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기업의 인사(HR)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고, 조직의 '영웅'을 가려내 포상함으로써 내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상식 무대 중앙에는 압도적인 매출을 달성한 '영업 1등'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젝트 성공의 주역이 서게 된다.
이러한 성과주의 보상 시스템은 명확한 동기부여와 공정한 분배라는 긍정적 측면을 가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을 거치며 비즈니스 환경이 개인의 역량보다는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업과 데이터 기반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오늘날, '보이는 성과'에만 집중하는 전통적 포상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KBR경영연구소는 '세상에 없던 인사이트'라는 슬로건 아래, 다가오는 미래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연말 포상 설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결과(What)' 중심의 포상에서 벗어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과정(How)'과 '보이지 않는 기여'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그 중심에는 '고성과 악성 직원'을 걸러내고, '핵심축 직원(Keystone Employee)'을 발굴하는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있다.
1. '독이 든 성배'의 역설: 고성과 악성 직원의 치명적 비용과 그 한계
인사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연말 포상으로 막대한 보너스를 받은 직원이 사실은 조직 문화를 파괴하는 '암적 존재'일 경우다.
우리는 이들을 '고성과 악성 직원(Toxic High Performer)'이라 부른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뛰어난 실적을 내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를 폄훼하고, 협업을 거부하며, 정보를 독점하고, 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문제는 전통적인 KPI(핵심성과지표) 시스템이 이들의 '악성 행위'는 걸러내지 못하고 '고성과'만을 측정한다는 데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딜런 마이너(Dylan Minor) 교수 연구팀은 이에 대한 충격적인 데이터를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슈퍼스타'(상위 1%의 고성과자) 1명을 고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연간 약 5,303달러의 가치를 가지는 반면, '악성 직원' 1명을 채용하지 않음으로써(혹은 해고함으로써) 절감하는 비용은 연간 12,489달러에 달한다. 이는 악성 직원 1명을 피하는 것이 슈퍼스타 1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2배 이상 조직에 이롭다는 의미다.
물론 이 수치는 미국 대기업 표본에 기반하며, 한국적 HR 환경이나 특정 업종 및 조직 문화에 따라 그 비용의 크기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이 비용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직접비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주변 동료들의 이직률 증가, 사기 저하, 대체 인력 채용 및 교육 비용, 그리고 잠재적인 법적 분쟁 비용까지 포함한 보수적인 추정치(하한)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 비용은 악성 직원이 주변 동료들의 번아웃을 유발하고, 핵심 인재들의 이직을 촉발하며, 조직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현될 토양 자체를 없애버리는 간접적 손실까지 고려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연말 포상이 이러한 악성 직원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조직이 "우리는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것과 같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행위다.
2. 무엇을(What) 넘어 어떻게(How)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복합적 혁신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2014년,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 취임 이후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사례는 우리에게 거대한 울림을 준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는 극단적인 상대평가 제도로 유명했다.
이는 직원들을 강제로 줄 세우고 하위 등급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극심한 내부 경쟁과 부서 이기주의를 초래하며 '잃어버린 10년'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나델라는 취임 직후 이 제도를 폐지하고, '원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라는 기치 아래 협업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강조하는 새로운 문화와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핵심은 평가 기준의 변화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성과 평가는 단순히 '무엇을 성취했는가(What)'만을 묻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가(How did you contribute to the success of others)?"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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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성과: 자신의 업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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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성공에 대한 기여: 동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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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성공 활용: 동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성과를 향상시켰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독불장군' 같은 고성과 악성 직원은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다만, MS의 극적인 부활은 이러한 평가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사티아 나델라 CEO의 강력한 '공감'의 리더십, '클라우드 우선(Cloud First)'이라는 명확한 사업 구조 개혁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임을 주목해야 한다.
인사제도 하나만으로 조직이 변혁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동료의 성공에 대한 기여'라는 정성적 지표를 어떻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 논란과 고민은 MS 내부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다.
3. '보이지 않는 영웅'을 찾는 기술: OCB와 ONA의 현실적 한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가 '어떻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제 인사팀의 과제는 그 '어떻게'를 공정하게 측정하는 방법론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영웅', 즉 '핵심축 직원(Keystone Employee)'에 주목해야 한다.
핵심축 직원은 공식적인 리더나 슈퍼스타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직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지식을 연결하고(Connector), 동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Problem Solver),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여(Energizer) 조직의 효율성과 응집력을 극대화하는 이들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OCB)'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OCB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평가 시스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심지어 '일 못하는 오지랖'으로 평가절하되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OCB는 조직의 문화나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긍정적 효과 대신 구성원들의 소진(Burnout)을 유발하거나, 맹목적인 순응을 강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맹목적인 강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여'를 데이터로 가시화하려는 선진 HR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조직 네트워크 분석(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 ONA)'이다.
ONA는 이메일, 메신저, 캘린더, 협업 툴 등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메타데이터를 분석하여 조직 내의 실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의 흐름을 지도로 그려내는 기술이다. ONA는 공식적인 조직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실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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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지식 허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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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서 간 '연결고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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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가?
그러나 ONA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ONA는 디지털 툴에 기반한 '협업 패턴'의 빈도와 흐름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있는 실제 동료 간의 '정서적 신뢰'나 '심리적 안전감'과 같은 질적인 관계의 깊이까지 분석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또한, 구성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공정하게 해석하고 인사평가에 반영할 것인가는 현업 적용에 있어 가장 큰 제약점이자 과제로 남아있다.
4. 차세대 연말 포상 설계: 현실적 적용과 지향점
KBR경영연구소가 제안하는 '차세대 연말 포상'의 지향점은 '결과'와 '기여'라는 두 개의 축을 모두 고려하는 방식이며, 현실적인 적용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첫째, '고성과 악성 직원'에 대한 명확한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
인사 평가는 '성과(What)'와 '가치/행동(How)'의 매트릭스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는 높으나 '행동'이 나쁜(즉, 독성) 직원은 포상 대상에서 즉각 제외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보너스 삭감이 아닌 명확한 행동 개선 계획(PIP)으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협업'과 '기여'를 공식적인 평가 지표로 격상시켜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처럼, "타인의 성공에 대한 기여"를 포상과 승진의 핵심 기준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동료 평가(Peer Review)나 360도 다면평가를 통해 정성적으로 수집될 수 있다.
셋째, ONA 도입은 '시범 적용'으로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ONA 데이터를 활용한 '올해의 커넥터(Connector of the Year)'상 등의 특별 포상은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다만, 앞서 언급한 한계로 인해 ONA를 전사적으로 즉각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소규모 팀이나 특정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시범 적용(Pilot Test)을 통해 그 유효성을 검증하고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하며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넷째, '동료 인정' 프로그램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ONA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동료인정제(Peer Recognition)'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 팀의 성공에 가장 많이 기여한 동료'를 공식적으로 추천하고,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함으로써 데이터로 포착되지 않는 협업의 가치를 포상 체계에 반영할 수 있다.
결론: 미래의 HR, '자원'이 아닌 '관계'를 관리하다
미래의 HR(Human Resources)은 더 이상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인간관계(Human Relations)'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조직의 핵심 전략 부서가 되어야 한다.
연말 포상은 지난 1년의 결과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 1년 동안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만약 당신의 조직이 여전히 '영업 1등'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를 좌절시킨 '고성과 악성 직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물론,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영업 조직 등 일부 산업에서는 명확한 KPI 기반의 전통적 평가가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한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복잡성이 증대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리더와 인사팀이라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가장 많은 성과를 냈는가?"가 아니라, "누가 우리 조직을 더 강하고 건강하게 만들었는가?"라고 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 ONA와 같은 혁신적 HR 트렌드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더하려는 노력이 함께해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 뒤에서 묵묵히 기여한 '핵심축 직원'을 알아보고 격려하는 동료들의 모습. 이들의 진정한 협력과 인정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힘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1/17/1763343610_5990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