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및 서머리
2025년 10월, 55~79세 경제활동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통계청)하고 희망 은퇴 연령은 73.4세에 달했으나,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실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법정정년(60세)과 달리 주된 일자리 퇴직은 평균 52.9세이며, 특히 대기업·IT 업종을 중심으론 40대 '조기 명퇴'가 확산 중이다.
반면 중소·공공부문은 50~60대 퇴직이 여전해 산업별 격차가 뚜렷하다. 정부가 '소득 절벽' 해소를 위해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추진 중이나,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미흡'한 상태로 강행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
KDI 등은 선제적 임금구조 개편 없이는 청년 고용 축소 등 세대 갈등만 격화시킬 수 있으며, 청년 실업 역시 복합적 요인을 고려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1. 2025년 고령층 노동시장 현주소: 1,000만 경제활동인구와 '73.4세'의 희망
2025년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하는 고령층'의 폭발적 증가다.
KBR경영연구소가 2025년 10월 22일 시점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55~79세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는 1,001만 명으로 집계되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0.9%로 전년 동기 대비 0.3%p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히 인구가 늘어난 것을 넘어, 고령층 스스로가 노동시장에 남아있으려는 의지가 강함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희망'과 '현실'의 거대한 괴리다.
장래에 근로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69.4%(1,142만 1천 명)에 달했으며, 이들이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은 73.4세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73.3세)보다 0.1세 증가한 수치로, '70대까지 일하는 삶'이 보편적 기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실제 평균 연령은 52.9세에 불과했다. 법정 정년인 60세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나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응답자의 69.9%는 이미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상태였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저임금의 비정규직·단순노무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저임금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은, 이들의 노동이 자아실현보다는 '생계유지'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다.
1.1. '사실상 정년'의 양극화: 대기업의 '40대 명퇴' vs 중소기업의 '60대 정년'
통계청의 '평균 52.9세'라는 수치는 전 산업의 평균일 뿐, 2025년 하반기 기업활동조사 및 공시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사실상의 정년'은 산업별로 극명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 시절의 공포였던 '사오정'(45세 정년)이 2025년, 일부 산업군에서 냉혹한 현실로 재등장했다.
2025년 3분기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 '글로벌 경쟁 심화', 'AI 기반 디지털 전환'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구조조정의 핵심은 '희망퇴직'(사실상의 권고사직)이며, 그 대상 연령이 50대에서 40대 후반, 심지어 30대까지 하향 조정됐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2025년 9월,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부진을 이유로 50세 이상 직원은 물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헬로비전 역시 40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KT는 2025년 상반기, 최대 4억 3천만 원의 보상금을 내걸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 전체 인력의 6분의 1에 달하는 약 2,8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엔씨소프트(게임), SK온(배터리), 신세계면세점(유통) 등 업종을 불문하고 2025년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한 주요 대기업(상위 20대 그룹 계열사)은 최소 14곳에 달한다. 이는 대기업, 금융, IT, 게임, 유통 등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법정정년 60세'라는 법적 울타리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임을 보여준다.
반면, 전체 노동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전통 제조업, 공공부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 업종에서는 인력난과 숙련공 부족 문제로 인해 여전히 50대 후반에서 60세에 이르는 정년퇴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오히려 정년 이후 '재고용'을 통해 인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2025년 한국의 정년 현황은 '40대 조기퇴직'과 '60대 정년보장'이라는 '산업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2. '소득 절벽'과 65세 연장론의 대두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하는데도 평균 53세, 심지어 일부 대기업에서는 40대 후반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구조적 모순의 핵심에는 '소득 절벽(Income Cliff)' 문제가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KDI, 2025.5 발표)에 도달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다.
2017년 전면 시행된 '고령자고용법'은 법정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9년생 이후 출생자 기준 만 65세다. 즉,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연금을 받기까지 최소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앞서 분석한 일부 대기업의 '40대 명퇴' 현실을 대입하면, 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은 특정 계층에게 5년이 아니라 15~20년으로 확대된다. 이는 고령층 빈곤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2025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소득 공백이 고령층의 경제적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것을 정부에 공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단계적 정년 연장'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으며, 2025년 하반기 '정년연장 TF'를 본격 가동했다.
2025년 10월 현재, 복수의 65세 연장 관련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며, 정부·여당은 오는 12월 정기국회 내 입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3. '임금체계 개편' 논의 미흡, 세대 갈등의 뇌관
정년 65세 연장이라는 방향성 자체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10월 현재, 입법 논의는 '방법론'의 차이로 인해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핵심 쟁점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다.
경영계의 반발: "재고용이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KEF) 등 경영계는 법정 정년의 일률적 연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직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호봉제) 하에서, 고령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2025년 하반기 대기업들이 40대 고연봉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하는 현상 자체가, 경직된 임금체계 하에서 기업이 느끼는 인건비 부담이 한계에 달했음을 방증한다. 경영계는 60세 정년은 유지하되, 기업이 필요에 따라 고령 인력을 '재고용'하는 자율적 방식을 선호하며, 정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 "임금피크제 없는 법제화"
반면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재고용' 방식이 고용 불안정과 임금 삭감을 유발하는 '촉탁직' 계약을 양산할 뿐이라며, 65세 법정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정년 연장의 대가로 도입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흡한 보완책 논의: 물론, 정부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 대책이 병행 검토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지원금 확대, 직무·성과급제 전환 컨설팅 제공, 고령자 고용지원금 확대 및 청년 일자리 대책을 연계하여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BR경영연구소 분석 결과, 이러한 보완책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근본적인 입장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다.
경영계는 '선(先) 임금체계 개편, 후(後)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선(先) 정년 연장, 후(後) 임금 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핵심 선결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흡한 상태에서 법제화가 강행될 경우, 그 충격은 고스란히 기업과 청년 세대에게 전가될 수 있다.
3.1. 데이터로 본 '청년 고용'과 복합적 원인
이러한 노사 갈등은 '청년 고용' 문제를 만나며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2025년 9월 최신 통계(통계청) 기준, 전체 실업률은 2.1~2.8% 선을 유지하는 반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4.8~6.6%에 달해 전체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KEF가 2025년 7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20~34세 청년층의 61.6%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80.8%가 '직장 내 세대 갈등'을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을 단순히 고령층 정년 연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대기업의 조기 희망퇴직에 따른 신규 채용 여력 감소, 경기 침체 지속, AI 도입에 따른 필요 직무 변화(역량 불일치), 그리고 신입 직무역량과 기업 요구 간의 '구조적 미스매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4. KDI·연구기관의 경고: "산업별 맞춤형 접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러한 '선제적 임금체계 개편이 미흡한' 정년 연장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KDI는 지난 2025년 5월 '초고령사회 빈곤과 노동' 심포지엄을 통해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연계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퇴직 후 재고용' 등 조기퇴직 구조 완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 역시 "연공서열적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임금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가 과거 '정년 60세 연장'의 고용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KDI FOCUS)는 2025년 현재의 논쟁에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정년 연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령층 고용을 증가시켰으나, 동시에 청년층 고용은 감소시키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를 유발했다.
단, 유일한 예외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동시에 도입했던 공공기관에서는 고령층 고용과 청년 고용이 모두 증가하는 상생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2025년 하반기 대기업들이 40대마저 '명예퇴직'으로 밀어내는 현실이, 임금 유연성 없이는 법정정년 60세조차 감당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65세로의 '일률적 연장'은, 고임금 대기업에서는 40대의 조기퇴직을 더욱 부추기고 청년 신규 채용을 봉쇄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인력난을 겪는 다수의 중소기업에서는 정년 연장이 실질적인 고용 안정 효과를 낼 수도 있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결론: 일률적 정년 연장' 아닌 '산업별 맞춤형 계속고용' 시스템 구축이 해법
2025년 10월 22일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산업별·기업별 양극화'라는 거대한 모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 데이터는 '73세까지 일하고 싶은' 고령층의 절박한 수요를 증명하지만, 대기업·IT 현장에서는 '40대 명퇴'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중소·제조업·공공부문에서는 여전히 50~60대 정년이 유지되며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KBR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65세 정년 연장 논의는 이러한 '양극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핵심 선결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흡'한 상태이며, 청년 고용 문제는 경기 침체와 구조적 미스매치가 얽힌 복합 문제임을 인정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법정 정년'이라는 숫자의 '일률적 법제화'가 아니라, 고령층의 숙련도와 생산성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별 맞춤형 계속고용(Continuous Employment)' 시스템의 실질적 구축이다.
2025년 12월 정기국회 입법 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골든타임 동안 정부와 국회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점진적 이행을 유도하고, 청년 고용 미스매치를 해소하며, 산업별 특성에 맞는 고령자 재고용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속도'가 아닌 '사회적 합의'와 '데이터 기반의 정교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법정정년 60세가 무색하게 2025년 대기업·IT 업종을 중심으로 '40대 명예퇴직'이 확산하며 '사실상의 정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0/22/1761094478_2009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