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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은 시기상조”… GPU vs XPU 논쟁이 놓치고 있는 ‘초(超)수요 슈퍼사이클’의 본질

엔지니어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바라보며 공정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칩 공급난과 전력 부족 우려 속에서도, AI 인프라를 향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명확하다.

이태민 기자입력 2025년 12월 5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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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은 시기상조”… GPU vs XPU 논쟁이 놓치고 있는 ‘초(超)수요 슈퍼사이클’의 본질

엔지니어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바라보며 공정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칩 공급난과 전력 부족 우려 속에서도, AI 인프라를 향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명확하다.

엔지니어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바라보며 공정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칩 공급난과 전력 부족 우려 속에서도, AI 인프라를 향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명확하다.

바로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웨이퍼(Wafer) 공급량은 AI 칩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며, 생산 라인에서 막 쏟아져 나오는 칩과 메모리, 스토리지 등 모든 부품은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 심지어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콘크리트, 철근, 건설 인력에 이르기까지 AI 공급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지금 업계가 집중해야 할 것은 '엔비디아냐, 구글 TPU냐' 하는 소모적인 대결 구도가 아니다.

만들면 팔리는, 아니 만들기도 전에 팔려나가는 이 전례 없는 수요 폭발의 현장에서 누가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KBR Global Radar에서는 현재의 AI 시장을 관통하는 거대한 수요의 파도와 공급망의 현실, 그리고 향후 전개될 기술 생태계의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1. 착시 현상이 만든 거품론: 현장은 '공급 부족'에 비명


최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컨슈머 사업부를 축소하고 AI 칩 분야로 급격히 피벗(Pivot)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텔(Intel) 역시 오랜 부진을 씻고 파운드리 가동률을 높일 준비를 마쳤으며, 시장은 인텔의 생산 능력이 곧 한계에 도달할 만큼 주문이 쇄도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기업용) AI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자사의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가 이미 3조 2천억 개의 토큰을 소비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 수치가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사 데이터를 AI에 결합하기 시작하면, 토큰 소비량과 컴퓨팅 파워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총력전': GPU와 XPU의 공존


미디어는 극적인 대결 구도를 선호한다. 최근 구글의 자체 AI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나 아마존의 트레이니움(Trainium)이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는 올해 초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등장했을 때 엔비디아에 쏟아졌던 과도한 부정적 반응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러한 'GPU 대 XPU(맞춤형 가속기)'의 경쟁 프레임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은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죽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오히려 전례 없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비상사태(Emergency response)'에 가깝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의 're:Invent' 컨퍼런스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AWS CEO 맷 가먼(Matt Garman)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듯, AWS의 자체 칩인 트레이니움 2는 이미 매진되었으며, 이제 막 출시된 트레이니움 3 또한 예약이 꽉 찬 상태다. 구글 역시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Gemini 3)를 구동하기 위해 자사 TPU를 한계까지 가동하고 있다.

즉,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이유는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폭발하는 내부 수요를 감당하고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에 가깝다. 엔비디아의 GPU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며, 자체 칩(XPU)은 그 빈틈을 메우거나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2. 물리적 제약의 벽: 웨이퍼부터 전력까지


엔비디아와 애플(Apple)이 TSMC의 최선단 공정 물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브로드컴(Broadcom)이나 마벨(Marvell) 같은 커스텀 칩 설계 파트너들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테슬라(Tesla)가 삼성전자로 눈을 돌려 AI 칩 생산을 의뢰한 것 역시 이러한 공급 부족 사태를 방증한다.

이러한 공급 제약 역설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보증한다.

  • 인텔(Intel): 18A 및 14A 공정은 타사 파운드리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다.

  • AMD: 엔비디아의 GPU를 구하지 못한, 혹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Neo-cloud) 기업들의 수요만으로도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 신규 진입자: 퀄컴(Qualcomm), Arm, 그록(Groq) 등 새로운 AI 칩 플레이어들 역시 '만들면 팔리는' 시장 환경 덕분에 성공적인 진입이 예상된다.

결국, "만들 수만 있다면, 팔릴 것이다(If it can be built, it will be sold)"라는 명제는 당분간 AI 하드웨어 시장의 불변의 법칙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인프라: AI 확장의 최종 관문


반도체보다 더 심각한 병목은 '에너지'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량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GPU 리츠(REITs)나 코어위브(Coreweave), 아이렌(Iren)과 같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전력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기회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의 부활이 필수불가결하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전력 규제 완화와 인프라 확충 속도가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AI 혁명은 물리적 전원 코드가 뽑힌 채 멈춰 설 수도 있다.

 


3. 미래 전망 및 시사점: 1조 달러 시장의 승자들


하지만 이것이 엔비디아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복잡성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범용성이 뛰어난 엔비디아 GPU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상위 10개' 기업만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자체 실리콘을 설계하고 운영할 여력이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오픈AI(OpenAI)의 주문량을 제외하고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주문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AI 붐이 특정 기업의 모델 하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계의 구조적 변화임을 증명한다.

"거품 논쟁을 넘어 인프라 선점 경쟁으로"

현재의 AI 시장은 닷컴 버블 당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실체 없는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 착공', '웨이퍼 예약', '전력 구매 계약'이라는 실물 경제의 지표들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1) 반도체 생태계의 기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뿐만 아니라, 부족한 파운드리와 패키징 캐파(Capa)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특히 테슬라 등의 빅테크가 TSMC의 대안을 찾고 있는 지금이 레거시 공정과 첨단 공정 모두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적기다.
 

2) 전력 및 인프라 AI 투자의 관점을 칩에서 '에너지'로 확장해야 한다. 전선, 변압기, 냉각 시스템, 그리고 SMR 관련 기업들은 AI 슈퍼사이클의 숨은 주인공이 될 것이다.
 

3) 관점의 전환
"누가 엔비디아를 이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틀렸다. "누가 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생산력과 에너지를 확보했는가"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야 한다.


결론: 숲을 보지 못하는 논쟁을 멈추고 '건설'에 집중할 때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기술 슈퍼사이클의 목격자이자 참여자다.

오픈AI나 앤스로픽(Anthropic)이 보여주는 현재의 AI 모델들은 단지 '가능성의 예고편(Proof-of-concept)'일 뿐이다. 전 세계 데이터의 95%가 잠자고 있는 기업 내부의 방화벽이 열리고, 이 데이터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진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GPU냐 XPU냐"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충분히 빠르고, 많이 만들 것인가?"이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팰런티어를 공매도하거나 구글의 칩이 엔비디아를 위협한다는 식의 뉴스는 흥미로울지 모르나, 산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은 거품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다가올 해일을 감당할 튼튼한 배를 건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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