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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전담 조직, ‘홍보’ 떼고 ‘전략·재무’ 입어라... 성공적인 컨트롤 타워의 조건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본격적인 발효 단계에 접어들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한 현재,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선택의 영역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었다.

강지혜 기자입력 2026년 1월 2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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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과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전략적 등대와 같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체스판과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전략적 등대와 같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본격적인 발효 단계에 접어들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한 현재,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선택의 영역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본격적인 발효 단계에 접어들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한 현재,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선택의 영역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었다.

과거 기업들이 사회공헌(CSR) 차원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던 ESG 활동은 이제 자본 조달 비용을 결정짓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퇴출 여부를 가르는 핵심 경영 변수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많은 기업 현장에서는 ESG를 외부 평가기관의 점수를 관리하기 위한 ‘숙제’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이러한 인식의 한계는 조직 구조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SG 담당자가 홍보팀의 말단에 배치되거나, 총무·인사팀의 하위 파트로 존재하여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의 성패는 ‘무엇(What)’을 하느냐보다 ‘누가, 어떻게(Who & How)’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ESG경영 인사이트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조직 개편 사례를 심층 분석하여, 실무자가 당장 벤치마킹하고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ESG 전담 조직 구성과 운영 전략(Governance)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패러다임의 대전환: 홍보(PR)실 산하는 위험하다... CFO·CSO 산하로의 전략적 이동


초기 ESG 도입기에는 대다수 기업이 ESG 조직을 커뮤니케이션(홍보)실 산하에 편제했다. 이는 ESG의 본질을 ‘평판 리스크 관리’나 ‘사회공헌(CSR)’의 연장선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 구조는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리스크와 ‘데이터 정합성’의 부재다.

홍보 중심의 조직은 태생적으로 기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부정적인 면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강화된 글로벌 공시 규제는 탄소배출량(Scope 1, 2, 3), 산업재해율, 공급망 내 인권 실사 결과 등 민감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그리고 재무제표 수준의 정확도로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홍보 부서가 주도권을 쥘 경우, 데이터의 정확성보다는 메시지의 매력도에 치중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허위 공시나 과장 광고로 인한 법적 소송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ESG 조직을 최고재무책임자(CFO) 또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직속으로 재편하는 추세다. ISSB가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의 내부 통제와 제3자 검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일찍이 ‘유니레버 컴퍼스(Unilever Compass)’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전략 자체와 완전히 통합했다. 이들의 통합보고 및 공시 책임은 재무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 하에 이루어진다.

ESG 데이터가 곧 투자자의 자본 배분 기준이 되는 시대에, 탄소배출량 측정이나 공급망 리스크 데이터가 재무적 수치와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역시 환경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Chief Environmental Officer)를 두고 있지만, 탄소세(Carbon Fee) 운영 등 실질적인 실행은 재무 부서와 연동하여 각 사업부의 P&L(손익계산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SK는 각 계열사에 ‘SV(Social Value) 위원회’ 또는 ESG 전담 조직을 두고, 이를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와 연계했다.

단순한 캠페인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BM)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 부서로서의 위상을 부여한 것이다. 포스코(POSCO) 또한 ‘기업시민실’을 CEO 직속으로 운영하며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ESG 요소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있다.

◆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조직 모델: ‘Hub & Spoke’ (허브 앤 스포크)


그렇다면 실무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작동 가능한 조직 구조는 무엇일까? 다수의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와 현업 전문가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모델을 정답으로 꼽는다. 이는 자전거 바퀴처럼 중앙의 축(Hub)과 바퀴살(Spoke)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의미한다.

중앙의 ESG 전담팀(Hub)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인사(HR), 구매, 생산, 마케팅, 법무 등 각 현업 부서(Spoke)에 ESG 담당자를 지정하여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1. Hub (ESG 전담팀 - 기획 및 조정 컨트롤 타워)


이들은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닌 ‘기획자’이자 ‘조정자’다. 전사적 ESG 전략 수립,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 글로벌 이니셔티브(CDP, MSCI, DJSI 등) 대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전담한다.

최근에는 기후 공시 의무화에 따라 전사적 데이터 관리 시스템(ERP) 구축의 주체로서 IT 부서와의 협업도 주도한다. 특히 중요한 역할은 각 부서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조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원료 도입으로 인해 구매팀의 비용이 상승하고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때, 이를 장기적 관점의 투자로 설득하고 CEO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은 오직 Hub만이 수행할 수 있다.

2. Spoke (현업 부서 - 실질적 실행 조직)


ESG 경영이 보고서에만 머물지 않고 성공하려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현업 부서의 KPI(핵심성과지표)에 ESG가 깊숙이 녹아들어야 한다.  

  • 구매팀: 단순히 ‘싸고 품질 좋은’ 자재를 구매하는 시대를 지났다. 공급망 내 아동노동 금지, 분쟁광물 미사용, 협력사 탄소배출량 관리(Scope 3)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현장 실사를 나가는 주체는 ESG 팀이 아닌 구매팀이어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

  • HR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수립, 인권 경영 선언 및 고충 처리 채널 운영을 담당한다. 채용 과정에서의 성별·인종 차별 금지나 여성 임원 할당제 준수 등은 HR의 고유 업무와 결합되어야 실효성을 갖는다.

  • 환경안전팀(EHS): 사업장 내 온실가스 감축, 폐기물 재활용률 제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등 가장 현장 밀착형 과제를 수행한다.

  • 재무/IR팀: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탄소배출권 거래 전략 수립, ESG 성과 측정 및 화폐화,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이 모델의 핵심 성공 요인은 ‘이중 보고 라인(Double Reporting Line)’의 확립이다.

각 현업 부서의 ESG 담당자는 소속 부서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동시에, ESG 이슈에 대해서는 ESG 전담팀(Hub)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지침을 받아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피투자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 전략이 경영 전반에 어떻게 통합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별도의 ESG 팀 유무보다, 현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ESG가 얼마나 내재화되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 거버넌스의 완성: 이사회 내 ‘ESG 위원회’의 실질적 권한과 책임 강화


실무 조직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명확한 의지와 지지가 없으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거버넌스(G) 체계 확립의 핵심이다.

과거의 ESG 위원회가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 내역을 보고받고 덕담을 건네는 명예직 성격의 자문 기구였다면, 지금은 리스크 관리 및 감독 기구로 변모해야 한다.

위원회는 기후 리스크가 기업 자산 가치에 미칠 재무적 영향을 검토하고,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 및 보상 체계에 ESG 성과를 연동시키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애플(Apple)은 경영진 보너스 산정 시 ESG 목표 달성 여부를 최대 10%까지 반영하며, 스타벅스(Starbucks) 역시 임원 보상 체계에 ‘친환경’ 및 ‘다양성’ 목표를 연동시켰다. 이는 임원들이 단기 재무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유인책이다.

국내의 경우,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하여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감독하고 있다. 이사회가 직접 챙긴다는 시그널은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실행 동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에 현장 검증 권한을 부여하여, 위원들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탄소 감축 현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 실무자를 위한 제언: ‘제너럴리스트’는 가고 ‘스페셜리스트’가 온다


성공적인 조직 구성을 위해 ESG 전담 부서 구성원은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제너럴리스트에 머물러선 안 된다.

최근의 ESG 규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팀 구성 시 다음과 같은 전문 역량의 조합(Mix)이 필수적이다.  

  1.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IT 역량: 엑셀(Excel)로 데이터를 수기 취합하던 시대는 끝났다. 삼성전자, LG화학 등은 자체적인 ESG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 세계 사업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위해 IT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수적이다.
     

  2. 회계 및 재무 역량: IFRS S1/S2 기준에 따른 공시를 위해 회계적 지식이 필수다. 연결 기준의 범위 설정, 기후 리스크의 재무적 영향 분석 등은 회계사의 영역과 겹친다. 따라서 재무팀 출신 인력을 ESG 팀에 전진 배치하거나,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3. 공급망 및 법률 전문성: 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해서는 국제법, 무역 규제, 계약법에 대한 이해와 공급망 프로세스 전문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내부 인력 육성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환경공학 박사, 회계사, 변호사 등)를 과감히 영입하여 팀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또한, 수작업 기반의 데이터 관리는 ‘휴먼 에러’를 유발하여 제3자 검증 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므로, 전문적인 ESG IT 솔루션(SaaS 등)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결론: 규제 대응을 넘어선 ‘가치 창출’의 조직으로


성공적인 ESG 전담 조직은 ‘방어(Risk Management)’와 ‘공격(New Business Opportunity)’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손잡이 조직이어야 한다.

규제를 준수하여 과태료를 피하고 평판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친환경 제품 개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확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제 기업 실무자와 경영진은 “우리 회사는 ESG 팀이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지나야 한다. 대신 “우리 ESG 팀은 재무·전략 부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가?”, “현업 부서가 각자의 ESG KPI를 명확히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가?”, “이사회가 ESG 이슈를 재무 이슈와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ESG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을 위한 완장이 아니다. 초불확실성의 복잡계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 항로를 안내하는 나침반이자,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장 정교하고 선진화된 경영 운영체제(OS)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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