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게 작동하며 빛을 내는 황동 기계(왼쪽)는 혁신적인 미래 성장 엔진에 대한 투자를, 물방울이 떨어지는 마른 수건(오른쪽)은 한계에 다다른 비용 절감 노력을 상징한다.
위기의 순간, 경영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이미지]
경영의 겨울, 리더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2025년의 끝자락, 대한민국 경제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 속에 놓여 있다.
올해 초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이 전망했던 2.0% 내외의 경제성장률은 수치상으로는 방어적인 수준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장의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고금리의 여진은 지속되고 있으며, 내수 소비 심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많은 CEO들이 “매출 그래프가 L자형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S-커브(S-Curve)’의 정체 구간에서 경영진은 본능적인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눈앞의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할 것인가?
과거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체득한 ‘생존 본능’은 강력한 비용 절감을 요구하지만, 급변하는 AI(인공지능) 기술 파도는 투자를 멈추는 순간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내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10% 일괄 삭감’과 같은 방어적 숫자로만 채워져 있다면, 이번 아티클을 통해 전략의 방향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위기는 관리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해 기회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의 함정: 단순 비용 절감만으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매출 정체기에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은 변동비다.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R&D(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하며, 심지어는 인력 채용을 동결하는 방식은 재무제표상 영업이익률을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 펌들의 데이터들은 이러한 ‘축소 지향적 관리’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가 전 세계 약 3,9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 시계열로 추적 조사한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대침체(Great Recession) 불황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성장 동력에 집중한 ‘승자 그룹(Winners)’은 불황기를 포함한 전체 기간 동안 수익(EBIT)을 연평균 약 14% 성장시킨 반면, 소극적으로 대응한 패자 그룹은 사실상 제자리걸음(0%대)에 머물렀다.
이는 무차별적인 비용 절감이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직원들에게 패배 의식을 심어주며, 장기적으로는 회복기의 도약 발판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5년 현재, 일부 유통 및 제조 기업들이 단기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객 서비스 품질을 낮추거나 필수적인 AI 도입 투자를 미루는 사례가 업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경영 연구는 고객 경험(CX) 저하가 브랜드 이탈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매출 정체를 심화시키는 ‘불황의 악순환(Doom Loop)’을 낳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는 있어도, 번영하기는 어렵다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이다.
역발상의 승리: 위기에 씨앗을 뿌린 기업들
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데이터를 분석해, 상위 ‘회복탄력성(Resilient)’ 기업들이 다운턴 국면에서는 운영비를 신속하게 줄이면서도(매출 감소분 대비 약 50% 수준의 비용 절감), 회복 국면을 대비해 포트폴리오 재편과 성장 투자·M&A를 더 공격적으로 집행했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방어와 공격의 동시 추구’는 학계와 컨설팅 업계에서 흔히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으로 설명되는 패턴에 가깝다.
과거 사례를 복기해보면, 1990년대 초 미국 경기 침체 당시 다수 완성차 업체가 투자 축소에 나설 때, 토요타(Toyota)와 혼다(Honda)는 미국 현지 생산·R&D 투자를 유지 및 확대한 바 있다.
이는 회복기에 생산·공급 역량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핵심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삼성전자의 과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선제 투자 역시, 이후 스마트폰 및 프리미엄 IT 기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주요한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5년의 문법으로 해석하자면, 이러한 투자의 핵심 축은 단연 ‘AI와 디지털 전환(DX)’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글로벌 CEO·CIO 조사에 따르면, 2025년에도 AI와 디지털 전환은 응답 기업의 70% 이상에서 'Top 3 전략 우선순위'로 꼽혔으며, 상위 성과 그룹일수록 경기 둔화기에도 해당 영역의 예산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 침체로 경쟁사들이 지출을 줄일 때 오히려 AI 에이전트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에 투자해 비용 구조를 재설계하는 기업이, 회복기에 구조적 원가 우위를 확보하는 패턴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A와 B의 갈림길: 당신의 조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여기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당신의 조직은 현재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A: 방어적 축소 전략 (Defensive Retreat)]
이 기업은 내년도 목표를 ‘생존’으로 설정하고, 모든 부서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15% 삭감하며 신규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했다. 직원들은 구조조정 우려 속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실수를 하지 않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
예상되는 결과: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은 방어할 수 있으나, 핵심 인재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쟁사가 AI 기반 서비스를 내놓을 때 대응 역량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경기 회복 시점이 도래해도 낡은 비즈니스 모델에 갇혀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나리오 B: 전략적 재편 전략 (Strategic Reallocation)]
이 기업은 ‘성장’을 목표로 하되,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 관행적인 회의비, 저성과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Pruning)하지만, 확보된 자금은 AI 도입과 핵심 R&D 인력 유치에 재투자한다. 직원들에게는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예상되는 결과: 초기에는 비용 구조 재편에 따른 조직적 진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구조적 비용이 영구적으로 절감되며, 신기술을 선점하여 불황기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얻는다. 회복기에는 더 빠른 성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경영 연구의 다수는 단순한 비용 삭감보다는, 비효율을 줄여 성장 투자 여력을 만드는 B안(전략적 재편) 쪽이 장기 성과에 유리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실무 가이드] 2026년을 위한 ‘스마트 효율화’ 3단계 전략
그렇다면 실무자들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주요 컨설팅 펌들의 제언을 종합한 전략적 실행 3단계를 제안한다.
1. 군살과 근육을 구분하는 ‘자원 재배분’ (Active Reallocation)
모든 비용을 동일한 잣대로 삭감하는 ‘일괄 삭감’은 지양해야 한다. 맥킨지는 고성장 기업들이 저성장 사업에서 고성장 사업으로 자본과 인력을 더 빠르게, 그리고 동적으로 재배분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인 ‘근육(R&D, 핵심 인재)’과 단순 운영 비용인 ‘군살(중복 업무, 비효율적 프로세스)’을 철저히 구분하여, 미래를 위한 항목에는 예산의 ‘성역’을 두는 결단이 필요하다.
2. 기술로 비용 구조를 혁신하라 (Tech-driven Cost Innovation)
2026년의 비용 절감은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트너 등 주요 IT 리서치 기관들은 여러 조사에서 AI 및 자동화 도입 기업이 컨택센터나 백오피스 운영 비용을 20~30% 수준 절감하고 업무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도입해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투자를 통한 비용 절감이다.
3. 위기일수록 투명하게 소통하라 (Transparent Communication)
구성원들이 비용 절감의 목적을 ‘회사의 위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BCG의 리더십 연구는 위기 시일수록 리더의 반복적인 방향성 공유와 작은 성과 사례(Quick Win) 공유가 조직 신뢰와 몰입을 지탱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경영진은 “우리가 아낀 비용이 AI 도입과 여러분의 성장에 재투자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결론: 위기는 준비된 자의 자산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불황을 “비효율적인 기업이 정리되고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하는 ‘창조적 파괴’의 시기”라고 정의했다.
2025년의 매출 정체는 당신의 기업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갈아끼워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
지금 당장 재무팀을 불러 예산안을 다시 점검해 보라. 그리고 질문하라.
“우리는 지금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움츠리고 있는가, 아니면 더 높이 뛰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2026년 당신의 기업 성적표를 결정짓는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 데이터 인용 및 출처 안내
이 글에서 인용한 데이터는 베인앤드컴퍼니의 불황기 성장 전략 보고서(2019), 맥킨지의 회복탄력성 및 다운턴 분석 자료, BCG의 2025년 CEO·AI 관련 리포트 및 주요 IT 리서치 기관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숫자가 명시되지 않은 일부 서술은 이들 연구의 공통된 방향성과 KBR 경영연구소의 해석을 반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