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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7.2억 달러 제조업 보조금 전격 취소... 미국 배터리 공급망 '비상'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온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뒤집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1년 통과된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에 근거하여 집행되던 7억 2,000만 달러(약 9,900억 원) 규모의 제조업 육성 보조금을 공식 취소한다고 확인했다.

류현진 기자입력 2025년 10월 21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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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의 7.2억 달러 보조금 취소 결정이 미국 제조업 생산 라인의 발목을 잡으며, 핵심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계획이 중대 기로에 섰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미국 에너지부의 7.2억 달러 보조금 취소 결정이 미국 제조업 생산 라인의 발목을 잡으며, 핵심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계획이 중대 기로에 섰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온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뒤집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1년 통과된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에 근거하여 집행되던 7억 2,000만 달러(약 9,900억 원) 규모의 제조업 육성 보조금을 공식 취소한다고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핵심 소재인 합성 흑연, 그리고 고효율 단열 창문 등 차세대 클린테크 분야의 핵심 기술을 상용화하려던 3개의 유망 스타트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제조업 보조금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되며, 특히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던 관련 업계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스타트업... 공급망 재편 '급제동'


이번 보조금 삭감 조치는 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상업적 대량 생산으로 도약하려던, 소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구간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을 정조준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은 초기 단계의 막대한 설비 투자(CAPEX) 부담을 완화하고 민간 투자 유치를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모든 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 켄터키 재활용 공장 '난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인 어센드 엘리먼츠이다.

이 기업은 제조 폐기물과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활용하여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2022년 10월, 어센드 엘리먼츠는 켄터키주에 10억 달러 규모의 재활용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억 1,6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승인받았다.

연방 정부 기록에 따르면 이미 2억 600만 달러가 집행되었으나, 이번 조치로 나머지 1억 1,000만 달러의 집행이 중단된다. 회사 측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자금 조달원을 모색하며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프로젝트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노비온(Anovion): 中 의존도 탈피의 꿈... 합성 흑연 '좌초'


국제 광물 정보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에 따르면, 중국 공급업체들은 전 세계 합성 흑연 공급망의 75%를 통제하고 있으며, 모든 합성 흑연 음극재의 97%를 생산하고 있다.

아노비온은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건설하여 이러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연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1,380만 달러에 불과해 사실상 프로젝트 동력이 상실된 상태이다.

럭스월(LuxWall): 디트로이트 단열 창문 프로젝트 '중단'


럭스월은 2024년 8월 이미 공장의 1단계 가동을 시작했으나, 정부 기록상 집행된 지원금은 100만 달러에 그쳐 향후 공장 증설 및 운영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DOE, "마일스톤 미달"... 바이든 정책 뒤집기 본격화


이번 보조금 취소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전 정부 정책 재검토 작업이 자리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체결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들을 면밀히 검토해왔다.

"국가 에너지 수요 미충족"... 명분 내세운 자금 회수


DOE의 벤 디트더리치(Ben Dietderich) 대변인은 E&E 뉴스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들이 주요 개발 단계(milestones)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국가의 에너지 수요를 적절히 증진시키지 못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임 행정부의 클린테크 및 에너지 전환 정책이 현 행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보조금의 재원은 2021년 의회에서 통과된 '초당적 인프라법'에서 승인된 예산이다.

대부분의 자금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수여되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에 문제 삼았던 '선거일과 취임일 사이'의 레임덕 기간에 승인된 보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즉,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통해 집행되던 사업이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이유로 중단되었음을 시사한다.

 

[KBR 인사이트] 공급망 재편의 '정치화'... 리스크 관리가 핵심


특히 아노비온의 합성 흑연 프로젝트 중단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려던 미국의 국가적 전략이 후퇴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대한민국 기업들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등 미국의 대규모 산업 정책에 기반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은 높은 정치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되, 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핵심 기술의 초격차 확보 ▲자금 조달원의 다각화 ▲현지 정관계 및 산업계와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통한 정책 리스크 헤징(Hedging)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만이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돌파하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이번 보조금 취소 사태는 단순히 3개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넘어, 미국의 차세대 산업 전략이 정치적 주기에 따라 급격히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유망 기업들이 첫 번째 상용화 공장을 가동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도록 돕는 정부의 역할이 후퇴함에 따라,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공급망 독립이라는 거대 담론 역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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