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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설계의 본질: 단순한 ‘구조’의 변경이 아닌 ‘의사결정의 흐름’을 설계하라

현대의 조직 설계는 보고 체계의 확립을 넘어 ‘연결’과 ‘속도’를 지향한다. 사진은 전략적 청사진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솔루션을 모색하는 현대적 기업의 회의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는 ‘조직 개편(Reorganization)’ 이다.

최수진 기자입력 2026년 1월 15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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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설계의 본질: 단순한 ‘구조’의 변경이 아닌 ‘의사결정의 흐름’을 설계하라

현대의 조직 설계는 보고 체계의 확립을 넘어 ‘연결’과 ‘속도’를 지향한다. 사진은 전략적 청사진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솔루션을 모색하는 현대적 기업의 회의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는 ‘조직 개편(Reorganization)’ 이다.

현대의 조직 설계는 보고 체계의 확립을 넘어 ‘연결’과 ‘속도’를 지향한다.

사진은 전략적 청사진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솔루션을 모색하는 현대적 기업의 회의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는 ‘조직 개편(Reorganization)’이다.

사업부제에서 매트릭스로, 다시 기능 조직으로, 혹은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러나 맥킨지(McKinsey)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인용하는 통계에 따르면, 기업이 시도하는 대규모 변화·변혁(Transformation) 프로그램의 약 70%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이 ‘70%’ 수치는 학술 연구에서 일종의 과장된 신화(myth)로 비판되기도 하며, 실제 실패율은 산업과 정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개편이 난항을 겪는 본질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대부분의 리더가 조직 설계를 단순히 ‘박스(Box)와 선(Line)’을 그리는 작업, 즉 보고 체계(Reporting Line)의 변경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조직 설계(Organization Design)는 권력의 배분 구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정보의 흐름(Flow of Information)의사결정의 속도(Speed of Decision Making), 그리고 구성원 간의 협업 패턴(Collaboration Pattern)을 기업의 전략과 일치시키는 고도의 경영 공학이다.

오늘 KBR은 제이 갈브레이스(Jay Galbraith)의 스타 모델(Star Model)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애플(Apple)과 하이얼(Haier) 등 상반된 조직 모델을 통해 현대 기업이 추구해야 할 조직 설계의 핵심 원칙을 심층 분석한다.

제1원칙: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 (Structure Follows Strategy) - 그러나 ‘어떻게’가 중요하다


경영학의 구루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Chandler)가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명제를 제시한 이래, 이는 조직 설계의 불문율이 되었다.

그러나 현대 경영 환경에서 이 명제는 더욱 복잡한 층위를 가진다. 과거의 전략이 ‘비용 절감’이나 ‘규모의 경제’와 같은 단선적인 목표였다면, 현대의 전략은 ‘혁신’과 ‘효율’이라는 상충되는 가치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조직 설계는 단순히 기능별로 부서를 나눈 뒤 상호 조율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권한의 비대칭성’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이 최우선인 조직이라면 효율성을 담당하는 재무 부서가 혁신 부서의 예산을 통제하는 권한을 축소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별도의 성과 측정 지표를 가진 독립적인 셀(Cell) 조직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반면, 운영의 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이 핵심인 제조업 기반 기업이라면, 중앙집권적인 통제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기능 조직이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 즉, 모든 부서가 동등한 권한을 갖는 ‘민주적인 조직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우며, 전략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지양해야 한다. 조직 설계는 ‘어떤 기능이 우리 회사의 전략적 킹핀(Kingpin)인가?’를 정의하고, 그 기능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다만, 권한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다른 기능의 자율성과 이해관계를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 설계가 단순한 사내 정치(Office Politics)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어떤 기능을 킹핀으로 정의할지에 대한 합의와 더불어 의사결정 원칙과 평가·보상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시스템적 보완이 전제되어야 한다.

제2원칙: 정보 처리 이론과 ‘연결’의 비용


조직 설계의 핵심은 ‘복잡성(Complexity)’을 관리하는 것이다.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구성원 간의 연결 노드(Node)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이는 의사소통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제이 갈브레이스의 정보 처리 이론(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에 따르면, 조직 설계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 요구량’‘조직이 보유한 정보 처리 역량’ 간의 불일치(Gap)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슬랙 리소스(Slack Resources)’를 두어 정보 처리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다.

즉, 재고를 충분히 두거나 납기를 넉넉하게 잡아 부서 간의 긴밀한 조율 없이도 업무가 돌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둘째, ‘수평적 연결(Lateral Relations)’을 강화하여 정보 처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태스크포스(TF), 통합 관리자(Integrator), 매트릭스 조직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의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은 바로 이 두 번째 방법을 극대화한 형태다. 특히 디지털·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목적 조직(Squad) 내에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핵심 기능을 모두 포함시켜 외부와의 소통 비용을 최소화하고 팀 내부에서 정보가 완결되도록 설계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애자일 도입은 위험하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구매 기능이나, 전문성의 깊이가 중요한 하드웨어 R&D의 경우, 기능별로 모여 있을 때 지식의 축적과 공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통합(Integration)’이 중요한지, ‘전문화(Specialization)’가 중요한지를 냉철하게 판단하여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제3원칙: 애플(Apple)의 기능 조직 - ‘전문가’가 리드하는 중앙집권의 힘


현대 경영학의 트렌드가 ‘분권화’와 ‘사업부제’로 흐를 때, 최근 수년간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애플(Apple)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기능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아이폰 사업부장’이나 ‘맥북 사업부장’처럼 제품별 손익(P&L)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디자인, 운영 등 기능별 수석 부사장들이 팀 쿡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여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기사와 인터뷰 분석에 따르면, 애플이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이유는 ‘기술적 통합성’ ‘혁신의 순도’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업부제로 운영될 경우, 각 사업부장은 단기 손익(P&L)에 집착하게 되고, 비용 절감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의 구조에서는 R&D 부서가 특정 제품의 손익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끈다(Experts leading experts)”는 애플의 철학을 반영한다.

관리자가 아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의사결정권을 가질 때 타협 없는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애플의 사례는 ‘트렌드’를 좇는 조직 개편이 아니라, 기업의 고유한 DNA핵심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조직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제4원칙: 하이얼(Haier)의 렌단허이(RenDanHeYi) - 조직의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화


애플이 중앙집권의 힘을 보여준다면, 중국의 가전 거인 하이얼은 분권화의 극단을 보여준다.

장루이민 회장이 주창한 렌단허이(人單合一) 2.0 전환 과정에서 하이얼은 기존 위계 구조에서 1만 명이 넘는 중간 관리자 계층을 해체하고, 조직을 플랫폼과 약 4,000개 안팎의 소미기업(Micro-enterprise) 네트워크로 재구성한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각 소미기업은 독립적인 CEO, 재무, 채용 권한을 가지며, 심지어 내부의 다른 소미기업과 경쟁하기도 하고 외부 파트너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기도 한다. 본사는 관리자가 아니라 이들에게 자원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투자자이자 엑셀러레이터의 역할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플랫폼형 조직 구조는 시장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극강의 유연성을 제공한다. 고객의 니즈를 감지한 직원이 즉시 팀을 꾸려 제품을 만들고, 성과에 따라 막대한 보상을 가져가는 구조다.

하이얼의 사례는 불확실성이 높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제’보다 ‘자율’에 기반한 생태계형 조직하나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5원칙: 비공식 조직(Informal Organization)과 소셜 네트워크의 설계


공식적인 조직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 업무는 조직도상의 보고 라인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비공식 조직이라 한다. 훌륭한 조직 설계자는 공식 조직을 변경할 때 비공식 네트워크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조직 네트워크 분석(ONA, 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은 이를 위한 강력한 도구다. 누가 정보의 허브(Hub)인지, 누가 부서 간을 연결하는 브로커(Broker)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조직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브로커’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를 해고하거나 엉뚱한 부서로 배치한다면, 조직도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실제 업무 프로세스는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설계 시에는 부서 간의 물리적 배치, 공용 공간의 설계, 십자형 프로젝트 할당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우연한 충돌(Serendipitous Collisions)’을 유도하고, 사일로(Silo)를 허무는 비공식적 연결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픽사(Pixar) 사옥이 중앙의 거대한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모든 부서원이 화장실이나 식당을 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한 것은, 공간 설계를 통한 조직 설계의 사례로 널리 인용된다.

결론: 조직 설계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완벽한 조직 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특정 시점의 전략과 환경에 ‘더 적합한(Fitter) 구조’만 존재할 뿐이다.

모든 조직 형태는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Trade-off)을 가지고 있다. 기능 조직은 전문성을 강화하지만 부서 이기주의를 낳고, 사업부제는 민첩성을 높이지만 자원의 중복 투자를 초래한다.

따라서 경영자의 역할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감수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 설계는 한 번의 선포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전략의 변화와 시장의 진화에 맞춰 끊임없이 튜닝(Tuning)해 나가는 지속적인 프로세스여야 한다.

오늘의 인사이트를 요약하자면, 성공적인 조직 설계는 전략적 우선순위의 명확화, 정보 흐름의 최적화, 공식·비공식 체계의 정렬, 그리고 투명한 보상과 평가 체계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당신의 조직도는 지금 죽어있는 문서인가, 아니면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인가? 이제 박스(Box)를 지우고, 흐름(Flow)을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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