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비대면 경제의 최대 수혜자였던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2025년 들어 '무료배송'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쿠팡이츠의 역습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격렬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고, 쿠팡이츠가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압도적인 격차로 밀어내며 사실상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라는 강력한 구독 경제 생태계가 기존 시장 질서를 어떻게 파괴하고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KBR Analysis는 최신 공시자료와 통계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현재 시장의 역학 관계를 진단하고, 출혈 경쟁의 이면에 가려진 소상공인 및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 그리고 규제 리스크가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을 심층적으로 전망한다.
요약 및 서머리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양강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과 연계한 파격적인 '무료배송' 정책을 통해 월간 활성 이용자(MAU) 기준, 요기요를 3위로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로 인해 2023년 26조 4,000억 원 규모로 주춤했던 배달 시장은 2025년 들어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하며 제2의 성장기에 진입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매출 4조 3,226억 원, 영업이익 6,408억 원의 견고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쿠팡이츠의 맹렬한 추격으로 시장 지배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은 플랫폼들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 출혈을 담보로 한 것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과점화된 시장 구조 속에서 심화되는 수수료 경쟁은 결국 입점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며, 플랫폼 노동자인 라이더의 고용 안정성 문제 또한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부상했다.
향후 시장의 향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강도와 각 사의 퀵커머스 등 신사업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 격변의 시장 점유율: 숫자로 증명된 쿠팡이츠의 '퀀텀 점프'
2025년 하반기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은 더 이상 '추세'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최신 2025년 9월 월간 활성 이용자(MAU) 데이터는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명확히 보여준다.
-
배달의민족: 약 2,150만 명 (점유율 59.1%) - 여전히 과반이 넘는 압도적 1위지만,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은 소폭 하락하며 위기감이 감지된다.
-
쿠팡이츠: 약 880만 명 (점유율 24.2%) - 전년 동기 대비 사용자 수가 88.8% 폭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 2위 자리를 굳혔다.
-
요기요: 약 510만 명 (점유율 14.0%) - 지속적인 사용자 이탈로 10%대 점유율까지 하락, 3위로 밀려났다.
-
기타: 약 95만 명 (점유율 2.7%)
쿠팡이츠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2024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400만 명대에 머물던 MAU는 2025년 3월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후 수직 상승했다. 이는 1,400만 명에 달하는 쿠팡의 충성 고객층 '와우 멤버'가 그대로 쿠팡이츠로 유입되는 '록인(Lock-in)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한다.
거래액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모바일인덱스의 결제 추정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쿠팡이츠의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급증하며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기요의 결제액은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배달의민족은 거래액 자체는 증가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츠에게 잠식당하는 양상을 보였다.
2. 시장 규모의 역설: 출혈 경쟁이 다시 불 지핀 30조 시장의 명과 암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 데이터는 배달앱 시장의 전체 파이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팬데믹 기간 폭증하여 2022년 26조 5,94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엔데믹 전환과 고물가로 인한 배달비 부담으로 2023년에는 26조 4,25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0.6% 역성장했다.
시장의 정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무료배송 전쟁'이 본격화된 2025년, 시장은 극적으로 반등했다.
-
2025년 3월 거래액: 2조 2,800억 원 (엔데믹 이후 월 기준 최대치 기록)
-
2025년 2분기(4~6월) 평균 성장률: 전년 동기 대비 약 14.2% 증가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2025년 연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사상 최초로 30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플랫폼들의 막대한 재정 출혈이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이 숨어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 기준, 전년 대비 26.6% 증가한 매출 4조 3,226억 원과 영업이익 6,408억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 확보한 시장 지배력과 광고, 커머스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 덕분이다. 하지만 2025년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무료배송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과 프로모션 지출이 급증하며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의 배달 사업을 담당하는 쿠팡이츠서비스의 경우, 2024년 별도 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38%나 증가하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모기업 쿠팡의 막대한 자금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모델이다.
3. 3대 핵심 경쟁 전선: 수수료, 퀵커머스, 그리고 규제의 칼날
현재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음식 배달에 국한되지 않고, 다차원적인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① 끝나지 않는 수수료 전쟁 '무료배송'이 소비자 대상의 전쟁이라면, '포장 수수료'는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이다.
배달의민족은 자사 앱을 통한 포장 주문에 대해 6.8%의 중개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이를 0%로 유지하며 소상공인들의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 확보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당장 수수료가 낮은 플랫폼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특정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될 경우 향후 수수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② 미래 성장 동력 '퀵커머스' 음식 배달로 확보한 라이더 망과 물류 데이터를 활용한 '퀵커머스(즉시 배송)'는 3사 모두가 사활을 거는 미래 먹거리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는 이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30분 내외로 배송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IMARC Group은 한국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이 2033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그 핵심 동력으로 퀵커머스 확장을 꼽았다.
③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시장의 과점화가 심화되면서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하며, 특정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끼워팔기(Tying) ▲최혜대우(Most Favored Nation) 요구 ▲멀티호밍(Multi-homing, 경쟁 플랫폼 동시 이용) 제한 등이 핵심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 연계 무료배송이 '끼워팔기'에 해당하는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계가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향후 공정위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규제의 강도와 방향은 배달앱 3사의 수익 모델과 마케팅 전략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결론: 상생 없는 '승자 독식'의 위험성,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은 쿠팡이츠라는 '메기'의 등장으로 인해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들이 단기적 혜택을 보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MAU, 거래액, 성장률 등 모든 정량적 지표는 시장이 다시 한번 활황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본력을 앞세운 출혈 경쟁이 고착화되고, 결국 소수의 거대 플랫폼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 구조로 귀결될 것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최종적으로 그 비용이 소비자, 소상공인, 라이더 등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전가될 위험이 크다.
'무료배송'이 끝나고 난 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은 이미 여러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패턴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단기적인 점유율 확보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설계하고, 라이더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며, 소비자에게는 투명한 정보와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인 신뢰를 얻고 시장의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 역시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교한 정책적 개입을 서둘러야 한다. '경쟁 촉진'과 '공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헬멧을 쓴 배달 플랫폼 라이더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배달앱 경쟁 속에서 라이더들은 플랫폼 경제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10/20/1760928278_7295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