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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좋은 김 부장은 왜 임원만 되면 무너질까: 보상과 승진을 분리하는 새로운 인사 전략

임원실에 'PERFORMANCE VS PROMOTION'이라는 주제가 적힌 플립차트가 놓여 있다. 이는 과거의 성과와 미래의 리더십 역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본 아티클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인사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김민경 기자입력 2025년 12월 9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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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좋은 김 부장은 왜 임원만 되면 무너질까: 보상과 승진을 분리하는 새로운 인사 전략

임원실에 'PERFORMANCE VS PROMOTION'이라는 주제가 적힌 플립차트가 놓여 있다. 이는 과거의 성과와 미래의 리더십 역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본 아티클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인사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임원실에 'PERFORMANCE VS PROMOTION'이라는 주제가 적힌 플립차트가 놓여 있다. 이는 과거의 성과와 미래의 리더십 역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본 아티클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인사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매년 연말과 연초가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경영진과 최고인사책임자(CHRO)들은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한 해 동안 탁월한 실적을 낸 ‘영업왕’ 김 부장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에게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경쟁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임원 승진’이라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결국 모두가 박수 칠 때 김 부장은 상무가 된다. 하지만 1년 뒤, 결과는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고의 플레이어였던 그는 최악의 코치가 되어 팀원들의 사기를 꺾고, 본인 스스로도 극심한 번아웃에 시달리게 된다. 팀의 매출은 오히려 곤두박질치고 핵심 인재들은 퇴사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 비극의 원인은 명확하다. 조직이 개인을 평가할 때 ‘과거의 공로(Performance)’와 ‘미래의 감당 능력(Competency)’을 혼동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합당한 금전적 보상으로 갚아야 하고, 승진은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에 근거해야 한다.

오늘 아티클에서는 많은 기업이 반복적으로 빠지는 ‘승진의 함정’을 정밀한 데이터와 이론으로 분석하고, 보상과 승진을 철저히 분리하여 고성과 조직을 만드는 실무적 해법을 심층 리포트로 제안한다.

1. 피터의 법칙과 82%의 오류: 왜 최고의 선수가 최악의 감독이 되는가


조직행동론에는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라는 매우 유명한 개념이 존재한다.

로렌스 피터 교수가 주창한 이 이론은 “관료제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즉, 현재 직무에서 유능함을 보이면 조직은 그를 더 높은 직무로 승진시키는데, 이 과정은 그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무능한)’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하나의 가설로 제시되었던 이 법칙은 최근 다양한 경영학 실증 연구를 통해 실제 데이터로 검증되고 있다.

이 현상의 심각성은 글로벌 여론조사 및 컨설팅 기관인 갤럽(Gallup)의 대규모 분석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관리자(Manager) 선정 과정에서 ‘해당 역할에 필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뽑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무려 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 번의 인사 발령 중 여덟 번 이상이 최적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갤럽은 또한 “효과적인 관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재능(high managerial talent)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다”고 보고하며, 실무에서 성과가 좋은 직원이 반드시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님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연구 자료는 이를 더욱 정밀한 수치로 뒷받침한다. 214개 기업의 영업직원과 관리자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영업 실적이 높을수록 관리자로 승진할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동일 연구에서, 관리자로 승진한 사람들의 ‘승진 전 영업 실적’이 두 배 높을수록, 승진 후 그 관리자가 이끄는 부하 직원들의 판매 실적은 평균 약 7.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적이 뛰어난 영업사원일수록 자신의 성공 방식을 팀원들에게 강요하거나, 협업을 조율하는 관리 업무보다는 직접 영업을 뛰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이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가 반드시 ‘명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통계적으로 유효함을 시사한다.

2. 성과(Performance)와 역량(Competency)의 본질적 차이 분석

이러한 인사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성과’와 ‘역량’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텍스트로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명확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첫째, 지향하는 시점(Time Perspective)이 다르다.

성과는 철저히 ‘과거(Past)’의 기록이다. 이미 완료된 프로젝트, 달성한 매출액, 확보한 고객 수 등 확정된 결과값을 의미한다. 반면, 역량은 ‘미래(Future)’를 향해 있다.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더 큰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인가를 판단하는 잠재력에 가깝다.

둘째, 속성과 평가 기준이 다르다.

성과는 ‘결과물(Output)’이자 숫자로 표현되는 정량적 데이터다. 평가의 기준은 목표 달성률이라는 ‘What(무엇을 해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달리 역량은 개인의 ‘행동 특성(Behavior)’이자 정성적인 요소가 강하다. 리더십, 전략적 사고, 인재 육성 능력, 위기 관리 능력 등 ‘How(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이끄는가)’가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된다.

셋째,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Reward)의 형태가 달라야 한다. 과거의 성과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Bonus, Salary)’으로 화답해야 한다.

일시불 인센티브나 연봉 인상이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그러나 미래의 역량에 대해서는 ‘직책 부여(Promotion, Role)’로 답해야 한다.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은 그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영자가 범하는 치명적 오류는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역량’이 필수적인 ‘승진’을 선물처럼 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달리기를 1등 했으니 상으로 수영 선수 자격을 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육상 선수가 수영장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개인의 비극이자 팀의 재난이다.

3. 심층 시나리오 분석: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선택 (A vs B)


성과와 승진을 연동시키는 전통적 방식과 이를 분리하는 현대적 방식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보면, 경영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시나리오 A] 흔히 나타나는 실패 패턴 (성과 = 승진)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사례다. 영업본부에서 전사 매출 1위를 3년 연속 달성한 A부장을 가정해 보자. 회사는 그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그를 영업본부장(임원)으로 전격 승진시킨다.

  • 리더십 스타일의 충돌: 임원이 된 A본부장은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주입하려 한다. “나 때는 밤을 새워서라도 고객을 만났다”라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시작한다. 전략 수립이나 조직 문화 관리보다는 당장 눈앞의 숫자를 채우기 위해 본인이 직접 현장을 뛰는 것을 선호한다.  

  • 조직적 파급효과: 조직은 최고의 영업 사원(Top Performer) 한 명을 잃고, 대신 무능하고 독선적인 본부장 한 명을 얻게 된다. 자율성을 잃은 A급 팀원들은 성장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며 경쟁사로 이탈한다. 결국 본부 전체의 퍼포먼스는 하향 평준화되고, A본부장 역시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다”며 괴로워하다 번아웃에 빠진다.

[시나리오 B] 선진 HR 도입 모델 (성과 ≠ 승진)


동일하게 매출 1위를 기록한 A부장에 대해 선진 HR 제도를 도입한 일부 기업들은 다른 접근을 취한다.

  • 보상의 차별화: A부장에게 CEO보다 높은 수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영업 마스터(Sales Master)’라는 명예로운 전문직 타이틀을 부여한다. 그러나 관리자(People Manager)로 승진시키지는 않는다. A부장은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영업 현장에 머물며 막대한 경제적 보상을 누린다.  

  • 리더의 발탁: 대신, 개인 매출은 3~4위 수준이지만 평소 동료들의 고충을 잘 듣고, 팀 간의 협업을 조율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인 B부장을 본부장으로 발탁한다. B본부장은 자신이 영업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A부장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한다.  

  • 조직적 파급효과: ‘역할의 적재적소’가 이루어진다. 전문가는 전문가 트랙(Specialist Track)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실력을 발휘하고, 리더는 리더십 트랙(Manager Track)에서 조직 관리에 집중한다. 결과적으로 두 트랙이 시너지를 내며 조직 전체의 성과 총량은 극대화된다.

 

 

4. 실무 가이드: 보상과 승진을 분리하는 ‘3-Track 전략’


많은 경영진이 시나리오 B의 합리성에 동의하면서도 실행을 주저한다.

그 이유는 직원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고정관념, 즉 “승진 누락은 곧 무능이자 퇴출 신호”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인사 체계를 다음의 3가지 트랙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재설계해야 한다.

1단계: 보상(Compensation) - “성과는 현금으로 즉시 갚아라”

가장 확실한 원칙은 ‘Cash for Flash(빛나는 성과에는 확실한 현금을)’이다. 승진을 ‘보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직책 상승 없이도 고성과자가 충분한 경제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과감하게 설계해야 한다.

윌리스타워스왓슨(WTW) 등의 글로벌 HR 리포트에 따르면, 많은 선진 기업들이 고정급(Base Salary)보다는 변동 성과급(Variable Pay)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상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사내에 ‘승진 없는 연봉 인상’ 구간을 넓히는 ‘브로드 밴딩(Broad-banding)’ 시스템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는 여러 직급을 넓은 급여 밴드로 통합해, 승진하지 않아도 역량과 성과에 따라 임원급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승진하지 않아도 돈은 섭섭지 않게 번다”는 인식이 심어질 때, 직원들은 비로소 승진에 목매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에 집중하게 된다.

2단계: 등급(Grade) - “전문성은 레벨로 인정하라”

여기서 말하는 승진은 ‘팀장’이나 ‘본부장’ 같은 직책(Job Title)의 변경이 아니라, 개인의 ‘등급(Level)’ 상승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연구소 조직에서 ‘선임 연구원’이 ‘수석 연구원’으로 승급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그 사람이 관리자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보유한 기술과 경험의 깊이(Competency)가 깊어졌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승진(승급)은 과거의 실적 데이터가 아니라,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역량 평가에 철저히 기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직무별로 요구되는 기술적 역량 모델(Competency Model)을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3단계: 직책(Position) - “책임은 자리로 부여하라”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이다. 팀장, 본부장, C레벨 같은 ‘직책’은 포상이 아니라 엄중한 ‘역할(Role)’의 부여라는 사실을 천명해야 한다. 직책자는 스스로 성과를 내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타인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Enabler)’이다.

따라서 직책자 선임 시에는 과거의 매출 데이터보다 다면 평가(Multi-source Feedback), 평판 조회, 리더십 가치관 인터뷰가 훨씬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특히 ‘듀얼 래더(Dual Ladder)’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거나 사람 관리에 소질이 없는 고성과자를 위해 ‘전문위원’, ‘펠로우(Fellow)’, ‘마스터’ 같은 전문가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존경받고, 임원급의 처우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은 크게 높아진다.

5. 경영진을 위한 제언: 심리적 저항을 넘어서는 리더의 용기


이러한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의외로 경영진 자신의 심리적 저항일 수 있다. “그래도 김 부장이 고생했는데 명함에 ‘상무’ 정도는 파줘야 하지 않나?”라는 온정주의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혀주는 것은 포상이 아니라 형벌이다. 준비되지 않은 리더에게 맡겨진 조직원들이 겪을 고통은 경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번 인사 평가 시즌에는 책상 위에 두 장의 리스트를 올려두기를 권한다.

하나는 ‘돈을 많이 주어야 할 사람(High Performer)’ 명단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맡겨야 할 사람(High Potential)’ 명단이다.

이 두 명단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오히려 두 명단이 너무 많이 겹친다면, 당신의 조직은 지금 ‘과거의 성과’에 취해 ‘미래의 리더’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후광 효과(Halo Effect)’에 빠져 일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십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역할은 훈장이 아니다. 역할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다. 이제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역량과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만 자리를 허락하라. 그리고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아낌없는 금전적 보상과 명예를 주라.

“보상은 넉넉하게, 승진은 엄격하게.” 이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고성과 조직의 핵심 생존 원칙이다. 당신의 조직에도 이 원칙을 적용해 보라.


[참고 문헌 및 데이터 출처]

  • 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Report: "관리자 선정 실패율 82%" 및 "높은 수준의 관리자 재능(High managerial talent) 보유자 10%" 데이터 인용.

  • Lazear, E. P. (2004). The Peter Principle: A Theory of Declin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피터의 법칙 이론적 배경)

  • Benson, A., Li, D., & Shue, K. (2019).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 NBER Working Paper. (214개 기업 영업직 데이터 분석, 승진 전 실적 2배 시 부하 직원 실적 7.5% 감소 데이터 인용)

  • Willis Towers Watson (WTW) & Mercer Global Talent Trends Reports (글로벌 보상 트렌드 및 변동 성과급 비중 참조)

  • 본문에 인용된 수치들은 각 기관의 조사 시점과 대상 기업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통계적 경향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됨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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