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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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체할 수 없는 리더십의 최후 보루: ‘정답’을 지시하는 자에서 ‘모순’을 경영하는 ‘파라독스 내비게이터(Paradox Navigator)’로

우리는 왜 리더 육성에 실패하는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만든 환상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리더십 교육과 핵심 인재(HIPO, High Potential)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CEO들과 HR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박소유 기자입력 2025년 12월 22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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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고르는 리더에서, 모순을 조율하는 리더로. ‘Both/And’는 차세대 리더십의 핵심 언어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정답을 고르는 리더에서, 모순을 조율하는 리더로. ‘Both/And’는 차세대 리더십의 핵심 언어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우리는 왜 리더 육성에 실패하는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만든 환상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리더십 교육과 핵심 인재(HIPO, High Potential)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CEO들과 HR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우리는 왜 리더 육성에 실패하는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만든 환상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리더십 교육과 핵심 인재(HIPO, High Potential)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CEO들과 HR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교육은 시켰는데, 정작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믿고 맡길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과거 고도 성장기가 만들어낸 리더의 전형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산업화 시대를 지배했던 리더십의 덕목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카리스마와 강력한 그립(Grip)으로 실무를 장악하는 ‘슈퍼맨’형 리더가 각광받았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확산과 초불확실성(VUCA)이 일상이 된 2020년대 중반의 경영 환경에서, ‘정답을 알고 지시하는 리더’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많은 산업 현장에서 특정 과제와 관련된 최신·세부 정보는 리더보다 실무자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질문을 재설정해야 한다. "어떤 스킬을 가진 리더를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패턴 인식과 대안 탐색을 수행하는 동안, 인간 리더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인사이트 4.0에서는, 그 해답으로 상충하는 가치를 통합하고 지속적으로 긴장을 관리하는 ‘파라독스 내비게이터(Paradox Navigator, 모순의 항해사)’라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안한다.

1. 리더십의 이론적 진화: ‘Either/Or’를 넘어 ‘Both/And’의 시스템으로


전통적인 경영학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황에서의 결단을 강조했다. 비용 절감이냐 혁신이냐, 단기 수익이냐 장기 투자냐의 문제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믿었다. 이것이 ‘Either/Or(양자택일)’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현대 비즈니스는 이러한 이분법을 거부한다. 경영학계의 석학 웬디 스미스(Wendy Smith)와 마리안 루이스(Marianne Lewis) 교수는 2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위대한 기업은 모순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스템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를 ‘Both/And Thinking(양자병행적 사고)’이라 정의하며, 리더가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동적 균형(Dynamic Equilibrium)’을 유지하는 ‘파라독스 시스템(Paradox System)’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차세대 리더는 딜레마 상황에서 A안과 B안 중 하나를 고르는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A와 B가 공존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3의 창조적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2. 양손잡이 조직과 인지적 복잡성: 이론적 계보의 재해석


이러한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핵심 이론은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다.

제임스 마치(James March) 교수는 1991년 기념비적인 논문을 통해 기업 활동의 본질적인 긴장 관계인 ‘탐색(Exploration, 새로운 가능성 발견)’‘심화(Exploitation, 기존 역량 활용)’의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마이클 터시만(Michael Tushman)과 찰스 오라이(Charles O'Reilly) 교수는 이를 발전시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활동을 구조적으로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양손잡이 조직’ 이론을 정립했다.

과거에는 이를 조직 구조의 분리(기존 사업부 vs 신사업 TF)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전사적 과제가 된 지금, 물리적 분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리더 개인의 ‘인지적 복잡성(Cognitive Complexity)’이 요구된다.

여기서 인지적 복잡성이란, "상충하는 정보를 단순히 선택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분리와 통합의 과정을 통해 다중 관점을 머릿속에 동시에 유지하며 통합적 판단을 내리는 사고 능력"을 의미한다. 즉, 차세대 리더 육성의 핵심은 단순한 직무 스킬셋(Skill-set)이 아니라, 모순을 통합하는 고차원적인 마인드셋(Mind-set)의 확장에 있다.

3. Case Study: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순 경영’의 대가들


①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문화와 성과의 역설적 통합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취임했을 당시, MS 내부에는 부서 간의 강한 경쟁과 사일로(Silo)가 존재했다. 그는 캐롤 드웨크의 이론을 빌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도입했다.

핵심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Know-it-all)"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 사람(Learn-it-all)"으로의 전환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가 ‘공감(Empathy)’과 ‘냉혹한 성과(Performance)’라는 모순을 결합한 방식이다. 그는 동료의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 지표에 포함시키는 등 협업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전략적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리더십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역할 재조정과 인사 변화를 단행했다. 이는 부드러움과 단호함이 공존하는 파라독스 리더십의 전형이다.

②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 계승과 파괴의 공존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Toyoda Akio) 전 사장(현 회장)은 ‘카이젠(개선)’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의 전통을 수호하면서도,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수익성(심화)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동화 및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탐색)에 본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최근까지도 그는 내연기관의 가치와 미래차의 혁신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기존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건전한 긴장감’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③ 구찌(Gucci)의 섀도우 보드: 권위와 파격의 조화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섀도우 보드(Shadow Board)’를 운영하며 임원 회의와 동일한 주제로 토론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청취가 아니었다.

실제 경영진의 판단과 다른 섀도우 보드의 제안이 채택되어 제품 라인업이나 마케팅 전략이 수정되기도 했다. 이는 전통적인 ‘위계(Hierarchy)’와 유연한 ‘민첩성(Agility)’을 동시에 추구한 사례로, 구찌가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를 얻으며 부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4. 우리 회사 리더,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 3가지 실행 프레임워크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라독스 내비게이터’를 육성할 것인가? 강의실 교육을 넘어선, 현장(Field)과 맥락(Context) 중심의 정교한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Strategy 1. 워렌 베니스의 ‘크루시블(Crucible)’ 경험 설계

리더십 대가 워렌 베니스가 주창한 ‘크루시블(시련의 용광로)’은 개인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강도 높은 시련을 의미한다. 기업은 예비 리더에게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복합적 난제’를 의도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실행 방안] 

"기존 유통망의 이익률을 방어하면서(A), 동시에 D2C(소비자 직거래) 채널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라(B)"와 같이 상충하는 목표를 부여한다. 이때 멘토는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겪는 인지적 부조화를 견디고 통합해낼 수 있도록 코칭해야 한다.

 

 

Strategy 2. 맥락 지능 강화를 위한 ‘책임형 직무 스왑(Job Swap)’

타 부서나 이종 산업의 언어를 이해하는 ‘맥락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은 필수적이다. 단순한 견학이나 리버스 멘토링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행 방안]

리버스 멘토링이 세대 감수성을 익히는 과정이라면, ‘직무 스왑’은 실제 의사결정 권한을 동반한 교차 배치여야 한다. 마케팅 리더 후보자를 재무팀에, 엔지니어를 영업 일선에 일정 기간 배치하여 타 영역의 논리로 의사결정을 해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리더가 ‘부분’이 아닌 ‘전체(Holistic View)’를 조망하게 한다.

Strategy 3.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의 KPI화

AI 시대의 리더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이 필요하다.

[실행 방안]
이를 추상적인 구호로 남기지 말고 HR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360도 피드백이나 연말 평가 항목에 ‘피드백 요청 및 반영 빈도’ ‘실패로부터의 학습 사례 공유’를 명시적인 지표로 설정할 수 있다. 이는 리더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심리적 중심을 잡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유지하는 시스템적 장치가 된다.

5. 결론: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CEO가 설계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우리 회사가 지향해야 할 리더의 모습은 ‘모든 정답을 아는 영웅’이 아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순을 회피하지 않고 끌어안으며, 조직원들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시스템 설계자’여야 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효율(Optimization)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비효율을 감수하거나, 긴장과 모순을 창조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리더의 몫이다.

리더 육성은 단순히 HR 부서의 과업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CEO와 CHRO의 최우선 아젠다로 다루어져야 한다. 가장 위대한 투자는 공장 증설이 아니라, 모순을 경영할 줄 아는 ‘생각하는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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