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뛰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의 독선적 리더십이 팀원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조직 문화를 어둡게 만드는 '브릴리언트 저크'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이미지]
‘숫자’는 완벽하지만 ‘사람’을 잃는 리더. 모든 조직에는 최소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브릴리언트 저크(Brilliant Jerk)’가 존재한다. 이들은 압도적인 개인 성과로 조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그 이면에는 독선적 태도, 파괴적인 소통 방식, 팀워크를 저해하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최고경영진(C-Level)은 이들을 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당장의 매출과 성과를 견인하는 핵심 인재를 제어할 것인가, 아니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조직 문화의 균열과 인재 이탈을 감수할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한 인사관리(HR)의 영역을 넘어선,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전략적 의사결정의 문제이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어 이러한 리더를 방치하는 것은, 조직의 장기적 건강을 해치는 ‘문화적 부채(Cultural Debt)’를 쌓는 것과 같다.
이 '문화적 부채'는 공식적인 회계 용어가 아니며, 경영 현장과 조직 행동론에서 문화적 손실이 누적되어 미래에 더 큰 비용(예: 인재 이탈, 생산성 저하)을 초래하는 장기적 위험을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 부채는 최근 미디어와 HR 현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현상, 즉 직원들이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려는 경향이나 핵심 인재의 이탈이라는 값비싼 이자로 돌아온다.
오늘날처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이러한 리더십의 부재는 조직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진은 성과와 리더십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보이지 않는 비용: ‘독선적 에이스’가 조직 문화를 파괴하는 방식
조직은 종종 가시적인 성과에 현혹되어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간과한다. ‘브릴리언트 저크’가 창출하는 명백한 수익 뒤에는,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훨씬 더 큰 손실이 숨어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팀워크와 심리적 안정감의 붕괴이다. 이들 리더는 목표 달성을 위해 팀원을 도구화하거나, 공로를 독차지하고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팀원들은 상호 신뢰를 잃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마이클 하우스먼(Michael Housman)과 딜런 마이너(Dylan Minor)는 2015년 발표한 '유독한 직원(Toxic Workers)'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브릴리언트 저크'(성과는 높지만 팀워크를 파괴하는 리더)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인 '유독한 직원' 한 명을 회피함으로써 조직이 절감하는 비용이, 상위 1%의 '슈퍼스타' 직원을 고용해 얻는 이익보다 클 수 있다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일부 해석에서는 이 비용 절감 효과가 이익의 '두 배'에 달한다고 인용되기도 하나, 이는 분석 조건이나 산업군(해당 연구는 11개 대기업의 5만 명 이상 데이터 기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치이다. 논문의 핵심은 유독한 직원이 조직에 미치는 재무적 손실(예: 동료의 퇴사율 증가로 인한 대체 비용)이 슈퍼스타의 기여 이익을 상쇄할 만큼 막대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였다는 데 있다.
이러한 손실은 우수 인재의 연쇄 이탈로 이어진다.
유능한 직원들(A-Player)은 불합리한 리더십 하에서 자신의 역량이 저해된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조직을 떠난다.
결국 해당 리더 주변에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거나 순응적인 B, C-Player들만 남게 되어 팀 전체의 역량이 하향 평준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갤럽(Gallup)의 연구는 이 지점을 명확히 한다.
갤럽의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Report)' 최신판(예: 2024-2025년 동향 분석)에 따르면, 리더십의 질은 직원 몰입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팀 간 직원 몰입도(engagement) 편차의 70%까지도 리더의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고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이는 '성과'의 70%가 아닌, 성과의 선행 지표인 '몰입도'의 격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리더의 질이 조직 활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경영진의 갈림길: ‘성과 우선’의 함정 vs ‘문화 우선’의 결단
CEO와 임원진은 이 ‘뜨거운 감자’를 두고 두 가지 상반된 전략적 선택지, 즉 '관용' 혹은 '개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두 선택지는 조직의 미래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시나리오 A] 성과 우선주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관용’ 전략
이는 당장의 분기 실적과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해당 리더의 행동적 문제를 묵인하는 방식이다. 이 선택의 즉각적인 장점은 단기 성과의 유지이다. 해당 리더가 창출하는 매출이나 혁신적 결과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사회나 주주들에게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CEO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치명적인 장기 리스크를 내포한다. 첫째, 조직 전체에 '성과만 좋다면 어떤 행동도 용납된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하여 조직 문화의 근간을 훼손한다. 둘째, 앞서 언급했듯 우수 인재들이 조용히 조직을 떠나며, 이는 경쟁사에게 핵심 역량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리더의 행동은 조직 내 괴롭힘, 차별 등 법적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 쌓아 올린 ‘문화적 부채’는 결국 복구 불가능한 수준의 이자(인재 이탈, 소송 비용, 기업 평판 하락)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 B] 문화 우선주의: 장기적 건강을 위한 ‘개입’ 전략
이는 리더의 행동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변화가 불가능할 경우 성과와 관계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이 선택의 단기적 단점은 즉각적인 성과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리더가 반발하거나 조직을 이탈할 경우, 그가 담당하던 성과를 메우기 위한 추가적인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결단은 조직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첫째, '우리 조직은 가치와 문화를 성과보다 우선시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전달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신뢰와 결속력을 높인다.
둘째, 건강한 조직 문화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 직원들은 더 높은 몰입도를 보이며, 자발적인 협력과 혁신을 시도하게 된다.
셋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포지셔닝되어, 장기적으로 더 유능한 핵심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 하락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전략적 투자이다.
실행 가능한 3단계 처방: ‘브릴리언트 저크’를 관리하는 실무 가이드
그렇다면 경영진은 이 문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다루어야 하는가? 비난이나 방치가 아닌, 명확한 '관리'와 '선택'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1단계: '무엇을(What)'과 '어떻게(How)'의 명확한 분리 및 측정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성과 평가(Performance Review) 시스템의 재정립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무엇을(What)' 달성했는지, 즉 재무적 성과(KPI)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어떻게(How)' 그 성과를 달성했는지, 즉 리더십 행동, 협업 방식, 조직 가치 준수 여부를 동일한 비중, 혹은 그 이상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가 항목에 '팀원 육성', '협업 문화 기여', '심리적 안정감 조성' 등을 구체적인 행동 지표로 포함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How' 영역의 점수가 특정 기준(예: C등급) 이하일 경우, 'What'의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보상(승진, 인센티브)에 즉각적인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 이는 리더에게 '행동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준다.
2단계: 데이터 기반의 냉정한 피드백과 '코칭'의 기회 제공
감정적인 질책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해당 리더가 관리하는 팀의 몰입도 점수, 360도 다면평가 결과, 팀원 이직률 등의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신 때문에 팀원들이 힘들어한다"는 모호한 지적이 아니라, "지난 1년간 당신의 팀에서만 3명의 핵심 인재가 퇴사했으며, 팀 몰입도 점수(Gallup Q12 기준)는 전사 평균 대비 40% 낮다"와 같이 그들의 행동이 조직에 미치는 '손실'을 숫자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후, 변화의 의지가 확인된다면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 교육이 아닌, 1:1 임원 리더십 코칭(Executive Coaching)이어야 한다. 코칭은 그들의 강점을 인정하되, 약점인 대인관계 기술, 공감 능력, 피드백 스킬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벌'이 아니라 '개선의 기회'임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궁극의 선택지 ‘전문가 트랙(IC Track)’의 제시
코칭과 충분한 기회 부여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사람을 '관리'하는 데 재능이나 의지가 없을 수 있다. 이때 조직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그러나 가장 현명한 카드가 바로 '리더 트랙(People Manager)'과 '전문가 트랙(Individual Contributor/Expert)'의 분리이다.
성과는 탁월하지만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인재에게 굳이 팀 관리의 책임을 맡길 필요가 없다.
그들을 '수석 연구원(Principal Researcher)', '펠로우(Fellow)', '마스터 엔지니어(Master Engineer)'와 같이 관리자(Manager)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보상과 지위를 보장하는 전문가 트랙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는 조직 입장에서 두 가지 이점을 갖는다.
첫째, 팀원들을 독선적 리더십으로부터 보호하여 조직 문화를 지킬 수 있다.
둘째, 해당 인재의 핵심 역량(기술, 전문성)은 조직 내에 유지하며 계속해서 성과를 창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문가 트랙(IC Track)' 제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이나 R&D 중심의 대기업에서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으나, 모든 조직에 즉각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이나 연공서열 문화가 남은 조직에서는, 비(非)관리자 트랙에 관리자와 동등한 보상 및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구조적, 문화적 저항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조직의 규모, 산업의 특성, 그리고 문화적 수용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할 전략적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해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개인과 조직 모두 '윈-윈'하는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다.
결론: 위대한 조직은 ‘성과’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선택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조직은 '브릴리언트 저크'를 용인하고, 그들의 독선이 뿌린 독에 서서히 중독되어 간다.
반면, 위대한 조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더십과 조직 문화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인지한다. 그들은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조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한다.
CEO와 경영진에게 묻는다. 당신의 조직은 눈앞의 '숫자'를 위해 기꺼이 '사람'을 잃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건강한 문화를 통해 더 많은 '핵심 인재'들이 스스로 성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리더의 진정한 역량은 한 명의 슈퍼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인재가 건강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판'을 설계하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이 용인하고 있는 ‘성과와 리더십의 불균형’을 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릴 때이다. 당신의 조직에도 이 원칙을 적용해 보라.
주요 인용 및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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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man, M., & Minor, D. (2015). Toxic Workers. Harvard Business School NOM Unit Working Paper No. 16-057.
-
Gallup, Inc. (2024-2025).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Report. (및 관련 정기 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