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선언하며 서해 구조물·양안 문제 등 민감 현안 정면 돌파
2026년 1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손을 맞잡았다.
2025년 11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두 달여 만에 다시 마주 앉은 것이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빈 방중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변했던 국내외 정세 속에서 들어선 새 정부가 선택한 외교 노선인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가 본격화되는 무대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은 지난 몇 년간 다소 위축되었던 한중 경제 협력의 혈를 뚫고, 산적한 안보 리스크를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 '경주'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진 실용주의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행은 단순한 답방 차원을 넘어선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와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최대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인허쥔 과학기술부장이 직접 영접을 나온 것은 중국 측이 이번 방문에 거는 기대와 무게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안보는 굳건하게, 경제는 실리있게'라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독트린이 시험대에 오른 자리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사전 조율 과정에서 언급했듯,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지향하는 흐름이 가시화됨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확보하고, 동시에 꽉 막힌 경제 혈관을 뚫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 경제적 성과: 10건 이상의 MOU와 '비즈니스 르네상스'
이날 정상회담의 백미는 단연 경제 분야의 가시적 성과다. 양국 정상은 관계 장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제·산업·기후·교통 등 10건 이상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양국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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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안정화 협력: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망 교란을 막기 위해, 양측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조기경보·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보장하는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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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협력: AI,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기술 표준화 협력을 모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삼성, SK, 현대차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중국 파트너들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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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및 교통: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청천(晴天) 프로젝트'의 확대와 양국 간 교통 물류망 효율화 방안도 의제에 포함되었다.
KBR Insight
이번 MOU 논의는 과거의 '양적 성장' 중심 교류에서 '질적 고도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한국은 초격차 기술을 보호하면서도 중국의 거대 내수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적 제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3. 민감 현안의 정면 돌파: 서해 구조물과 한한령
경제적 성과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양국 간의 예민한 가시들을 어떻게 처리했느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유의 실용적 화법으로 난제들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 구조물 문제의 '관리 모드' 전환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 등에 설치한 부표와 구조물 문제는 양국 해양 주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양 정상은 이를 군사적 긴장으로 비화시키지 않기로 하고, 공동 조사 또는 협의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당장의 철거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더라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 채널을 제도화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한령(限韓令) 완화 신호
문화 콘텐츠 업계가 염원하던 '한한령'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 기류가 감지됐다. 시진핑 주석은 "양국 국민의 정서적 유대가 중요하다"며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비공식 '한한령'으로 불려온 각종 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게임 판호 발급 확대, K-팝 공연 허가, 드라마 방영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DB미래전략연구소 등 일부 연구에서는 2017년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를 약 2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해 왔으며, 업계는 유사 규모의 회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 외교적 딜레마와 전략: '하나의 중국'과 안보
가장 민감한 주제인 '양안(중국-대만) 관계'와 관련하여, 이 대통령은 CCTV 인터뷰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 경제·한반도 현안에서 실질적 협력을 끌어내려는 실용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는 과거 정부가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과의 전략 공조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었던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하되, 중국과는 경제와 북핵 문제에서 협력하는 '복합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 결론 및 향후 전망: '베이징의 봄'을 '국익의 결실'로… 이제는 '디테일'의 시간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은 지난 수년간 '가치 외교'의 기조 아래 냉각기를 겪었던 한중 관계를 '실용과 국익'이라는 새로운 궤도에 올려놓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여 건의 MOU 체결과 안보 이슈의 관리 모드 전환은 양국 관계가 단순한 수사(Rhetoric)를 넘어 실질적 협력 단계로 재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그러나 회담장의 훈풍이 곧바로 경제적 성과로 직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악수'가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익'으로 환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파고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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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리스크'와 고차방정식: 미중 패권 경쟁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 밀착' 행보는 자칫 미국의 오해나 통상 압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되, 중국과는 경제적 생존을 도모한다"는 논리를 미국 측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외교적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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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의 함정과 이행 검증: 과거에도 화려한 MOU가 체결됐지만, 사드 사태 등의 변수로 휴지 조각이 된 전례가 있다. 이번 합의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중 경제협력 후속 조치 전담반(TF)'과 같은 실무 협의체를 가동해, 중국 측의 규제 완화 조치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치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특히 한한령 완화가 K-콘텐츠 기업의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공급망 핫라인이 위기 시에 즉각 가동되는지가 검증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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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차이나+1' 전략 병행: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는 별개로, 기업 차원에서는 '중국 시장 재공략'과 '공급망 다변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므로, 인도·아세안 등 대체 시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은 다시 정부와 기업으로 넘어왔다. 이번 정상회담은 '완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확보한 이 소중한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적 접근을 배제한 '냉철한 전략적 기민함'과 디테일을 챙기는 '끈질긴 후속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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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휘날리며, 한중 해빙과 실리 외교 재가동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6/01/05/1767574654_5752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