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스트 마일 혁신'에서 '길 위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공유 킥보드의 현주소
2018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공유 전동 킥보드는 대중교통의 사각지대,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연결하는 혁신적인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편리한 대여와 반납 시스템, 그리고 전기 배터리 기반의 친환경적 특성은 특히 젊은 세대의 이동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한때 기업가치 수조 원을 인정받았던 미국 버드(Bird)가 상장 이후 적자와 구조조정으로 상징적인 '부침' 사례가 된 것처럼, 국내 시장 역시 지쿠(GCOO), 스윙(SWING) 등 주요 사업자들이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헬멧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무면허 운전 등 이용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 문제와 더불어, 보행로 무단 방치로 인한 시민 불편이 가중되면서 공유 킥보드는 '킥라니'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민원·사고·규제 강화로 인해 사회적 평판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는 결국 규제 강화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국내 킥보드 비즈니스는 성장의 정점에서 심각한 문제점과 생존의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게 되었다.
2024년 이후 규제가 본격화되고 견인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부 주요 사업자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움직임까지 보였으며, 국내 공유 킥보드 시장은 중대한 전환점에 놓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한국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혁신과 안전, 편의와 규제 사이에서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으며, 이는 라스트마일 이동 수단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2. 주요 원인 및 영향: 규제 강화와 안전 문제의 심화
무면허 이용과 안전사고의 지속: 미흡한 법적 장치가 낳은 '도로 위의 무법자'
공유 킥보드 확산과 함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한 것은 안전사고의 증가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전국 PM 사고 건수는 2020년 897건에서 2022년에는 약 2,400건 수준으로 늘어난 뒤, 2024년에도 2,232건(잠정치)으로 여전히 2,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 규모는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2년은 소폭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 분석과 관련해,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2024년 3년간 발생한 PM 교통사고 7,007건 가운데 3,442건이 무면허 운전과 관련돼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면허 PM 운전자 적발 건수 기준으로는 2023년 기준 55% 이상이 19세 미만 청소년으로 집계되는 등, 10대 비중이 특히 높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 이상의 면허 소지자만이 운행할 수 있으나, 대여 과정에서 면허 인증 절차가 부실하여 청소년이나 운전 자격이 없는 이들이 손쉽게 대여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일부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이용 약관에 면허 등록을 요구하면서도, 실제 인증 절차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허술한 관리 체계는 전동킥보드사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정부와 경찰은 무면허 운행 등 주요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 PM 사고·무면허 비율 관련 수치는 한국도로교통공단, 경찰청 및 국회 제출 자료(2022~2024년 기준)를 종합한 것임)
불법 주정차와 막대한 견인료 부담: 사업 수익성을 붕괴시킨 '길 위의 골칫덩이'
공유 킥보드의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 중 하나는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이다.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출입구 인근, 횡단보도, 점자블록 위 등에 방치된 공유 킥보드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2024년 9월까지 1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불법 주정차 문제가 구조적인 도시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PM 방치 민원도 주요 민원 유형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는 불법 주정차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강력한 견인 조치를 시행하였고, 견인료와 보관료가 대여 업체에 부과되면서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이 급증했다.
일부 중소 사업자는 견인료·보관료 부담이 비수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지역을 축소하거나 아예 서울 등 주요 도심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하였다.
견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 사업자들은 마지막 이용자에게 견인료를 부과하는 구상권 청구 조항을 약관에 신설했지만, 이 또한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공유킥보드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다.
KBR Insight: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점
국내 공유 킥보드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안전 불감증이나 이용자의 시민 의식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혁신'을 앞세운 기술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규제'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초기에는 사실상 신고제에 가까운 구조였으나, 최근에는 지자체 협약·허가 요소가 강화되었다. 해외 사례처럼 도시와 협약을 맺고 속도 제한, 전용 주차구역 등 조건 아래 운영되는 '허가제·도시 협약 기반' 방식을 도입하거나, 사고 책임보험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3. 생존을 위한 다각화와 해외 진출 모색
공유 킥보드 시장의 냉각 기류 속에서 주요 사업자들은 생존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규제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PM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 및 해외 시장 진출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사업 모델 다각화: 전기자전거와 오토바이 렌탈로의 전환
공유 킥보드에 집중된 규제(견인, 헬멧, 면허)를 피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규제와 단속 강도가 낮은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로 분류되어 킥보드에 비해 견인·단속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아 운영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스윙(SWING)과 같은 업체는 오토바이 리스·렌탈 비즈니스인 '스윙 바이크'를 출시하여 PM 서비스 부문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 모델 다각화는 단일 사업 모델에 의존했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 개척과 도시 협력 모델 모색
국내의 까다로운 규제 환경에 지친 일부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쿠(GCOO)는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빔모빌리티(Beam Mobility) 역시 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여러 도시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라임이나 버드처럼 도시의 교통 체계에 통합되어 운영되는 '허가제·도시 협약 기반' 사례가 많아, 국내 업체들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여 규제완화의 실마리를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4.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지속 가능한 PM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안과 해결책
국내 공유 킥보드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한 PM 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과 업계의 자구책이 동시에 요구된다. 핵심적으로 안전, 주차, 규제 리스크 해결이 필요하다.
안전 확보를 위한 면허 '자격제' 도입 논의와 책임 강화
무면허 이용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동기 면허와 같은 기존 규제 대신, 새로운 자격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에서는 만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온라인 시험 기반의 'PM 전용 운전 자격'을 신설할지, 혹은 자격 대신 연령·본인 인증만 강화할지를 두고 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원동기 면허 의무 규정을 그대로 둘지, PM 전용 자격으로 대체할지도 쟁점이다. 이는 자전거보다 타기 쉬운 PM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 교육 이수와 면허인증을 의무화하여 책임 있는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대여 사업자가 운전자격 미달자의 이용을 방치할 경우 영업 정지나 등록 말소 등 강력한 행정적 처벌 조항을 신설하여, 기업이 안전 관리에 적극적인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인센티브와 인프라 확충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업계는 협력하여 공유 킥보드 전용 주차 공간인 'PM 스테이션'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지정된 주차 공간에 반납 시 요금 할인을 제공하거나(인센티브), 반대로 금지 구역에 방치할 경우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페널티) '당근과 채찍' 방식의 정책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경기 화성시의 사례처럼 지정 위치 반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앱 지도에 주차 가능/불가능 구역을 실시간으로 표시하여 이용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선진 사례 벤치마킹을 통한 규제의 합리화
프랑스 파리는 주민투표를 거쳐 공유 전동 킥보드 민간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선택했지만,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까지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한편, 일본은 2023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일정 요건(최고속도 20km 이하 등)을 충족하는 전동킥보드에 한해 면허를 면제하는 대신, 번호판 부착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재설계하였다.
한국 역시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PM의 최고 속도를 시속 25km에서 20km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해(정부·여야는 20km/h 상한을 핵심 안으로 논의 중이다) 안전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업계의 자율적인 안전 관리 노력을 지원하는 형태로 규제의 합리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 역시 단순 대여업을 넘어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만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미래 이동수단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 상생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과제
국내 공유 킥보드 비즈니스는 편리한 라스트마일 이동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안전 관리 체계와 무분별한 주차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견인료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와 생존의 기로에 놓였으며, 일부는 사업 축소와 해외 진출, 혹은 전기자전거 등으로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PM사고 감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업계, 이용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PM '운전 자격제' 도입과 인센티브-페널티 기반 주차 정책, 해외 사례를 참고한 규제 합리화는 향후 정책 논의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가 도시 교통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억압하는 규제가 아닌,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생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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