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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과연 빈곤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에 펼쳐진 '기회'와 '격차'의 양면성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정보 접근성 및 교육 격차 해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청년들과 봉사자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AI 기반의 정보와 교육 콘텐츠에 접근하며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민경 기자입력 2025년 10월 25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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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과연 빈곤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에 펼쳐진 '기회'와 '격차'의 양면성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정보 접근성 및 교육 격차 해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청년들과 봉사자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AI 기반의 정보와 교육 콘텐츠에 접근하며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깨끗한 물 접근조차 어려운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18세의 한 학생이 화학 반응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그는 소량의 모바일 데이터를 구매하여 챗GPT(ChatGPT)에 접속하고, 불과 몇 초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교사로부터 명쾌한 설명을 듣는다.

이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인공지능(AI) 기술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의 단편이다.

이처럼 AI는 과거의 기술 혁명이 넘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평등한 경쟁의 장'을 약속하며, 특히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역시 정보 접근성을 높이며 글로벌 격차 해소를 기대하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는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인류는 AI라는 거대한 기술 변곡점 앞에서 다시 한번 중대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과연 AI는 저개발 국가들이 만성적인 빈곤의 굴레를 끊고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촉매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막대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앞세운 선진국들의 기술 독점을 강화하여 AI 불평등(AI Inequality)을 고착화하는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인가.

AI 기술이 가져올 글로벌 남반구, 즉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미래를 심층적으로 진단한다.

 


AI,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


AI 기술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가장 큰 기회는 단연 '생산성 향상'과 '핵심 서비스 접근성 확대'에 있다.

과거 산업 혁명기에는 막대한 물리적 자본과 인프라 구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었으나, AI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마트폰과 인터넷 연결만으로도 강력한 생산성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교육, 의료, 금융 등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분야에서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가진 국가에서는 AI 기반 진단 시스템이 숙련된 전문의의 부족을 메우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교사가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24시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AI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곳에서는 AI 기반 핀테크 서비스가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동력이 된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며, 농업 분야에서는 AI가 위성 데이터와 기후 정보를 분석하여 농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전통 산업의 혁신까지 이끌고 있다.

이처럼 AI는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며 AI 경제 발전의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넘어야 할 거대한 장벽: 새로운 'AI 기술 격차'


그러나 AI가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 이면에는 'AI 기술 격차(AI Divide)'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AI 기술, 특히 최첨단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본,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그리고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원은 현재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같은 소수의 선진국 기업에 극도로 편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은 AI 기술의 개발자가 아닌 단순 소비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AI 모델을 수동적으로 도입하는 데 그칠 경우, 기술 종속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대부분 영어권 및 서구 문화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어, '글로벌 사우스'의 고유한 언어, 문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AI가 현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이거나, 심지어 기존의 편견을 강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나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통해 이러한 충격을 완화할 여력이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럴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AI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자본가에게만 집중되고 노동자는 소외되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 심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AI가 빈곤을 퇴치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빈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KBR 인사이트] AI 주권 확보, '글로벌 사우스'의 생존 전략


AI가 개발도상국에 진정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가 기술의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주체적인 참여자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 주권(AI Sovereignty)'의 확립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언어와 문화, 특수한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자체적인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소형 언어 모델(sLM)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할 필요는 없지만, 자국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AI 기술은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 도입에 따른 윤리적 기준과 데이터 보호 규제를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국의 현실에 맞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여 AI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어, AI 기술과 데이터가 공정하게 공유되고 글로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진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 AI 시대의 생존은 결국 기술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인터넷이 남긴 '디지털 격차'의 교훈


AI가 약속하는 '평등한 경쟁'은 과거 인터넷 혁명 초기에도 등장했던 구호이다.

인터넷 역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정보 접근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디지털 격차'의 심화로 나타났다. 인프라 접근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Digital Literacy)의 차이가 국가 간, 그리고 국가 내 계층 간 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AI 시대에도 이러한 교훈은 유효하다. 단순히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해당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본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발도상국 정부는 AI 인프라 구축과 병행하여, AI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개혁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AI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AI가 '기회의 창'이 될지 '절망의 벽'이 될지는 이제 각국의 전략적 선택과 글로벌 커뮤니티의 공조 노력에 달려있다.

인공지능(AI)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낙후된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선진국 중심의 기술 독점, 데이터 편향성, 그리고 AI 인프라 부족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또한, 자동화로 인한 저숙련 노동 시장의 붕괴 가능성은 AI가 AI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협을 제기한다.

결국 AI는 빈곤국에 양날의 검과 같다. 이 기술이 전 인류의 번영을 위한 도구가 될지, 아니면 기존의 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될지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규제하며,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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