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는 시장성이 낮아 생산이 어려운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2017년부터 개발하여 병원 등에 무상으로 공급해 오고 있다. 이는 수익성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한 대표적인 진정성 경영 사례로 꼽힌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전통적으로 ‘이윤 창출’로 정의되어 왔다.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하에서 수익성은 기업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척도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글로벌 경영 환경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것을 넘어, ‘어떻게’ 버는지, 그리고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무적 손실이나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특정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유지하는 기업들의 행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유한킴벌리와 매일유업, 그리고 미국의 CVS 헬스(CVS Health)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자선 활동(CSR)을 넘어, 비즈니스의 본질과 연계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리아비즈니스리뷰(KBR) ESG경영 인사이트에서는, 이들의 사례를 사실(Fact) 기반으로 심층 분석하고, 실무자들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1. 국내 사례 분석: “단 한 명의 소비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1) 매일유업: 27년의 지속,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
국내 ESG 경영 사례에서 매일유업의 ‘선천성 대사 이상(Inborn Errors of Metabolism) 환아용 특수 분유’ 생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할 때 교과서적으로 인용되는 사례다.
선천성 대사 이상은 아미노산, 지방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여, 일반 음식을 섭취할 경우 운동 발달 장애나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희귀 질환이다. 이를 앓는 환아들은 평생 특수 분유나 엄격한 제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이러한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생산해 오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는 기업 사회공헌(CSR)과 ESG 관점에서 추진되는 공익적 사업으로, 일반 제품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측면에서는 분명히 불리한 결정이다.
환자 수가 수십만 명 중 한 명꼴로 극히 적어 수요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을 위해서는 일반 분유 공정을 전면 중단하고 세척한 뒤 소량만 생산해야 하기에 공정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특수 원료 수급 비용은 높은 반면, 가격은 정부 지원 등을 고려해 낮게 책정되어 있어 재무적으로는 수익성이 거의 없거나 사실상 적자에 가까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유업이 이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창업주의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고(故) 김복용 선대 회장은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의 어려움을 접한 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기며 특수 분유 개발과 생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매일유업을 포함한 소수의 유업 회사가 특수 분유를 제한적으로 생산해 왔으나, 매일유업은 가장 장기간 안정적으로 다품종을 공급해온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진정성은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을 ‘갓(God)매일’이라 부르며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2) 유한킴벌리: 이른둥이(미숙아)를 위한 초소형 기저귀 무상 지원
유한킴벌리 역시 시장 논리보다 생명의 가치에 무게를 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통계청 및 의료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생아 중 일부가 37주 미만에 태어나는 이른둥이(미숙아)로 분류되며, 그 비율은 통계 기준에 따라 수 퍼센트(%) 내외로 집계된다. 이들은 일반 신생아보다 신체가 훨씬 작고 피부가 연약해 시중의 일반 기저귀를 착용하기 어렵다.
유한킴벌리는 2017년부터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S사이즈 미만)를 생산하여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이 있는 종합·대학병원과 자사몰 ‘맘큐’를 통해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대량 상업 판매를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시장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른둥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짧은 기간 머물며 급격히 성장하기 때문에 사이즈 교체 주기가 빠르고, 수요 예측이 어려워 재고 관리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이를 ‘투자가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했다. “가장 작게 태어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위생 제지 기업의 사명”이라는 판단 하에 손실을 감수하고 생산을 지속해 온 것이다.
이는 유한킴벌리가 오랫동안 지속해 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과 더불어, 소비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도’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2. 글로벌 사례 분석: 단기 매출 2조 원 규모를 감수한 리포지셔닝 베팅
CVS 헬스(CVS Health): 담배 판매 중단 선언과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성 경영의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은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 CVS 헬스(당시 CVS 케어마크)다.
2014년, CVS는 미국 내 7,600여 개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CVS는 담배 및 관련 제품 판매로 연간 약 2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조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1.6%에 해당하는 작지 않은 규모였다.
주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래리 멀로(Larry Merlo) 당시 CEO는 “사람들의 건강을 돕는 헬스케어 기업의 목적과, 질병의 주원인인 담배를 파는 행위는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VS는 담배 판매 중단으로 인한 단기적 매출 감소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 이후의 행보가 중요하다. CVS는 담배 판매 중단과 함께 회사명을 CVS Caremark에서 CVS Health로 변경하고, 보험사와의 파트너십 확대, 의료 서비스(MinuteClinic) 성장, 대형 M&A 등을 병행하며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강화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담배 판매 중단, 브랜드 리포지셔닝, 헬스케어 사업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CVS 헬스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즉, 단기적인 매출 포기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된 셈이다.
3. 왜 기업은 ‘손해 보는 장사’를 선택하는가?
이러한 ‘가치 중심 경영’이 현대 비즈니스에서 갖는 전략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진정성(Authenticity)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핵심 키워드다.
여러 글로벌 서베이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기업의 실제 행동과 진정성을 중시하고,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나 ‘소셜워싱(Social Washing)’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매일유업이나 CVS 헬스처럼 실질적인 수익 감소를 감수한 결단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며, 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로열티로 이어진다.
둘째, 내부 조직의 결속력과 인재 유치(Talent Retention)에 긍정적이다.
딜로이트(Deloitte) 등 글로벌 컨설팅사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등 젊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회사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장 선택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특수 분유 생산이나 이른둥이 지원과 같은 프로젝트는 구성원들에게 직무에 대한 자부심과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셋째, 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평판(Reputation)의 안전판 역할이다.
경영학 연구와 실제 사례들에 따르면, 평소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적인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비교적 더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기업이 쌓아둔 ‘신뢰 자본’은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수행한다.
4. 실무자를 위한 구체적 실행 인사이트
기업의 ESG 담당자 및 경영진이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자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1) 비즈니스 연계성(Business Alignment) 찾기
막연한 기부가 아니라, 회사의 ‘업(業)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사회적 문제를 발굴해야 한다. 매일유업은 ‘우유’ 기술로 대사 질환을, 유한킴벌리는 ‘위생 제지’ 기술로 이른둥이를, CVS는 ‘약국’ 플랫폼으로 국민 건강 문제를 다뤘다. 자사가 보유한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2)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가치 경영은 단기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 매일유업이 20년 넘게 특수 분유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거나, 장기적인 예산 계획을 수립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3)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통한 소통
이야기를 지어내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두잉’이 중요하다. 화려한 보고서 발간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가 더 큰 울림을 준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팩트 기반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정성 있는 소통 전략이 요구된다.
4) 성과 측정의 다각화
해당 프로젝트의 가치를 단순한 재무적 ROI(투자대비효과)로만 측정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 평판 지수, 임직원 만족도(eNPS), 이해관계자 신뢰도 등 비재무적 지표를 통합한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모델을 도입하여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경영진을 설득해야 한다.
결론: 이익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으로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은 이제 기업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킴벌리의 이른둥이 기저귀와 매일유업의 특수 분유는 단기 재무제표상으로는 비용으로 기록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무형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ESG 경영의 핵심은 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 태도에 있다. 당
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결단하는 것, 그것이 2026년 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의 본질이다.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All Rights Reserved.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의료진이 인큐베이터 속 이른둥이(미숙아)를 돌보고 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1/14/1768344620_9324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