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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정(情)'의 딜레마: 문제 직원, 온정적 용서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매일 '원칙'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특히 고객과 회사에 명백한 피해를 입힌 직원을 마주했을 때, 이 딜레마는 극에 달한다.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도 함께 일해 온 '정(情)'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리더의 결단을 망설이게 한다.

박홍석 기자입력 2025년 11월 12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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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회사에 피해를 입힌 문제 직원을 마주한 리더의 고뇌와 그 직원의 절망감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고객과 회사에 피해를 입힌 문제 직원을 마주한 리더의 고뇌와 그 직원의 절망감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매일 '원칙'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특히 고객과 회사에 명백한 피해를 입힌 직원을 마주했을 때, 이 딜레마는 극에 달한다.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도 함께 일해 온 '정(情)'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리더의 결단을 망설이게 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매일 '원칙'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특히 고객과 회사에 명백한 피해를 입힌 직원을 마주했을 때, 이 딜레마는 극에 달한다.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도 함께 일해 온 '정(情)'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리더의 결단을 망설이게 한다.

심지어 일부 리더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자신의 '리더십 평판'을 높이고 조직 결속력을 다지는 길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온정주의적 용서'가 과연 조직에 항상 긍정적인 신호일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는 리더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판단 착오 중 하나일 수 있다.

리더의 잘못된 관용은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봉합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공정성(Fairness) 기반을 잠식하고, 묵묵히 성과를 내는 핵심 인재들의 사기를 꺾는 잠재적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의 잘못된 용서가 조직 전체를 즉각 무너뜨린다고 단언하는 것은 극단적인 해석일 것이다.

조직 문화의 견고성, 리더십의 일관성, 후속 조치 등 다양한 완충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반복되거나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와 결합할 때, 그 파급력은 치명적일 수 있다.

왜 리더는 '관용'이라는 유혹에 빠지는가


고객 클레임이 발생하고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입힌 직원이 눈앞에 있다. 규정대로라면 명확한 징계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이 순간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

첫째, 갈등 회피 성향이다.

징계 절차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감정 소모와 시간을 요구한다. 리더는 문제 직원과의 불편한 대면을 피하고, 당장의 갈등을 미봉(彌縫)하는 쪽을 선호할 수 있다.

둘째, '좋은 리더'라는 자기 인식에 대한 집착이다.

'냉철한 원칙주의자'보다 '따뜻한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 욕구는 리더가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물이 된다. 이들은 '용서'를 통해 직원에게 '은혜'를 베풀고, 이것이 곧 자신의 리더십 평판으로 환산되리라 기대한다.

셋째, '정(情)' 문화의 양면성이다.

한국 특유의 '정' 문화는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의 근간이며, 조직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자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 하는 조직 경영의 원칙 영역에 무분별하게 적용될 때, '온정'이 아닌 '정실(情實)'이나 '방임'으로 변질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하지만 리더가 얻고자 했던 그 '리더십 평판'은 허상일 수 있다. 문제 직원 한 명에게 얻는 일시적인 감사는, 조직 전체의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잃게 될 '조직 내 신뢰감'이라는 거대한 자산에 비하면 무가치할 수 있다.

'관용'이라는 이름의 균열: 무엇이 무너지는가


리더가 '정'을 이유로 원칙을 훼손하는 '신호'를 줄 때,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피해는 단순히 해당 직원의 개선이 더뎌지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조직의 공정성 인식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갤럽(Gallup)의 여러 연구는 조직 내 '공정성' 인식이 직원 몰입도와 성과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임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리더가 특정인에게만 예외적으로 관용을 베푸는 순간, 다른 구성원들은 '이 조직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할 위험이 커진다.

이는 특히 핵심 인재(High-Performer)들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 묵묵히 원칙을 지키며 최고의 성과를 내던 직원들은 심각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왜 규칙을 어기고 피해를 준 사람은 용서받고, 헌신한 나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핵심 인재들은 조직을 떠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등에 게재된 여러 연구 결과는, 한 명의 '유해한(toxic) 직원'이 조직 전체의 사기와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함을 경고한다.

일부 경영 보고서나 대중적 해석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가치가 '슈퍼스타 직원이 창출하는 긍정적 가치를 수치적으로 상쇄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대일 비교는 학술적으로 엄밀히 검증되기 어려우며, 다소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유해한 직원이 조직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한 명의 우수 인재가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보다 조직 전반에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더의 잘못된 관용은 바로 이러한 부정적 영향력을 용인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또한, 고객 신뢰의 연쇄적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직원에게 피해를 본 고객은 회사가 그 직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한다. 서비스 경영 분야의 연구들(Service Recovery Paradox 관련 연구 등)에 따르면, 불만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 실패는 초기 실패보다 더 큰 고객 이탈을 유발한다.

만약 회사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고객은 해당 직원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윤리 기준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다. 이는 단기적인 매출 손실을 넘어, 온라인 리뷰와 구전(WOM)을 통해 브랜드 평판을 영구적으로 훼손하는 장기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 A vs. B: 리더의 두 가지 선택지


고객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직원이 발생했을 때, 리더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시나리오 A: '온정'을 택한 리더]

리더는 해당 직원을 불러 "이번 한 번만 기회를 주겠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라. 내가 감싸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직원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답하고, 리더는 자신이 '포용력 있는 리더'라고 스스로 만족한다.

예상되는 결과

  • 단기: 갈등이 표면적으로 봉합된다. 리더는 '좋은 사람'이 된다.  

  • 장기: 문제 직원은 '이 정도 실수는 용납된다'는 그릇된 학습을 할 수 있다. 행동은 개선되지 않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남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료 직원들은 '성과를 내도 소용없다', '사고를 쳐도 용서가 된다'는 냉소주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조직 전체의 성과 기준선(Standard)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 피해를 본 고객은 회사의 미흡한 조치에 분노하여 이탈하고 악성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B: '원칙'을 택한 리더]

리더는 즉시 인사(HR)팀과 협력하여 공식적인 사실관계 조사(Fact-Finding)에 착수한다.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해당 직원의 과실 정도, 고객과 회사에 미친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예상되는 결과

  • 단기: 리더는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해당 직원과의 관계는 악화된다. 징계 절차는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린다.  

  • 장기: 조직 전체에 '고객과 회사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구성원들은 '우리 조직은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신뢰를 갖게 된다. 이는 다른 직원들이 안심하고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장치가 된다. 피해 고객에게는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가 전달되어,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 두 시나리오의 핵심 차이는 '리더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리더는 한 명의 직원을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고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실천 가이드: '공정한 리더'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렇다면 리더는 '인간미 없는 냉혈한'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원칙을 지키는 것'과 '냉혈한'은 동의어가 아니다. 핵심은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확보하는 것이다.

문제 직원을 다룰 때, '정'이라는 감정 대신 '공정한 절차'라는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한다.

1. 감정 배제 및 즉각적인 사실 확인 (Fact-Finding)

사건 발생 즉시 리더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한다.

2. 영향도 분석 (Impact Analysis)

해당 직원의 행위가 (1)고객, (2)팀(동료), (3)회사(재무/평판)에 미친 구체적인 피해 범위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이는 조치의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3. 절차적 공정성 적용 (Applying Procedural Justice)

리더 개인의 판단이 아닌, 회사의 공식적인 규정(취업규칙, 인사 규정)을 따른다. 해당 직원에게는 반드시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일관되어야 다른 구성원들이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4. '의도'가 아닌 '결과(피해)'에 집중한 조치

직원이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항변하더라도, 리더는 발생한 '결과'와 '피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고의성에 따라 징계 수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면책'의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치는 징계, 감봉, 직무 재배치, 교육 명령, 또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른 해고까지 다양할 수 있다.

5. 조직을 향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조심스러운 접근)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선에서, 리더는 남은 팀원들에게 '조직은 원칙을 수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조직의 핵심 가치(예: 고객 신뢰)를 훼손하는 사안이 발생했으며, 회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인지하고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조치하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기준을 엄격히 지켜나갈 것입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진정한 리더십은 '인기'가 아닌 '신뢰'에서 나온다


리더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가 아니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한 규칙이 작동하도록 관리하며, 장기적인 조직의 건강성을 책임지는 자리다.

고객과 회사에 피해를 입힌 직원을 '정'으로 용서하는 것은 리더 개인에게는 쉬운 선택일 수 있으나, 조직 전체에는 더 큰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용서는 다른 모든 구성원의 헌신에 대한 배신처럼 비칠 수 있으며, 조직 문화의 근간인 공정성을 파괴하는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 평판'과 '조직 신뢰'는 한 명의 문제 직원에게 베푼 '온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묵묵한 구성원들에게 '공정함'을 증명할 때 얻어진다.

단기적인 인기를 위해 조직의 원칙을 팔아넘길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원칙을 지켜 장기적인 신뢰를 얻을 것인가. C레벨과 경영진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조직 전체를 위한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

당신의 조직에도 '정' 때문에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지는 않은가. 지금 바로 그 기준을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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