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조직은 리더, 즉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에 집중한다. 그의 비전, 결단력, 카리스마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홀로 천재' CEO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VUCA)으로 대변되는 현대 경영 환경에서 CEO의 성공은 사실상 그와 가장 가까운 C-레벨 임원진의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우리는 흔히 CFO, CTO, CMO 등 C-레벨의 역량을 각 기능의 '리더십'으로만 평가하지만, 정작 CEO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조직의 전략적 실패를 막는 숨겨진 변수는 바로 이들의 강력한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조직의 성패는 CEO 한 사람의 역량이 아니라, CEO와 C-레벨로 구성된 '최고 경영팀(Top Management Team)'의 상호작용 품질에 달려있다. C-레벨이 CEO의 비전을 어떻게 수용하고, 용기 있게 비판하며, 전략적으로 보완하고, 전사적 관점에서 실행하는지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이 핵심 엔진이 잘못된 팔로워십으로 작동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CEO라도 조직이라는 거대한 배를 올바른 항로로 이끌 수 없다.
그렇다면 CEO를 진정으로 강력하게 만드는 C-레벨의 팔로워십 역량이란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조직 문화로 정착될 수 있는가?
C-레벨은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팔로워십'이라는 용어는 종종 수동적, 복종적, 혹은 2인자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카네기 멜런 대학의 로버트 켈리(Robert Kelley) 교수가 주창한 이래, 팔로워십은 리더십만큼이나 조직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량으로 재정의되었다.
켈리 교수는 팔로워를 두 가지 축,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적극적 참여(Active Participation)'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이 중 가장 이상적인 유형은 두 가지 모두 높은 수준으로 갖춘 '모범형 팔로워(Exemplary Follower)'다.
이들은 리더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며, 조직의 목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때로는 리더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다.
문제는 C-레벨이라는 최상위 직책에 이 개념을 적용할 때 발생한다.
각 기능의 '리더'인 이들에게 '팔로워'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모순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에 대한 관계 설정에서 C-레벨은 명백한 '팔로워'의 위치에 있다. 단,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 직원의 팔로워십이 아닌, 조직 전체의 운명을 책임지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최상위 팔로워십이다.
이는 단순한 지시 이행을 넘어, CEO의 비전을 함께 완성하고 그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 리더십(Co-Leadership)'의 성격을 띤다.
'예스맨' 임원진 vs. '전략적 파트너' 임원진
모든 CEO는 유능한 임원진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유능함을 원하는지에 대한 자기 모순에 빠지기 쉽다.
CEO의 권위에 순응하며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이행하는 임원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제기하며 CEO의 판단에 도전하는 임원을 선호하는가? 이 선택은 조직을 전혀 다른 두 가지 시나리오로 이끈다.
시나리오 A: '예스맨(Yes-Man)' 임원진과 집단 사고의 함정
이 시나리오에서 CEO는 편안함을 느낀다. 회의는 신속하게 진행되고 반대 의견이 없어 의사결정이 빠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조화로운' 분위기 뒤에는 '집단 사고(Groupthink)'라는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C-레벨이 CEO의 심기를 살피거나 내부 권력 역학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를 멈추는 순간, 조직은 중대한 전략적 오류나 시장의 위협 신호를 놓치게 된다.
과거 코닥(Kodak)의 디지털 전환 실패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당시 코닥의 엔지니어가 197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경영진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던 필름 사업의 성공에 안주했다.
권위 있는 여러 경영 분석에 따르면, 이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C-레벨 임원진이 CEO의 안일한 판단에 대해 강력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지 못한 '임원진의 침묵'이 디지털 위협을 간과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노키아(Nokia)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을 애써 '틈새시장 제품'이라 무시하며 내부의 경고 목소리를 억누른 결과, 시장의 리더에서 순식간에 몰락했다. C-레벨의 침묵은 CEO의 '맹점(Blind Spot)'을 조직 전체의 맹점으로 확산시켜 결국 회복 불가능한 위기를 초래한다.
시나리오 B: '전략적 파트너' 임원진과 건강한 긴장감
이 시나리오에서 CEO는 종종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낀다.
C-레벨 임원들은 CEO의 비전에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해당 비전의 실현 가능성, 잠재적 리스크, 더 나은 대안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회의는 치열한 토론으로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건강한 긴장감(Healthy Tension)'은 의사결정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CEO의 최초 아이디어는 더욱 정교해지고, 잠재적 리스크는 사전에 식별 및 보완된다. 이들은 CEO와 함께 전략을 '공동 창조(Co-Create)'하며, CEO가 제시한 'Why(왜)'를 'How(어떻게)'와 'What(무엇을)'으로 구체화한다.
그렇다면 C-레벨의 전략적 팔로워십과 경영팀의 응집력은 조직 성과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
갤럽(Gallup)이나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와 같은 주요 컨설팅 기관의 다양한 보고서들은 '경영진 팀의 응집력이 높은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수익성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20~30% 이상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방향성의 통계를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물론 이 수치는 조사 기관이나 산업군에 따라 상이하며, '팔로워십'만을 독립 변수로 측정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C-레벨의 응집력과 상호 보완적인 팔로워십이 조직의 재무 성과, 혁신 속도, 직원 몰입도에 강력한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은 학계와 업계에서 모두 인정되는 분명한 사실이다.
CEO가 원하는 C-레벨의 3가지 핵심 팔로워십 역량
그렇다면 CEO를 보좌하고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C-레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가?
1. 용기 있는 비판과 지성적 불복종 (Courageous Criticism & Intelligent Disobedience)
CEO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임원이 아니라,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임원이다.
C-레벨의 첫 번째 역량은 조직의 목표와 CEO의 성공이라는 대의를 위해, CEO의 의견에 정중하고 논리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단순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이는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지성적 불복종(Intelligent Disobedience)'의 형태를 띤다.
맹인 안내견이 주인의 '가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위험을 인지하고 멈추는 것처럼, C-레벨은 CEO가 보지 못하는 시장의 위험, 재무적 리스크, 기술적 한계를 직시하고 CEO의 판단을 멈춰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에 따르면 A안은 심각한 리스크가 있으며, 대신 B안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2. CEO의 비전을 완성하는 '능동적 전략 보완'
CEO는 거대한 밑그림(Big Picture)을 그린다. 하지만 그 그림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C-레벨의 몫이다.
C-레벨의 두 번째 핵심 역량은 CEO의 비전을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투입해 그 비전을 '초월(Transcend)'하고 '보완(Complement)'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EO가 'AI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이라는 비전을 선포했을 때, CTO는 단순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CTO는 해당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 스택, 데이터 거버넌스, 그리고 CEO가 미처 생각지 못한 '기술 부채(Technical Debt)' 문제까지 선제적으로 제기하며 전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CMO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접점'을 어떻게 강화할지 보완책을 제시하며, CFO는 이 모든 투자의 ROI(투자수익률)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전략이 되도록 조율한다.
3. 사일로를 넘어서는 '전사적 관점의 협력' (Organizational Citizenship)
C-레벨은 각 기능 부문(Function)의 수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첫 번째 정체성은 'CFO'나 'CMO'가 아니라, 'A기업의 임원'이어야 한다.
C-레벨의 세 번째 역량은 자신의 부서 이익(Silo)을 넘어, 조직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사적 관점(Enterprise-Wide Perspective)'이다.
수많은 조직이 C-레벨 간의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과 자원 배분 갈등으로 인해 실행 동력을 잃는다.
진정한 전략적 팔로워로서의 C-레벨은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실천한다. 이들은 자신의 부서 성과가 다소 희생되더라도 전사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결정을 내린다.
CTO는 마케팅 부서의 성공적인 캠페인 론칭을 위해 개발 일정을 기꺼이 조율하고, CFO는 당장의 비용 절감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R&D 투자를 옹호한다.
추상적 역량을 넘어: C-레벨 팔로워십을 위한 4가지 실천 전략
이러한 C-레벨의 팔로워십 역량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CEO의 의지와 조직의 체계적인 노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추상적인 역량 강화를 넘어, 조직 내에 강력한 팔로워십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4가지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안한다.
1. '용기 있는 비판'을 제도화하는 문화 조성
심리적 안정감 없이는 그 어떤 임원도 용기 있는 비판을 할 수 없다. 이는 CEO의 '열린 자세'에만 기댈 수 없는 '제도'의 영역이다. CEO와 C-레벨이 익명 혹은 실명으로 자유롭게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전략적 문제를 토론하는 '정기적 오픈 포럼(Open Forum)'을 도입하여 심리적 안전지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임원 간 '360도 다각도 피드백' 시스템을 공식 도입하여, 동료 임원의 의사결정이나 협업 방식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리더십 개발 및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2. '전략적 보완'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C-레벨은 CEO의 '전략 실행자'가 아닌 '전략 공동 수립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기별 '전략 워크숍'을 정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워크숍은 CEO가 일방적으로 비전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CEO가 제시한 거시적 방향성을 각 임원이 자신의 전문성(재무, 기술, 마케팅, 인사 등)을 기반으로 보완하고 리스크를 점검하며 전략을 '공동 창조'하는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
3. '전사적 협력'을 위한 크로스펑셔널(Cross-functional) 의무화
C-레벨이 자신의 사일로를 넘어서도록 강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핵심 전략 과제를 수행하는 '크로스펑셔널 태스크포스(TF)'에 C-레벨 임원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CTO가 마케팅 캠페인 TF에, CFO가 R&D 신제품 개발 TF에 참여함으로써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전사적 관점을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부서 간의 벽을 허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4. '질문 중심 회의'로 비판적 사고 촉진 및 성과 측정
회의 문화가 곧 팔로워십의 수준을 결정한다.
CEO는 회의에서 '내 생각은 이렇다'고 결론부터 말하기보다, '이 이슈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리스크는 없는가?', '데이터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와 같이 '왜(Why)'와 '어떻게(How)' 중심의 '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는 임원들이 수동적 보고자가 아닌, 능동적 사고를 하는 파트너로서 회의에 임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적 보완 기여도'나 '타 부서 협업 성과'를 C-레벨의 핵심 성과 지표(KPI)에 정량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실시해야 한다.
CEO는 '손발'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를 원한다
결국 C-레벨의 팔로워십은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는 CEO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라, CEO의 성공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전문성과 영향력을 쏟아붓는 가장 적극적이고 지적인 파트너십이다.
C-레벨은 CEO에게 '손발'이 되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CEO의 비전이 완성되도록 함께 고민하는 '확장된 두뇌'가 되어야 한다.
CEO는 자신의 판단에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임원을 곁에 두어야 한다.
C-레벨 임원은 CEO의 권위에 편승하는 안락함 대신, 조직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선택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팔로워로 CEO 곁에 서 있는가?
지금 바로 당신의 조직에 '용기 있는 비판'과 '전략적 보완'을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을 적용해 보라.

![C-레벨의 '전략적 팔로워십'은 단순한 순응이 아닌, CEO의 비전을 완성하기 위한 치열한 전략적 토론과 보완 과정에서 발휘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1/07/1762501334_293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