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를 앞둔 K2 흑표 전차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K-방산의 글로벌 진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DB]
숨 고르기 끝낸 K-방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다
2025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은 다시금 견조한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2022년 폴란드발 대규모 계약으로 약 173억 달러(약 23조 원)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2023년에는 약 135~140억 달러, 2024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부 계약 지연 여파로 약 95억 달러 수준으로 주춤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2025년)는 루마니아와 중동 등 신규 시장에서의 성과가 가시화되며, 연말 기준 잠정 집계와 업계 전망에 따르면 다시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초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증액 기조와 글로벌 안보 불안이 맞물리며, K-방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심층분석에서는, 2025년 연말을 맞아, 트럼프 2기 시대의 변화된 안보 지형 속에서 K-방산의 실적 현황을 진단하고,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7년 세계 4대 방산 강국(G4)' 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를 심층 분석한다.
1. 2025년 시장 현황: 수주잔고 110조 원의 무게와 매출 가시성
2025년 12월 현재, 국내 주요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합산 수주잔고는 약 110~12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100조 원을 뚜렷하게 상회하는 규모로, 과거와 달리 수출 비중이 대폭 확대된 질적 성장을 보여준다.
주요 기업별 2025년 모멘텀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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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 자주포 수출과 호주 '레드백' 장갑차 생산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한화오션이 미 해군 보급함의 대규모 MRO(유지·보수·정비)를 한국 조선소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미 해군 정비 공급망의 파트너로서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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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폴란드에 납품된 K2 전차가 현지 훈련과 작전에서 호평받으며 신뢰를 쌓고 있다. 2025년 하반기 현재, 잔여 물량에 대한 2차 실행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 협의와 함께 제3국 수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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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지난해 수주한 중동발 천궁-II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체계 통합 및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미국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효과로 감시정찰용 4족 보행 로봇 등 미래 무기 체계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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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KAI): KF-21(보라매)의 초도 물량 양산이 올해부터 시작되었으며, FA-50의 단좌형 개발 진행과 함께 추가 수출국 확보를 위한 마케팅이 지속되고 있다.
KBR Insight 2025년의 실적 흐름은 '폭발적 급등'보다는 '안정적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24년의 일시적 조정기를 거쳐, 기 확보된 수주 잔고가 순차적으로 매출로 인식되는 '실적 실현 구간'에 진입했다. 시장은 이제 수주 규모 자체보다는 납기 준수율과 수익성 등 내실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2. 트럼프 2.0 시대 1년 평가: 기회 요인 부각과 잔존하는 리스크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방산 시장은 '자국 우선주의'와 '동맹 책임 강화'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었다. 현재까지는 우려했던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 등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된 정황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일부 시장에서는 기회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① 나토(NATO) 방위비 목표 상향과 시장 확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기존 방위비 지출 목표인 GDP 대비 2%를 넘어, 실질적으로 3%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나토 내부에서는 핵심 방위비 3.5%와 광범위한 안보 관련 지출을 포함한 5% 수준의 목표가 논의·합의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압박은 유럽 국가들의 국방 예산 증액을 강제하며, 가격 경쟁력과 즉시 공급 능력을 갖춘 한국산 무기에 대한 검토로 이어지고 있다.
② 미 해군 공급망 진입의 교두보 마련
미국 내 조선업 역량 부족 문제가 지속되면서, 미 해군은 동맹국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현실화했다.
2025년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MRO 사업을 수주하고 수행한 것은, 한국 조선업계가 폐쇄적인 미 해군 정비 시장에 초기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향후 미 함정 MRO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3. 구조적 과제 및 전망: 2027년 G4 도약을 위한 선결 조건
수치상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27년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진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① 금융 지원 정책의 지속성 확보
방산 수출의 핵심인 금융 지원(신용공여 등) 한도 문제가 다시 부상할 조짐이다. 지난해 수출입은행법 개정으로 숨통은 트였으나, 폴란드 잔여 계약 및 루마니아 등 대형 프로젝트가 겹치며 한도가 빠르게 소진될 우려가 있다. 향후 초대형 수주전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 은행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트 론 활성화나 전용 펀드 조성 등 보다 유연하고 규모 있는 금융 솔루션 마련이 시급하다.
② 미래 기술 격차 축소와 R&D 투자
현재 수출 주력 품목은 자주포, 전차 등 재래식 무기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글로벌 전장의 트렌드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무인기 엔진과 AI 제어 소프트웨어 분야는 미국·이스라엘 등 선도국 대비 수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약 3~5년의 기술 격차를 언급하기도 한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R&D 투자의 획기적 확대가 요구된다.
③ 2026년의 핵심 변수들과 외교적 대응
다가올 2026년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초기 수출 협상 진척, 차세대 잠수함(3,000톤급 등)의 해외 제안 성과,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MRO 사업 확대 여부 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와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등 복잡한 외교적 변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교한 대응이 기업 활동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결론: 낙관론 경계하고 내실 다져야 할 시점
2025년은 K-방산이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체적인 경쟁력으로 수출 100억 달러 수준을 회복하며 저력을 입증한 한 해였다.
수주잔고 110조 원은 든든한 자산이지만, 이것이 곧장 미래의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제 K-방산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금융·외교 지원과 기업의 미래 기술 확보 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2027년 '글로벌 방산 G4'라는 목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