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국의 수많은 기업 현장을 취재하고 경영 자문을 수행하며 목격하는 가장 안타까운 비극은, 탁월한 실무자였던 인재가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무능한 관리자로 전락하는 과정이다. 그들은 밤을 새워 자신의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해내던 '슈퍼스타'들이었다.
그러나 임원이 되고 CEO가 된 지금, 그들은 집무실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묻는다. "도대체 우리 직원들은 왜 내 기대치의 절반도 따라오지 못하는가? 왜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손을 대야만 결과물이 나오는가?"
이 질문 속에 이미 실패의 원인이 내포되어 있다. 그들은 직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플레이어(Player)'의 관점에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논리가 통용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연결, 초복잡성, 그리고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조하는 2025년의 경영 환경에서 리더십의 정의는 완전히 다시 쓰여야 한다.
리더십은 더 이상 '나(Me)'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독주 무대가 아니다. 리더십은 '타인(Others)'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성장을 돕고, 집단지성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도덕적, 인본주의적 구호가 아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을 위한 가장 냉철하고도 실질적인 경영 전략이다. 본 기사에서는 왜 유능한 개인이 리더가 되면 조직을 망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 '사람을 키우는 리더'의 경제적 가치와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슈퍼스타 증후군'의 역설: 왜 유능한 리더가 조직을 바보로 만드는가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한 신임 임원이나 창업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이 바로 '슈퍼스타 증후군(Superstar Syndrome)'이다. 이들은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과거에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기 때문에, 팀원들이 다른 방식을 제안하거나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극심한 답답함을 느낀다. 이러한 조바심은 필연적으로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로 이어진다.
리더가 실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하고 수정하는 순간, 조직에는 치명적인 병폐가 발생한다. 첫째, 리더 자신이 조직의 '병목(Bottleneck)'이 된다.
모든 의사결정이 리더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모든 결과물이 리더의 손을 타야 한다면, 조직의 처리 속도는 리더 한 사람의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병목 현상은 심화되며, 결국 리더는 번아웃(Burnout)에 빠지고 조직은 마비된다.
둘째, 구성원들에게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주입한다. 리더가 항상 정답을 제시하고 해결사로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춘다.
"어차피 상무님이 다 고칠 텐데, 적당히 해서 넘기자"라는 심리가 팽배해지며, 조직 전체의 지적 역량은 퇴보한다. 영국의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Charles Handy)가 지적했듯, 똑똑한 리더가 멍청한 조직을 만드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셋째, 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한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A급 인재들은 자신의 자율성이 침해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을 믿고 맡겨주는 다른 리더를 찾아 떠나고, 조직에는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C급 인재들만 남게 된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데이터로 검증된 진실: 기술적 역량보다 '코칭'이 성과를 지배한다
이러한 주장은 막연한 감 섞인 조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는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임을 증명한다.
구글(Google)이 진행한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은 이 분야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연구로 꼽힌다.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를 가진 구글은 초기에 "관리자는 필요악이며,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 최고의 성과를 내는 매니저들의 특성을 장기간 추적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성과 리더들이 가진 10가지 핵심 역량 중 '전문적인 기술 능력(Key technical skills)'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최상위를 차지한 역량은 '좋은 코치가 되는 것(Is a good coach)', '팀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Empowers team and does not micromanage)', '직원의 성공과 웰빙에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 구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더십 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했고, 이후 관리자들의 성과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고했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의 '세계 직장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역시 리더의 영향력을 수치로 증명한다.
갤럽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Engagement) 변동성의 약 70%는 오직 '팀 리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회사의 브랜드 파워, 복지 제도, 연봉 수준보다 매일 마주하는 직속 상사가 나를 지지하고 성장시키느냐가 조직 성과의 훨씬 더 결정적인 변수라는 것이다. 몰입도가 높은 상위 25%의 조직은 하위 25%의 조직보다 수익성이 23% 더 높고, 결근율은 41% 더 낮다는 분석 결과도 존재한다.
또한, 기업 리더십 위원회(Corporate Leadership Council, CLC)가 전 세계 수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는 피드백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조사에 따르면 약점에 초점을 맞춘 피드백을 받은 그룹은 성과가 오히려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강점에 기반한 피드백을 받은 그룹은 성과가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
비록 산업군과 조사 시점에 따라 구체적인 퍼센트 수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지적'보다는 '지지'와 '강점 강화'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방향성은 경영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멀티플라이어 vs 디미니셔: 당신은 조직의 지능을 높이는가, 낮추는가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은 저서 《멀티플라이어(Multipliers)》에서 리더를 두 가지 유형으로 명쾌하게 분류했다.
구성원의 지적 능력을 억누르고 고갈시키는 '디미니셔(Diminisher)'와, 구성원의 능력을 증폭시켜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다.
와이즈먼의 연구에 따르면, 디미니셔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지적 능력의 20~5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들은 리더의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고, 안전한 방법만을 택한다.
반면, 멀티플라이어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100%를 넘어, 리더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배 이상의 역량을 발휘(Stretch)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영진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리더가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추가적인 인건비 투입 없이 조직의 가용 지적 자본을 2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디미니셔는 스스로를 '제국을 건설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지성을 과시하고 명령을 내린다.
반면 멀티플라이어는 스스로를 '인재를 키우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유도한다. 디미니셔는 "내가 다 안다"는 태도로 조직의 집단지성을 차단하지만, 멀티플라이어는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태도로 조직의 숨겨진 천재성을 끌어낸다.
시나리오 비교 분석: 위기 상황에서의 두 가지 리더십
개념적인 이해를 넘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이 두 가지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구체적인 시나리오(A와 B)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로 매출이 급감한 위기 상황을 가정한다.
[시나리오 A: 자신을 증명하려는 '디미니셔' 리더의 조직]
A팀의 김 전무는 자신이 가장 똑똑해야 한다고 믿는 전형적인 디미니셔다. 위기 대책 회의는 그의 독무대다. 그는 회의 시작부터 30분간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강조한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그건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안 돼", "자네가 뭘 모르는군"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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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결과: 김 전무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몇 가지 비용 절감 조치가 빠르게 시행된다. 겉보기에는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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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결과: 팀원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비판받을까 봐 입을 다문다. 모든 결정은 김 전무 혼자 내려야 하므로 의사결정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결국 김 전무의 판단 착오로 론칭한 신제품이 실패했을 때, 조직 내에는 이를 수습할 대안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다. 유능한 팀장들은 줄줄이 사표를 낸다.
[시나리오 B: 남을 성장시키는 '멀티플라이어' 리더의 조직]
B팀의 이 전무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팀원의 지성을 신뢰한다. 그는 회의에서 데이터를 공유한 뒤 무겁게 입을 연다.
"현재 상황이 심각합니다. 솔직히 저 혼자서는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각자 현장에서 느낀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이야기해 주십시오." 누군가 엉뚱한 의견을 내도 그는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그걸 실행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라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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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결과: 합의 과정이 다소 느리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다. 리더가 휘어잡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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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결과: 실무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해결해보자"는 오너십(Ownership)이 생긴다. 현장 말단 사원이 고객의 불만에서 착안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리더는 자원을 지원하며 힘을 실어준다. 위기 속에서도 조직은 활기를 띠며, 이 과정에서 차세대 리더들이 육성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타격한 서비스로 반등에 성공한다.
'성장형 리더'로 전환하기 위한 3단계 실천 전략
CEO와 임원들이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남을 성장시키는 리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은 조직심리학과 경영학적 근거에 기반한 3가지 실천 전략이다.
1. '티칭(Teaching)'을 멈추고 '험블 인쿼리(Humble Inquiry)'를 시작하라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드가 샤인(Edgar Schein) 교수는 리더십의 핵심 도구로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을 제시했다. 과거의 리더십이 명확한 지시(Tell)에서 나왔다면, 미래의 리더십은 강력한 질문(Ask)에서 나온다.
부하직원이 문제를 가져왔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은 유혹을 참아라. 대신 물어야 한다.
"자네가 생각하는 최선의 대안은 무엇인가?", "내가 어떤 지원을 해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리스크는 무엇일까?" 리더가 답을 주지 않을 때, 구성원의 뇌는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한다.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이자, 그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엔진이다.
2.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핵심 성과 지표(KPI)로 관리하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 교수가 주창한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다. 이는 "구성원이 무지, 실수, 엉뚱한 의견을 드러내도 비난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직 차원의 확신"을 의미한다.
리더는 실패를 용인하는 것을 넘어, 실패를 학습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실천 방법으로 '실패 보고서' 작성을 제도화하거나, 리더가 자신의 실수 경험을 먼저 공개(Vulnerability)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리더야말로 가장 강한 리더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언(Speak up)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혁신의 선결 조건이다.
3. 피드백의 방향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려라 (Feedforward)
전통적인 피드백은 이미 발생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집중한다. 이는 방어기제를 자극하고 관계를 악화시키기 쉽다.
경영 사상가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가 제안한 '피드 포워드(Feedforward)'를 도입하라. 이는 "다음번에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 프로젝트에서 이 부분이 아쉬웠어"라고 말하는 대신, "다음 프로젝트에서 자네의 강점인 분석력을 더 활용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라고 물어라. 비난이 아닌 건설적인 미래 제안은 구성원의 수용도를 높이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다.
결론: 당신의 리더십은 '유산(Legacy)'을 남기고 있는가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리더십은 지위나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정의했다. 그 책임의 본질은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보라.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 조직은 멈춰 서는가, 아니면 여전히 활기차게 돌아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리더십 수준을 증명한다.
당신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로서 당신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경지다.
당신의 성과는 당신이 얼마나 빛나느냐가 아니라, 당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빛나게 되었느냐로 측정되어야 한다.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리더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리더가 길러낸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에서 나온다.
CEO와 리더들에게 제언한다. 오늘부터 당신의 성공 방정식을 다시 써라.
무대 중앙에서 내려와 조명 감독이 되어라. 타인을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리더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Legacy)이자, 100년 기업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권위적인 책상을 벗어나 원형 테이블에서 구성원과 눈을 맞추며 경청하는 CEO의 모습. 리더십의 중심이 '지시'에서 '소통'과 '육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2/03/1764727072_981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