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채워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진화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경험의 밀도’가 과연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보상할 만큼 충분한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이다. 스타필드라는 거대한 실험장이 보여준 결과는 명확하다.

진정성 있는 공간 경험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강력한 해자가 되며, 그 해자 안에서 고객은 비로소 팬이 된다.

실무자를 위한 적용 가이드: 공간의 경험 설계를 위한 핵심 질문


스타필드의 성공 공식을 조직이나 사업체에 대입해보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공간이 제공하는 ‘비상업적 가치’는 무엇인가? 고객이 돈을 쓰지 않고도 머물 수 있는 이유가 명확할 때, 역설적으로 소비는 시작된다.

둘째, 타깃 고객의 페르소나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공간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셋째, 오프라인의 경험이 디지털 플랫폼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매끄러운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은 오프라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곧 미래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유통 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다만 그 형태가 변하고 있을 뿐이다.

스타필드가 증명한 ‘공간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파편화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으로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경영 현장의 리더들은 이제 매대 뒤에 숨지 말고, 고객이 거니는 광장으로 나와 그들의 숨소리와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곳에 진정한 비즈니스의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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