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ecutive Summary
2026년 1월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AI의 도입 단계를 넘어 ‘AI 에이전트(Autonomous Agent)’가 조직 내 주요 프로세스에 깊이 침투하여 실질적 노동력을 대체하는 확산기에 진입했다.
2024년까지의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과 코딩을 돕는 ‘도구(Tool)’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AI 에이전트는 기업의 ERP(전사적자원관리) 및 워크플로우와 결합해 업무를 자율적으로 ‘완결’ 짓는 경제적 주체로 부상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KDI의 2025년 주요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러한 기술 변화는 노동시장에 균일한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 진입 일자리의 축소’와 ‘숙련직의 고용 유지’라는 비대칭적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지점의 지속적인 통폐합과 제조업의 장기간 고용 감소세는, AI 확산이 기존 일자리 구조를 뒤흔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본 리포트는 2025년 하반기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가 바꾸고 있는 노동시장의 실제 속도와 그 파급 효과를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기업과 정부가 대비해야 할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 기술의 진화: ‘생성(Generation)’을 넘어 ‘행동(Action)’으로
2024년이 ‘대화형 AI’의 해였다면, 2025년은 명백히 ‘행동하는 AI(Actionable AI)’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26년 초입인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 현장에서는 LLM(거대언어모델)을 업무 자동화 툴(RPA) 및 API와 결합한, 일명 LAM(거대행동모델) 기반의 에이전트가 실무 전반에 활용되는 추세다.
1-1. 데이터로 본 생산성 향상의 실체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2017~2023년 기업활동조사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AI를 도입한 국내 기업의 부가가치는 도입 전 대비 평균 약 7.6% 상승하고, 매출은 약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다.
그러나 과거의 기술 혁명과 달리, 이러한 지표 개선이 즉각적인 대규모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 없는 생산성 향상(Jobless Productivity Growth)’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AI 에이전트의 기술적 특성에 기인한다.
기존의 소프트웨어가 인간이 입력한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Goal)만 설정해주면 스스로 계획을 수립(Planning)하고, 도구를 선택(Tool use)하여, 결과를 보고(Reporting)하는 자율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신규 프로젝트를 런칭할 때 새로운 팀을 대규모로 꾸리기보다, 고성능 AI 에이전트와 소수의 관리자급 인력을 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신입'의 수요를 구조적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 거시경제 분석: 청년 일자리 감소와 연공편향성(Seniority Bias)
AI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10월 발표한 이슈노트
2-1. 데이터로 본 ‘기울어진 운동장’
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2년 7월~2025년 7월)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 1천 개 감소했다.
단순한 인구 감소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감소한 일자리 가운데 20만 8천 개(98.6%)가 ‘AI 노출도(AI Exposure)’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 9천 개 증가했고, 이 가운데 14만 6천 개는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늘어난 일자리였다. 이는 동일하게 AI 기술에 노출된 환경이라 하더라도, 세대별 고용 성적표가 상반되게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즉, AI는 청년에게는 '대체재'로, 중장년에게는 '보완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2. 왜 청년 고용만 타격을 입었나?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을 ‘연공 편향적 기술 변화(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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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Routine & Cognitive Tasks) 사회 초년생이 주로 맡는 업무는 자료 조사, 데이터 정리, 초안 작성, 기초 코딩 등 명확한 규칙과 매뉴얼이 있는 ‘정형화된 인지 업무’가 많다. 이는 AI 알고리즘이 학습하고 모방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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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Tacit Knowledge & Social Skills) 반면 숙련된 관리자급의 업무는 오랜 경험에 기반한 ‘암묵적 지식’, 조직 내 이해관계 조정, 복합적인 의사결정, 리더십 등 비정형적 요소가 주를 이룬다. AI는 아직 이러한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 영역을 완벽히 대체하지 못하며, 오히려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중장년층의 생산성을 높여주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노동시장은 기술 발전이 고숙련·고연차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검증된 경력직을 선호하거나, 신입 T/O(정원) 자체를 AI 라이선스 비용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심화시키는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3. 산업별 심층 분석 I: 금융권의 ‘Digital Only’와 지점 소멸
AI 에이전트 도입이 가장 빠르고 과격하게 일어나는 곳은 단연 금융업이다.
금융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정보이기에 AI가 학습하고 처리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3-1. 시중은행 점포 통폐합과 CIR 개선 전략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 및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 최근 5년간 약 700개 안팎의 영업점을 줄였고, 2023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1년여 사이에만 100곳 안팎이 감소했다. 이 흐름을 감안하면 2024~2025년 사이에도 수십에서 100여 개 규모의 추가적인 지점 효율화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은행의 사례를 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2025년 3월 기준 794곳으로 집계되어, 5년 전 대비 235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의 추세만 놓고 봐도 매년 수십 개 단위로 지점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표면적 이유는 비대면 거래 확산이지만, 이면에는 이익경비율(CIR) 개선 의지가 깔려 있다.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 고비용 구조인 오프라인 인건비와 임대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2. ‘제로 브랜치(Zero Branch)’ 시나리오의 부상
빈자리는 고도화된 ‘AI 뱅커’와 ‘디지털 데스크’가 채우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AI 디지털 브랜치’를 확대하며, 예·적금 가입부터 대출 상담, 환전, 퇴직연금 관리까지 인간 행원 없이 처리 가능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금융연구기관과 컨설팅 보고서에서는 향후 본점과 거점 센터를 제외한 일반 영업점이 대폭 축소되는 ‘제로 브랜치(Zero Branch)’ 시나리오를 중장기 경영 옵션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과거 은행원들이 수행하던 여신 심사, 리스크 모니터링, 서류 검토 등의 백오피스(Back-office) 업무 또한 RPA를 넘어선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문과 엘리트’의 등용문이었던 금융권의 대규모 공채 비중은 크게 축소됐고, 채용은 디지털·AI 직군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4. 산업별 심층 분석 II: IT·스타트업의 ‘주니어 실종’ 담론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졌던 2021~2022년의 IT 업계 풍경은 2025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GitHub Copilot, Devin, Cursor 등 생성형 AI 코딩 도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채용 시장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4-1. ‘1인 유니콘’ 선호와 채용의 보수화
일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주니어 개발자 3명보다 AI 툴을 잘 다루는 숙련된 시니어 1명이 낫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초급 인력 수요를 줄이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다만 이를 정량 통계로 ‘주니어 실종’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 변화와 주요 벤처캐피탈(VC)의 인터뷰 등에서 확인되는 정성적 신호에 가깝다.
국내외 주요 VC들의 인터뷰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대규모 인력을 필요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보다는 소수 정예로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
더브이씨(The VC) 등의 스타트업 고용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스타트업 신규 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둔화세를 보였으며, 이는 AI를 활용해 고정비(인건비)를 효율화하려는 경영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4-2. ‘쉬었음’ 청년의 증가와 미스매치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025년 11월 기준 254만 3천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 4천 명으로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IT 및 사무직 일자리를 희망하던 고학력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하거나,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기술 변화로 인해 축소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 노무직에는 사람이 부족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화이트칼라 엔트리' 레벨은 AI가 대체하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5. 산업별 심층 분석 III: 제조업의 자동화와 고용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현장에서도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와 맞물려 고용 감소세가 관찰된다.
5-1. 17개월 연속 감소의 의미
국가데이터처(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과거에는 수출이 늘어나면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고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있었으나, 2025년 반도체 및 자동차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는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생산 라인 증설 시 인력 추가보다는 AI 기반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과 자동화 설비 투자를 우선시한 데다, 구조조정·해외 생산 이전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AI는 기계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여 다운타임을 줄이고, 품질 검사 공정(Vision AI)에서 인간의 눈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불량품을 잡아내는 등 생산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5-2.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 변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던 키오스크, 협동 로봇, 공장 자동화 시스템이 비용 절감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은 개별 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거시적으로는 단순 생산직과 오퍼레이터 직군의 감소를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는 제조업이 과거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수행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 결론 및 향후 전망: ‘재교육’이 필수 생존 전략
2026년의 대한민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넘어, "AI 시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과제 앞에 서 있다.
6-1. U자형 고용 구조 재편 가능성
국내외 자동화·AI 연구에서 제기돼 온 고용 양극화 논의를 감안할 때, 향후 한국 노동시장도 AI 활용 능력이 높은 고숙련 전문가 그룹과, AI/로봇이 기술적·경제적으로 대체하기 힘든 대면 서비스업(돌봄, 간병, 미용 등)으로 일자리가 양분되는 ‘U자형 고용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중간 숙련 수준의 사무직(Middle-skill jobs)은 자동화의 영향권에 가장 크게 노출될 수 있다.
6-2. 사회적 안전망과 교육의 대전환
한국은행이 제언했듯, AI 확산으로 인해 초기 경력 형성의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 청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본 보고서는 향후 노동시장에서는 대규모 재교육과 리스킬링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력 형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분석한다. 단순 지식 습득보다는 AI에게 정확한 맥락을 제시하고(Prompting), 결과물의 진위와 윤리성을 검증하며(Auditing), 파편화된 정보를 엮어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 무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의 확산 속도는 인간의 제도적 적응 속도를 이미 앞지르고 있다. 이제는 기술 도입 속도전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술 변화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어떻게 새로운 직무로 연착륙시킬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과 구체적인 ‘리스킬링(Reskilling) 로드맵’ 수립을 2026년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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