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사이트 4.0]에서는 '정답' 대신 '질문'을 던졌던 컨설턴트로서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를 조명했다.
그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조직이 스스로 본질을 찾도록 유도했다.
그렇다면 그가 조직의 '내부자', 즉 경영자(Manager)에게 직접 요구했던 역할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무엇이었을까?
드러커는 경영을 '마법'이나 '천재의 영역'이 아닌, 학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과업'으로 정의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AI 혁신, ESG 경영 등 거대한 담론에 휩쓸려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경영의 실행'을 놓치고 있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근본 원칙이다.
코리아비즈니스리뷰는 심층 연구를 바탕으로, 드러커 원전의 용어와 개념을 분석하여, 오늘날의 리더가 매일 점검하고 실행해야 할 '경영의 본질적 과업' 5가지를 심층 분석한다. 이는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급진적인 '혁신'의 로드맵일 수 있다.
섹션 1: 경영, '과학'이 아닌 '실천(Practice)'이다
드러커는 경영을 '과학(Science)'이 아니라 의학이나 법률과 같은 '실천(Practice)'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1954년 기념비적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경영은 과학이나 전문 직업이라기보다 '실천'이다 (Management is a practice, rather than a science or a profession)"라고 명시하며, 경영이 구체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는 실천적 학문임을 분명히 했다.
그가 정의한 경영자의 첫 번째 임무는 '이론의 적용'이 아니라, '기업의 목적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 유명한 질문,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What is our business)?"는 단순히 업종을 묻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들은 왜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가?"라는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예컨대 1990년대, 코닥(Kodak)은 자신의 사업을 '필름 제조'로 정의했다.
반면 후지필름(Fujifilm)은 '이미징 기술'로 정의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을 때, 코닥은 필름이라는 '제품'에 갇혀 몰락했지만, 후지필름은 이미징 기술을 응용해 의료, 디스플레이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성공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이는 '사업의 정의'라는 경영의 본질적 과업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가르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섹션 2: 드러커가 정의한 '경영의 5대 과업(5 Operations)'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에서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5가지 핵심적인 과업(Operations)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종종 '기능'으로 번역되지만, 드러커 원전의 의미는 '실천적 행위'에 가깝다. 이는 오늘날 모든 리더가 자신의 책상 위에 붙여두고 매일 점검해야 할 '실행 매뉴얼'과 같다.
그가 정의한 5가지 핵심 과업은 다음과 같다: 계획수립(Planning), 조직화(Organizing), 인재배치(Staffing), 리더십/지도(Leading), 통제(Controlling).
1. 계획을 수립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Planning and Setting Objectives)
모든 경영 활동의 출발점이다. 리더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특히 드러커는 이 과정에서 **'목표에 의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창시했다. MBO는 단순한 하향식 목표 할당 체계가 아니라, 관리자와 구성원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자기통제(Self-control)'**를 통해 스스로 성과를 책임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드러커는 성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은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자기 관리'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2. 조직화한다 (Organizing)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분석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리더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 "이 활동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조합할 것인가?", "누구에게 어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현대 조직에서 이는 '애자일(Agile)'이든 '사일로(Silo) 타파'든, 결국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설계하는 리더의 핵심 책무다.
3. 리더십을 발휘하고 동기를 부여한다 (Leading and Motivating)
드러커는 "경영의 핵심은 인간"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정의한 '리더십(Leading)'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achieving through people)' 그 자체다.
경영은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기술'인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 안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한 평가, 인정, 성장 기회의 제공을 모두 포함한다.
4. 성과를 통제하고 조정한다 (Controlling and Measuring)
드러커가 말한 '통제(Controlling)'는 감시나 지시가 아닌, '피드백(Feedback)'을 통한 '조정'을 의미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그의 격언처럼, 리더는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측정할 명확한 '기준(Yardsticks)'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당초의 '계획(Planning)'과 비교하여, 무엇이 잘되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피드백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이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지위, 혁신, 생산성 등 다각적인 측면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5.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한다 (Staffing and Developing People)
드러커는 5대 과업 중 하나로 '인재배치(Staffing)'를 명시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채용'을 넘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드러커는 '강점'에 기반한 인재 배치를 강조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이 'Staffing'의 개념이 '인재 개발(Developing People)'이라는 확장된 의미로 더욱 강조된다.
조직의 성장은 결국 '사람의 성장'을 넘어설 수 없으며, 경영자 자신을 개발하는 것 역시 이 과업에 포함된다.
섹션 3: 왜 지금 다시 '드러커의 5대 과업'인가?
AI가 인간의 많은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는 지금, 왜 우리는 70년 전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드러커가 제시한 5가지 인간 중심의 과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통제(4번)'를 위한 측정을 고도화하고 '조직화(2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AI는 조직의 존재 이유와 고객 가치를 담은 '계획(1번)'을 수립할 수 없다. AI는 구성원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리더십(3번)'을 발휘할 수 없다. AI는 직원의 잠재력과 강점을 꿰뚫어 보고 그를 리더로 '배치하고 개발(5번)'할 수 없다.
결국 AI 시대의 리더십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되어야 한다.
즉, 계획 수립, 리더십 발휘, 인재 개발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과업이 리더의 핵심 역량이 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도 스케일업(Scale-up)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경영의 부재' 때문이다.
열정만으로 조직을 운영하다가 계획 수립, 조직화, 인재 관리, 성과 통제라는 기본을 놓치기 때문이다.
[KBR 인사이트] '지식 근로자'를 위한 경영, 그 실행의 본질
드러커는 일찍이 육체노동의 시대를 지나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 구성원은 그의 예언대로 지식 근로자가 되었다. 지식 근로자는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스스로 '동기부여(3번, Leading의 핵심)'될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
이는 드러커가 제시한 5가지 과업의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산업 시대의 경영자가 '조직화(2번)'와 '통제(4번)'에 집중했다면, 지식 근로자 시대의 경영자는 '명확한 계획과 목표 제시(Planning)'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탁월한 리더십과 동기부여(Leading)'로 몰입을 이끌어내며, '지속적인 인재 배치 및 개발(Staffing)'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결국 드러커가 말한 경영의 본질과 실행 방안은 '관리(Control)'가 아닌 '촉진(Facilitation)'에 가깝다.
리더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의 통찰은 21세기 리더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경영자로서의 5가지 핵심 과업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가?" 그 대답 속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피터 드러커 의 저서를 탐독하는 리더 옆에 디지털 혁신 을 상징하는 노트북이 놓여있다. 이는 고전적 지혜 와 현대 기술 을 융합해 미래 경영 의 해답을 찾는 오늘날 리더의 모습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0/21/1761011816_2970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