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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중심에서 연결 중심으로의 전환

회의 테이블 중앙에 놓인 'NETWORK HUB' 모형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를 넘어선 초연결 생태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박소유 기자입력 2025년 12월 26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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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중심에서 연결 중심으로의 전환

회의 테이블 중앙에 놓인 'NETWORK HUB' 모형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를 넘어선 초연결 생태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회의 테이블 중앙에 놓인 'NETWORK HUB' 모형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를 넘어선 초연결 생태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기업 리더들은 이제 파트너들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 오케스트레이터'로 거듭나야 한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전통적 소유 경영의 한계와 연결의 시대적 필연성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영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였다.

헨리 포드가 철광석 광산부터 선박, 철도, 공장까지 모든 공급망을 직접 소유하며 '포드주의'를 완성했을 때, '소유'는 강력한 진입장벽이자 핵심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전환(DX)과 초불확실성(VUCA)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소유 중심의 모델이 가진 경직성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유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기업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다양한 파트너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현대 경영의 전장(戰場)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에서 생태계(Ecosystem) 간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스로 모든 기능을 내재화하여 해결하려는 모델은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외부 파트너들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운영 기법의 전환을 넘어, 기업의 존재 목적과 성장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구한다.

자산의 함정: 고정 자산 중심 모델의 전략적 유연성 저하


전통적인 자원 기반 관점(Resource-Based View)에서는 희소성 있는 핵심 자산을 내재화하는 것이 비용 효율성과 품질 통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술 혁신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고정 자산은 오히려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좌초 자산(Stranded Assets)'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대규모 제조 설비나 물리적 인프라를 소유하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있으나, 시장의 요구가 급변할 때 전략적 방향을 수정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킨다.

최근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리스크를 분산하고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소유는 직접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하지만, 연결은 외부의 혁신 자원을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이제 '소유의 범위'를 확장하기보다는 외부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연결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경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TSMC와 ASML 사례: '보이지 않는 제국'을 형성한 핵심 허브의 힘


연결이 소유보다 강력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중추인 TSMCASML이다.

대만의 TSMC는 "고객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순수 파운드리(Foundry-only) 모델을 지향해 왔다. 이들은 전 세계 주요 팹리스(Fabless) 설계 업체들을 자신들의 제조 공정에 연결함으로써, 선단 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TSMC의 성장은 단순히 생산 능력의 확장이 아니라, 연결된 고객사들의 성공이 자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호 호혜적 생태계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네덜란드의 ASML 역시 독보적인 연결 전략을 구사한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단독 공급하고 있는 ASML은 공식 자료에 따르면 약 5,000개 이상의 글로벌 공급사 네트워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장비의 모든 핵심 부품을 직접 제조하려 하기보다, 전 세계의 특화된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들을 정교하게 연결하여 시스템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전략적 병목(Strategic Bottleneck)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이는 개별 기업의 소유 범위를 넘어선 연결 기반의 지배력을 잘 보여준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네트워크 효과: 낮은 한계비용 기반의 성장


연결 중심 경영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와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용 구조의 혁신이 있다. 전통적인 자산 중심 사업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관리 비용과 복잡성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연결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들은 추가 이용자 한 명을 연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전통 모델 대비 현저히 낮다.

에어비앤비(Airbnb)는 대규모 호텔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전 세계 숙박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며 전통적인 호텔 체인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우버(Uber) 또한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이동 수요와 공급을 연결함으로써 도시 단위의 이동 서비스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자산의 관리가 아니라 '연결의 최적화'와 '데이터 기반의 매칭 알고리즘'에 있다. 소유의 장벽을 허물고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존 산업 구조에서 간과되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것이다.

애플과 테슬라: 하드웨어 소유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결합


애플과 테슬라는 우수한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이들의 진정한 기업 가치는 하드웨어와 이를 둘러싼 디지털 서비스 생태계의 결합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많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판매하는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앱스토어를 통해 수백만 명의 개발자와 전 세계 사용자를 하나로 연결했다. 사용자는 단순히 물리적인 기기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구동되는 방대한 앱, 콘텐츠, 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생태계 전체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편익을 누린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제조를 넘어 모빌리티 및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에 구축된 수퍼차저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는 테슬라의 가치를 형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시가총액과 기대치가 단순 차량 판매 대수보다, 누적된 데이터를 통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고도화 가능성에 연동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연결된 차량이 거대한 데이터 노드로 작동하며 생태계 전체의 지능을 높이는 구조, 이것이 테슬라가 지향하는 연결 경영의 정점이다.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 통제자에서 '오케스트레이터'로


생태계 중심의 연결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십 또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리더가 조직 내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지시하는 '사령관'의 성격이 강했다면, 연결의 시대에는 생태계 전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유 가치를 설계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리더는 단기적인 독점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생태계 참여자들이 우리 플랫폼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파트너들의 기여에 대해 투명하게 보상하고 신뢰를 구축할 때, 생태계는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폐쇄적인 경쟁 우위를 지키는 전략이 아니라, 개방적인 협력을 통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다. 외부의 역량을 마치 내부 자산처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능력이 미래 리더의 핵심 척도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3가지 전략적 프레임워크


첫째, 모듈화(Modularity)와 인터페이스 표준화를 선도해야 한다.

생태계의 연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외부 파트너들이 우리 시스템에 손쉽게 진입하고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 개방형 API를 제공하거나 업계의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것은 더 많은 참여자를 우리 중심으로 연결시키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둘째,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연결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는 생태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증폭시키는 원천이다. 파트너들과 유의미한 데이터를 공유하여 상호 발전을 도모하되, 전체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상생 기반의 수익 배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은 참여자들이 얻는 가치에 달려 있다. 지나친 수익 독점은 파트너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진다. 기여도에 따른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생태계 주도권을 유지하는 가장 지속 가능성이 높은 길 중 하나다.

결론: 연결은 미래 경영의 필수 생존 조건이다


이제 기업에게 '소유'는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영역이 되고 있지만, 핵심 파트너 및 고객과의 '연결'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무리 거대한 자산과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외부와 단절된 채 폐쇄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다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초일류 기업은 자산의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밀도와 확장성으로 정의될 것이다.

우리 기업은 현재 성벽을 높게 쌓아 소유권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더 많은 다리를 놓아 연결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소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연결의 미학을 경영 전반에 투영할 때, 비로소 불확실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비즈니스 임팩트가 발생할 것이다. 생태계의 오케스트레이터로서 기능하는 것, 이것이 향후 경영 패러다임이 지향해야 할 중대한 방향성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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