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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중국 말고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산업의 비타민'을 넘어 '미래 산업의 쌀' 로 불리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반도체, F-35 전투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다.

이태민 기자입력 2025년 10월 2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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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세계 각지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산업의 비타민'을 넘어 '미래 산업의 쌀' 로 불리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반도체, F-35 전투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다.

'산업의 비타민'을 넘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반도체, F-35 전투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다. 그러나 이 전략적 자원의 공급망은 특정 국가, 바로 중국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 가공 기술, 특히 분리 및 정제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는 "중국 말고는 답이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다시 한번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심층분석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이에 맞서 미국, 유럽, 베트남, 호주 등이 펼치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기술적 대안(대체재 및 재활용)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과연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전망한다.

1. '희토류'는 왜 신(新) 무기가 되었나


희토류는 주기율표의 17개 화학 원소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 원소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강력한 자기적, 화학적, 광학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 터빈 발전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 탈탄소 시대를 이끄는 핵심 소재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 희토류 공급망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2024년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정제 및 분리' 공정이다. 채굴된 희토류 원광은 복잡하고 오염 유발 가능성이 큰 화학 공정을 거쳐 개별 원소로 분리·정제되어야 비로소 산업에 사용될 수 있다. 중국은 이 정제 및 가공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약 85%에서 9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즉, 미국이나 호주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더라도, 이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금속이나 산화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 부분 중국의 정제 시설을 거쳐야 하는 구조적 종속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이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그 위력을 과시한 이래, '희토류 무기화'는 서방 세계의 가장 큰 안보 위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 중국의 '통제', 글로벌 공급망의 아킬레스건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국가 차원의 투자가 있다.

1980년대부터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반면,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던 미국은 채산성 악화와 환경 오염 문제로 2000년대 초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이 파산하는 등 사실상 자국 내 생산 기반을 포기했다. 그 결과, 서방 기업들은 저렴한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는 길을 택했고, 이는 결국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 의존도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이 정치적, 외교적 목적을 위해 희토류 공급을 차단하거나 가격을 통제할 경우, 전기차 생산 라인이 멈추고 풍력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며 국방력 유지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희토류 가격의 변동성 역시 기업 경영의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각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가 직결된 '핵심광물안보'의 영역이다.

 

3. '탈중국' 가속화, 대안 찾기 분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위협이 현실화되자, 전 세계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즉 '생산지 다변화'와 '기술적 대안'으로 나뉜다.

첫째, 생산지 다변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자국 내 및 우방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채굴을 재개했을 뿐만 아니라, 텍사스에 자체 정제 시설을 건설하며 중국 의존도 탈피를 시도 중이다.

호주라이너스(Lynas)는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큰 희토류 생산업체로, 말레이시아에 정제 시설을 운영 중이며 미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텍사스에도 중(重)희토류 분리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새로운 대안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중국(약 4,400만 톤)에 이어 세계 2위(약 2,200만 톤)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대규모 광산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국의 SK그룹이나 포스코, 호주의 블랙스톤 미네랄스(Blackstone Minerals) 등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기술적 대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이다.

유럽연합(EU)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역내 희토류 생산 및 재활용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스웨덴 키루나 지역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희토류 광맥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실제 상업 생산까지는 최소 10~1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KBR Insight] "진짜 전쟁은 '정제'와 '분리' 기술이다."


글로벌 희토류 전쟁의 핵심은 광산 확보가 아닌, '정제(Refining)'와 '분리(Separation)' 기술 경쟁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저비용 고효율의 분리·정제 기술 노하우와 숙련된 인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더라도, 엄격한 환경 규제를 준수하면서 중국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정제 시설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거대한 도전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현실적인 목표는 완전한 독립이 아닌,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전략적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 대안 및 해결책: '대체'와 '재활용' 두 마리 토끼 잡기


새로운 광산을 찾는 것 외에도, 희토류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재활용(Recycling)'이다.

폐기된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하드 드라이브, 에어컨 컴프레서 등 폐가전 제품에는 상당량의 희토류 영구자석이 포함되어 있다.

이 '도시 광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폐제품을 수거하고, 자석을 분리해내고, 다시 고순도 희토류로 추출하는 과정이 신규 채굴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 안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는 재활용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축은 '희토류 대체(Substitution)' 기술이다.

희토류 자체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소재 및 부품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Tesla)는 일부 전기차 모델에서 중희토류(디스프로슘 등) 사용량을 줄이거나 배제한 모터 설계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희토류 자석을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페라이트(Ferrite) 자석이나 망간 기반의 신소재 자석 등에 대한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비록 희토류 영구자석의 성능을 완전히 따라잡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5.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완전한 독립'은 환상, '다변화'가 현실


"희토류, 중국 말고는 답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기적으로는 "그렇다"에 가깝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니다"로 바뀌고 있다.

중국이 수십 년간 구축한 희토류 정제·가공 독점 체제는 견고하다.

향후 5년에서 10년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 지위를 활용해 자국의 산업 고도화를 꾀하고, 서방 세계를 견제하는 외교적 카드로 희토류를 계속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독점'은 없다.

미국, 호주, 베트남, 유럽 등지의 신규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재활용 및 대체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원안보'가 국가 생존의 문제로 대두된 이상,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향한 글로벌 공조와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래의 희토류 시장은 중국 독주 체제가 아닌, 중국과 비(非)중국권(미국·호주·베트남 등)이 경쟁하고 견제하는 다극화된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독립은 환상일 수 있으나,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적 다변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 '자원 전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마라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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