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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공신과 스케일업 인재의 충돌: ‘배신’이 아닌 ‘졸업’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자금난으로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만큼이나 넘기 힘들고,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고비가 존재한다. 바로 ‘인재의 데스밸리(Talent Death Valley)’ 다. 창업 초기, 라면을 끓여 먹으며 밤을 지새웠던 ‘개국공신(Founding Members)’들과, 시리즈 B 이상의 스케일업(Scale-up) 단계에서 영입된 ‘경력직 전문가(Specialists)’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최수진 기자입력 2025년 11월 26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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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변곡점 앞에 선 스타트업의 리더들. 스크린 속 가파른 상승 곡선 이면에는 조직의 인재 밀도를 재구성하고, 필연적인 '이별'을 '졸업'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CEO의 치열한 고민이 숨어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성장의 변곡점 앞에 선 스타트업의 리더들. 스크린 속 가파른 상승 곡선 이면에는 조직의 인재 밀도를 재구성하고, 필연적인 '이별'을 '졸업'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CEO의 치열한 고민이 숨어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자금난으로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만큼이나 넘기 힘들고,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고비가 존재한다. 바로 ‘인재의 데스밸리(Talent Death Valley)’ 다. 창업 초기, 라면을 끓여 먹으며 밤을 지새웠던 ‘개국공신(Founding Members)’들과, 시리즈 B 이상의 스케일업(Scale-up) 단계에서 영입된 ‘경력직 전문가(Specialists)’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자금난으로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만큼이나 넘기 힘들고,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고비가 존재한다.

바로 ‘인재의 데스밸리(Talent Death Valley)’다. 창업 초기, 라면을 끓여 먹으며 밤을 지새웠던 ‘개국공신(Founding Members)’들과, 시리즈 B 이상의 스케일업(Scale-up) 단계에서 영입된 ‘경력직 전문가(Specialists)’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많은 CEO들이 이 시기를 “가족 같던 회사가 변했다”는 내부의 비난과, “시스템이 부재하여 일할 수 없다”는 외부 영입 인재의 불만 사이에서 고뇌한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경영 연구와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경영 패턴의 문제다.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Competency)은 질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 코리아비즈니스리뷰(KBR)는 심층분석을 통해, 이 필연적인 갈등을 감정적 소모전이 아닌 전략적 ‘졸업(Graduation)’ 시스템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심층 분석한다.

1. 0 to 1의 영웅이 1 to 100의 걸림돌이 되는 역설


이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국공신’은 주로 극초기(Seed~Series A) 단계에 합류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제너럴리스트 멤버를 가리키며, ‘경력직 전문가’는 시리즈 B 이후 본격적인 스케일업을 위해 영입되는 중간관리자 및 임원급 스페셜리스트를 의미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개발자가 마케팅을 돕고, 디자이너가 CS를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이 생존의 핵심이다.

이때는 빠른 실행력과 기민함(Agility)이 절차나 규정보다 우선한다. 그러나 조직 규모가 대략 수십 명에서 백 명 단위(예: 50~100명 이상)로 커지는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매출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복잡해지면 ‘확장성(Scalability)’과 ‘안정성(Stability)’이 핵심 가치가 된다.

경영학자 래리 그라이너(Larry Greiner)의 ‘성장 단계 모형(Growth Model)’에 따르면,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리더십의 위기 → 자율성의 위기 → 통제의 위기’ 등을 순차적으로 겪는다. 특히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기존 멤버들이 중시하는 ‘자율성’과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하는 ‘통제’가 긴장을 일으키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초기 멤버들이 가졌던 ‘야생의 실행력’은 체계화된 시스템 안에서 때로는 ‘절차 무시’나 ‘독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외부 영입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프로세스’는 초기 멤버들에게 ‘관료주의’나 ‘정치질’로 비치기도 한다. 이를 방치하면 조직은 구/신 세력 간의 알력 다툼으로 인해 성장통을 넘어선 성장 정체를 겪게 된다.

2. 넷플릭스의 ‘키퍼 테스트(Keeper Test)’와 고밀도 인재론


이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표 사례 중 하나가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전 최고인재책임자(Chief Talent Officer) 패티 맥코드(Patty McCord)가 함께 정립한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교본이 되었다. 그들은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팀이다”라고 정의했다.

스포츠팀의 목표는 우승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 포지션에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배치되어야 한다.

2부 리그에서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킨 공로가 있는 선수라도, 1부 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의 전술에 맞지 않는다면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이를 ‘키퍼 테스트(Keeper Test)’라는 질문으로 구체화했다.

"만약 이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하면, 그를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인가?"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는 현재 회사의 성장 단계나 필요 역량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적인 해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 질문을 기준으로 ‘정말 지키고 싶은 인재만 남긴다’는 철학을 운영하며, 역할 조정이 어렵다면 넉넉한 퇴직 보상(Severance Package)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초기 공신에게 상징적인 C레벨 직함을 부여했다가, 스케일업 단계에서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속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개인의 무능이라기보다, 조직의 비즈니스 복잡도가 개인의 성장 속도를 앞질렀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임을 인지해야 한다.

3. 갈등의 메커니즘: 보상 구조와 정보 비대칭의 변화


초기 멤버와 영입 인재 사이의 갈등은 단순히 업무 스타일의 차이에서만 오지 않는다. 가장 큰 잠재적 뇌관은 스톡옵션(Stock Option)과 연봉(Salary)의 구조적 차이다.

흔히 초기 멤버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회사의 사정상 낮은 연봉을 감수하는 대신 높은 지분(스톡옵션)을 받는 경향이 있다. 반면, 스케일업 단계의 영입 인재는 이미 시장 가치가 검증된 사람들로, 높은 현금 연봉을 요구하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이 과정에서 초기 멤버는 "내가 고생해서 키운 회사에 숟가락만 얹는 사람들이 나보다 당장의 보상을 더 받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도 발생한다. 창업 초기에는 소수 멤버가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정보 접근 권한(Access Right)이 계층화될 수밖에 없다.

초기 멤버들은 더 이상 회사의 모든 내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신이 조직의 핵심(Inner Circle)에서 밀려났다는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CEO는 이 시기에 ‘투명성’의 정의를 ‘모든 것을 무조건 공유하는 것’에서 ‘각자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재정립하고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

4.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프레임워크: ‘투어 오브 듀티(Tour of Duty)’


그렇다면 CEO는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초기 멤버와의 이별을 ‘배신’이 아닌 ‘명예로운 졸업’으로 만드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링크드인(LinkedIn)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저서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서 ‘투어 오브 듀티(Tour of Duty)’ 개념을 제시했다.

리드 호프만은 조직의 규모 변화를 ‘가족 → 부족 → 마을 → 도시’라는 메타포(비유)로 설명하며,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리더십과 인재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투어 오브 듀티는 군인이 파병 임무를 수행하듯, 회사와 직원이 기간과 미션을 명확히 정한 ‘동맹 계약’을 맺자는 개념이다.  

1) 미션의 명확화와 종료 시점 합의 채용 혹은 재계약 시점에 "당신의 이번 투어(임무)는 우리 회사의 마케팅 시스템을 0에서 1로 구축하는 것까지입니다"라고 명시한다.
 

2) 상호 평가와 진로 모색 해당 투어가 끝나는 시점에, 회사가 필요로 하는 다음 단계(예: 글로벌 확장)의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함께 평가한다. 만약 적합하지 않다면, 새로운 투어를 위해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서로 지원한다.
 

3) 적극적인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이별의 순간에 "나가라"가 아니라 "다음 커리어로 도약할 수 있게 돕겠다"는 태도를 취한다. 회사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다른 초기 스타트업의 리더급으로 추천하거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4) 알럼나이(Alumni) 네트워크의 제도화 퇴사자를 남이 아닌 ‘졸업생’ 으로 대우하며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로 관리한다.
​맥킨지(McKinsey) 출신들이 서로를 끌어주듯, 명예롭게 퇴사한 초기 멤버들은 외부에서 우리 회사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자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다.

5. CEO를 위한 제언: 외로움을 견디고 악역을 자처하라


스케일업 단계의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단호한 공감(Compassionate Ruthlessness)’이다. 인간적으로는 초기 멤버의 노고에 깊이 공감하고 감사하되, 비즈니스의 의사결정은 냉철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CEO들이 초기 멤버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부채의식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어 도태되면, 초기 멤버뿐만 아니라 현재의 수백 명 직원 모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적절하지 않은 자리에 과거의 공신을 방치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그 사람의 역량 부족을 전 직원에게 생중계하는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10명일 때와 100명일 때 요구되는 시스템과 문화는 달라진다.

조직문화는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운영체제(OS)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가족"이라는 환상 대신, "우리는 최고의 성과를 위해 모인 프로팀"이라는 현실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 스타트업은 유니콘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초기 멤버와의 ‘아름다운 졸업’은 그 진화를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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