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Korea Business Review

issue-briefing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과 석유 패권의 이면: 마두로 축출, 그 뒤에 숨겨진 3,030억 배럴의 거대한 셈법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군사 작전은 마두로 정권의 종말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거대한 석유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지정학적 격랑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군사작전인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 을 감행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류현진 기자입력 2026년 1월 6일수정 2026년 5월 26일
Share
어둠을 가르는 미군 헬기 편대와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섬광.[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어둠을 가르는 미군 헬기 편대와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섬광.[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군사 작전은 마두로 정권의 종말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거대한 석유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지정학적 격랑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군사작전인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을 감행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성공 직후 마러라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한 독재 정권의 교체를 넘어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과 관리를 공식화했다. 이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미국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하위 파트너로 편입시키려는 거대한 전략적 구상으로 해석된다.

국제법 위반 논란과 주권 침해라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이번 작전은 전 세계 외교가와 에너지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졌다.

과연 이것은 트럼프가 주창한 ‘민주주의의 수호’인가, 아니면 21세기판 자원 확보를 위한 노골적인 패권 전쟁인가.

코리아비즈니스리뷰(KBR)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이 거대한 지정학적 도박의 이면과 산업적 파급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1. 3,030억 배럴의 유혹: 왜 하필 지금, 베네수엘라인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 땅 밑에 잠들어 있는 ‘검은 황금’의 실체와 미국 정유 산업의 구조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압도적인 매장량과 '자원의 저주'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약 3,030억 배럴에 달한다. 이는 '석유 왕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약 2,600억 배럴)를 제치고 세계 1위이며,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약 17% 수준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그러나 이러한 천문학적인 자원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처참히 붕괴했다. 차베스 시절 한때 일일 300만 배럴에 달했던 원유 생산량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국영기업 PDVSA의 방만한 경영, 숙련 인력의 해외 유출, 그리고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맞물리며 최근 일일 70만~10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 멕시코만 정유 시설과의 '운명적 궁합'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성질이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벨트에 매장된 원유는 대부분 아스팔트처럼 끈적한 초중질유(Extra-heavy crude)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의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한 정유 공장들이 바로 이 '중질유'를 정제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셰일 오일 붐으로 경질유(Light crude) 생산은 넘쳐나지만, 정작 미국 정유 시설은 중질유를 필요로 한다. 그동안 미국은 이 중질유를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나 다른 산유국에 의존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는 미국 에너지 안보와 산업 효율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KBR Insight

트럼프 대통령의 ‘운영(run)’ 발언은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 비즈니스적 확신이다. 엑손모빌(ExxonMobil)이나 셰브론(Chevron) 같은 미국 메이저 기업들은 초중질유를 채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두로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제거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다시금 베네수엘라 유전에 진입해 멈춰 선 펌프를 돌리게 하려는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2. ‘먼로 독트린 2.0’의 그림자: 중국과 러시아 지우기


이번 군사 개입을 단순히 석유 약탈로만 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의 부활’이자,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물리적으로 축출하기 위한 지정학적 승부수다.

부채의 덫과 에너지 담보

그동안 마두로 정권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자금줄이 막히자,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벌렸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원유를 현물로 상환받는 계약을 맺어왔으며,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는 PDVSA와 합작 투자를 통해 주요 유전의 지분을 확보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우회 통로 역할을 해왔다.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지하 자원이 중국과 러시아의 채권 담보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지정학적 연결고리 차단

미국이 과도 정부를 앞세워 직접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향후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 수익이 중국과 러시아의 빚을 갚는 데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전략 폭격기를 전개하거나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며 남미 내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려던 시도 역시 이번 작전으로 인해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의 이번 강수는 서반구 전체에서 '반미(反美) 벨트'를 해체하고, 에너지 패권의 흐름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3. ‘재건’의 현실과 리스크: 1,000억 달러와 10년의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미국 자본이 투입된다면 베네수엘라 경제는 즉각 되살아날 수 있을까?

시장은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지만, 현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훨씬 냉정하다. ‘즉각적인 대규모 증산’은 물리적,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프라 붕괴와 인력 유출

현재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주요 정유 시설과 파이프라인 가동률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수년간의 부품 부족과 유지보수 방치로 인해 핵심 설비들은 녹슨 고철 덩어리에 가깝게 노후화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다. 지난 10년간 경제난으로 인해 약 70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국경을 넘었고, 이 중에는 석유 산업의 핵심인 지질학자, 엔지니어, 숙련 기술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설비를 고친다 해도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막대한 비용과 보안 리스크

에너지 컨설팅 업체들과 투자은행들의 분석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을 과거 수준인 일일 300만~400만 배럴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4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치안 부재는 투자 결정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리스크다.

마두로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를 지지하던 친위 세력(콜렉티보)이나 지방의 무장 범죄 조직, 혹은 잔존 군부 세력이 유전 시설과 송유관을 겨냥한 테러나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벌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미국 기업들이 이러한 '전시 상황'에 가까운 리스크를 안고 즉각적인 대규모 자본 투입을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4. 미국 내 정치적 셈법: 국경 문제와 유가 안정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점에, 이렇게 과격한 방식을 선택한 배경에는 미국 국내 정치적 셈법도 깊게 깔려 있다.

이민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국경 통제' 이슈와 베네수엘라는 직결되어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 남부 국경을 넘는 불법 입국자의 상당수가 베네수엘라 출신이었다.

경제 파탄이 난민을 만들고, 그 난민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드는 구조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즉,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재건하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국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명분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유가 통제

또한, 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국제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가솔린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낮은 유가가 곧 세금 감면"이라는 지론을 펼쳐왔다.

베네수엘라의 공급량을 미국이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 OPEC+의 감산 정책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협상 카드)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5. 결론 및 향후 전망: ‘팍스 아메리카나’의 거친 귀환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작전은 단순한 '독재자 체포' 뉴스가 아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 온 국제 질서의 규범을 깨고,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리력을 투사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향후 베네수엘라에서는 미국이 주도하거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의 석유 산업 민영화, PDVSA의 구조조정, 그리고 서구 자본의 재진입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보복, 남미 좌파 블록의 반발, 그리고 베네수엘라 내부의 혼란 등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명분보다는 실리, 외교보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거친 귀환과, 에너지 자원을 매개로 한 새로운 제국주의적 질서가 태동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유전이 다시 펌프질을 시작할 때, 그 검은 석유는 누구의 탱크를 채우게 될 것인가. 세계가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는 이유다.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All Rights Reserved.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 저작권자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