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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제로'를 위한 시스템의 진화: 행동 기반 안전(BBS)과 거버넌스 실사의 정밀 결합 전략

상단의 경영진 회의 장면은 현장의 행동 기반 안전(BBS) 데이터가 이사회 차원의 거버넌스 및 의사결정 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미래형 스마트 안전 경영’의 청사진을 상징한다. 현대 경영의 패러다임이 ESG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리스크 관리'로 정의된다.

김민경 기자입력 2026년 2월 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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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CT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여 현장의 잠재 위험을 분석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DB]
첨단 ICT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여 현장의 잠재 위험을 분석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DB]

상단의 경영진 회의 장면은 현장의 행동 기반 안전(BBS) 데이터가 이사회 차원의 거버넌스 및 의사결정 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미래형 스마트 안전 경영’의 청사진을 상징한다. 현대 경영의 패러다임이 ESG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리스크 관리'로 정의된다.

상단의 경영진 회의 장면은 현장의 행동 기반 안전(BBS) 데이터가 이사회 차원의 거버넌스 및 의사결정 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미래형 스마트 안전 경영’의 청사진을 상징한다.

현대 경영의 패러다임이 ESG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리스크 관리'로 정의된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산업재해율을 단순한 통계치가 아닌, 해당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거버넌스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활용한다.

2020년대 들어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과 독일 공급망 실사법 등 공급망 관련 규제가 도입·강화되면서, 기업은 본사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안전 보건 데이터까지 투명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번 ESG경영 인사이트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국내 혁신 사례를 분석하여, '행동 과학''구조적 거버넌스'를 통해 무재해 사업장을 구현하는 실무적 해법을 제시한다.

1. 행동 기반 안전(BBS): 관찰과 통계로 설계하는 과학적 무재해 현장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설비의 기계적 결함보다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 등 인적 요인(Human Factor)이 사고 원인의 상당 비중(대략 70~90%)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대적 안전 경영인 행동 기반 안전(BBS, Behavior-Based Safety)은 이를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행동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시스템이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행동 과학이란 작업자의 습관, 판단 오류, 의사소통 패턴을 실증 데이터로 분석해 개입하는 심리학과 인간공학의 융합을 의미한다.

(1) 듀폰(DuPont)의 STOP 프로그램: 징벌이 아닌 '교정적 피드백'의 힘

안전 경영 분야에서 대표적인 선도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듀폰은 'STOP(Safety Training Observation Program)'을 통해 BBS를 정착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관리자의 감시가 아닌 '동료 간 상호 관찰'이다. 작업자가 동료의 불안전한 행동을 발견했을 때, 즉시 작업을 멈추게 하고 대화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다.

중요한 점은 이 관찰 기록이 개인에 대한 징계 근거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비징벌성' 원칙이다. 듀폰은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설비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실제 듀폰의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들 가운데, 기록재해율(TRIR) 등 안전 성과가 도입 후 수년에 걸쳐 유의미하게 개선된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면서, '안전이 곧 생산성'이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2) 하인리히 법칙의 현대적 해석과 선행 지표(Leading Indicator) 관리

1건의 중대 재해 이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아차 사고(Near Miss)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오늘날 통계적 절대 법칙이라기보다, "사고의 전조(Precursor)를 체계적으로 포착해야 한다"는 개념적 프레임으로 재해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사고율 같은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바스프(BASF)의 경우, 최신 통합 보고서(Integrated Report)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정 안전사고 건수나 고중대도 사고 지표 등 리스크를 반영하는 지표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를 KPI 체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즉, 사고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 위험을 얼마나 발굴하고 제거했는지를 측정하는 '선행 지표' 중심의 관리가 BBS의 핵심이다.

2. 거버넌스(G)와의 결합: 이사회 직속 안전위원회와 'Safety-First' 보상 체계


안전 경영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리소스 배분권을 가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이는 ESG 중 'S'와 'G'가 만나는 결정적 지점이다.

(1) 리오 틴토(Rio Tinto)의 임원 평가 연동

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은 산업 중 하나이며, 리오 틴토는 이와 같은 고위험 환경에서 강한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한 사례다. 최근 리오 틴토의 보상 정책 공시에 따르면, CEO를 포함한 임원진의 단기 인센티브 산정 시 안전 성과(Safety Performance)에 의미 있는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임원의 인센티브를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되는 등 안전 성과를 임원 보상과 강하게 연동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2) 에너지 기업들의 작업중지권(Stop Work Authority) 보장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은 현장의 안전 의사결정권을 강화하는 추세다. 셸(Shell), BP 등 다수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전 직원과 HSE(보건·안전·환경) 조직에 위험 상황 시 즉각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Stop Work Authority)을 부여하는 정책을 운영한다. 특히 이들 기업은 HSE 조직이 생산 조직과 독립적으로 작업중지 권고를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별도 항목으로 관리하여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안전 관련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3. 국내 산업계의 현주소: '규제 대응'을 넘어 '스마트 안전'으로의 진화


대한민국 산업계 역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초기에는 처벌 회피를 위한 '서류 중심의 대응(Paper Safety)'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ICT 기술과 조직문화를 결합한 실질적 예방 모델로 진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1) 포스코이앤씨의 '스마트 세이프티 볼'과 참여형 안전

국내 건설 현장은 비정형적이고 변동성이 커 사고 위험이 높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러한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자 밀폐 공간의 가스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스마트 세이프티 볼(Smart Safety Ball)'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작업자가 진입하기 전 공처럼 생긴 센서를 던져 넣으면 스마트폰으로 위험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제도적 뒷받침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근로자가 불안전한 상황을 감지하면 즉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위험 작업 거부권'을 보장하고, 협력사 직원이 안전 신문고를 통해 위험 요소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참여형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기술(Tech)과 제도(System)가 결합될 때 안전 효과가 극대화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제조 현장의 양극화와 '안전 생태계'의 필요성

반면, 중소·중견 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기업은 로봇과 AI를 활용한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협력업체는 여전히 관리자의 육안 점검에 의존하는 '안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사는 협력사의 노후 안전 장비 교체 비용을 지원하거나, 자사의 안전 교육 인프라를 개방하는 등 '안전 동행'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안전 사고는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기업 주도의 '안전 생태계(Safety Ecosystem)'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4. 공급망(Supply Chain) 안전 실사: ESG 리스크의 확장과 상생 전략


현대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책임 범위는 자사 공장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장되었다. 협력사의 안전 리스크는 곧 원청 기업의 법적 책임이자 평판 리스크로 직결된다.

애플(Apple)의 공급업체 행동 강령과 상세 실사

애플(Apple)은 매년 발행하는 '공급망 사람과 환경 보고서(Supplier Responsibility Report)'를 통해 협력사의 노동 및 안전 환경을 점검한다.

애플은 화재 예방, 화학 물질 관리, 비상구 확보 등 다양한 안전·환경·노동 관련 항목으로 구성된 상세한 체크리스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준에 미달하는 핵심 위반 사항(Core Violation)이 발견될 경우 신규 비즈니스를 제한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다만 노동 관련 단체 등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사와 실제 현장 개선 사이의 간극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제기하기도 하므로, 기업은 실사의 형식적 수행을 넘어 실질적 개선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 기반 안전 경영' 구체적 실행 인사이트


기업의 ESG 및 안전 보건 실무자가 당장 현장에 적용해야 할 핵심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 KPI 체계의 재설계 (Leading vs Lagging) 단순히 재해 건수(결과)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 사고 은폐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위험성 평가 참여율', '안전 개선 제안 건수', '안전 교육 이수율' 등 과정과 예방 활동(Input)을 측정하는 선행 지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 스마트 안전 기술의 데이터화 AI CCTV나 웨어러블 장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고 예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보호구 미착용 알람이 잦다면, 해당 시간대의 작업 강도나 인력 배치를 조정하는 식이다.
     

  • 법적 준거성(Compliance)을 넘는 표준 수립 국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준수는 기본이다. 수출 기업이라면 EU CSDDD 등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표준(ISO 45001 등)에 부합하는 내부 매뉴얼과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 운영 협력사를 단속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안전 컨설팅이나 노후 설비 개선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이는 공급망 전체의 안전 리스크를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결론: 안전은 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형 자산이자 전략적 경쟁력이다


산업재해 예방은 이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동적 방어 기제가 아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행동 기반 안전 시스템과 경영진의 강력한 거버넌스 의지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이는 생산성 향상과 인재 확보로 이어진다.

ESG 경영의 진정한 가치는 재무제표 너머의 리스크를 통제하는 능력에 있다. 리더십의 의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관리, 그리고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포용적 안전 정책이 결합될 때, 기업은 그 어떤 대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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