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가 확정된 것은, 단지 '천년고도'의 승리를 넘어 20년 만에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 경제 외교의 중심 무대에 복귀함을 의미한다.
언론의 관심이 경주 지역의 1조 원대 '지역 특수'에 집중되는 동안, 우리는 이 거대한 행사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단위의 거시 경제에 미칠 훨씬 더 중대한 파급력에 주목해야 한다.
APEC은 단순한 정상들의 만남이 아니다.
전 세계 GDP의 약 61%, 교역량의 48%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10대 수출국 중 8개국이 포진한(2022년 기준) 거대 경제 블록의 심장부이다.
2005년 부산 APEC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쇼케이스'였다면, 20년이 지난 2025년 경주 APEC은 명실상부 주요 선진 10개 경제권(G10)에 견줄 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과 외교적 리더십을 증명하고,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결정적 무대'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 컨설팅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5 APEC 개최에 따른 국가적 경제효과는 경주 지역의 추산치를 훌쩍 뛰어넘는 총 7조 4천억 원(단기 직접효과 3.3조 원, 중장기 간접효과 4.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5년 부산 APEC 당시의 국가 경제효과를 현가치로 환산한 수치를 상회하는 규모로, 약 2만 3천 명에 달하는 국가적 고용유발 효과를 동반한다. 이제 초점은 '경주'를 넘어 '대한민국'으로 이동해야 한다.
APEC 2025, 20년 만의 귀환... 왜 '국가 경제'의 변곡점인가?
2005년 부산 APEC은 당시 대한민국 경제의 역동성을 세계에 과시하는 장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세계 경제 지형은 완전히 재편됐다. 미·중 간 기술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추세, 디지털 경제로의 급격한 전환,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격변기에 APEC이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엄청난 전략적 기회를 의미한다.
APEC 21개 회원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을 모두 포함하며, 아세안(ASEAN)과 중남미 주요국까지 아우른다.
이들 국가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글로벌 경제 의제를 설정하고, 우리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 외교' 플랫폼이다.
특히 이번 APEC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에서 K-컬처의 매력과 대한민국의 첨단 기술 역량을 부각할 수 있는 보조 무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 홍보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극대화하여 수출 증대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절호의 기회이다.
7조 4천억 원, 숫자에 담긴 '국가적 파급력'의 실체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산한 7조 4천억 원의 APEC 경제효과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행사장 인프라 구축, 회의 운영, 수만 명의 참가자 및 관광객 소비 지출 등으로 발생하는 '단기적 직접 효과'로, 그 규모는 약 3조 3천억 원에 달한다.
2005년 부산의 사례(당시 지역 경제효과 약 6,700억 원)를 볼 때, 2025년의 소비 지출 규모는 물가 상승과 대한민국의 격상된 위상을 고려할 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이는 내수 시장 활성화에 즉각적인 기여를 한다.
둘째는 APEC 개최를 통해 제고되는 '중장기적 간접 효과'로, 이는 약 4조 1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이다. 대한상의 분석은 APEC 개최가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끌고, 이는 곧 해외직접투자(FDI) 활성화와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2005년 부산 APEC 역시 행사 자체의 경제효과보다, 이후 부산이 국제 MICE 도시로 발돋움하고 '부산국제영화제' 등 도시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격상된 무형의 자산 가치가 훨씬 컸음을 상기해야 한다.
총 7조 4천억 원은 이러한 국가적 신인도 상승과 투자 유치 효과를 정밀하게 포함한 수치이다.
'K-컬처' 배경 속 'K-경제 외교'... 공급망·디지털 경제 주도권 확보
2025 APEC의 진정한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 외교'의 성과에 있다.
경주는 21개국 정상들에게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대표되는 K-컬처의 정수를 보여주는 배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무대 위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는 'K-경제'의 미래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단연 '공급망 안정'과 '디지털 전환'이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쥐고 있는 국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디지털 강국이다.
의장국인 대한민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아태지역 내 무역장벽을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APEC 표준'을 제시하며,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무역 규범을 주도할 수 있다. 이는 미·중 등 주요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 애로를 해소하고, 핵심 원자재 확보를 위한 외교적 실리를 챙기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KBR Insight]
2005년 부산 APEC의 유산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당시 보고서에서 단기적 GDP 증가 효과(약 1.5억~2.6억 달러)보다 '대외 신인도 제고'와 'IT 기술 홍보' 등 무형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했다. 2025년 경주 APEC 역시 마찬가지이다. 7조 4천억 원이라는 수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APEC을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이 아태지역의 '경제 외교 허브'이자 '첨단 산업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주라는 무대는 K-컬처의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는 수단이며, 진짜 목표는 'K-경제'의 하드파워를 강화하는 데 있어야 한다.
'G10급' 대한민국의 시험대... 7조원 효과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2025 APEC 경주 개최는 단순한 국제 행사 유치가 아니다. 이는 20년 만에 돌아온, 대한민국의 경제적·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가 레벨업'을 이룰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이다.
총 7조 4천억 원(단기 3.3조, 중장기 4.1조)의 경제효과와 약 2만 3천 명의 고용유발 효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APEC을 통해 강화된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상품의 '코리아 프리미엄'을 높여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대한민국을 각인시켜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일 것이다.
또한, 아태지역의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의장국으로서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의제를 주도함으로써,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
경주에서의 성공적인 개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그 위상에 걸맞은 경제·외교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국가 경제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사진 = APEC 2025 KOREA 공식 홈페이지 캡처]](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0/21/1761025190_4359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