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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는 조직의 숨은 동력, CEO와 직원의 ‘가치관 정렬’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향해 CEO와 직원들이 '신뢰'와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모습. 이는 성공적인 가치관 정렬 이 견고한 조직 문화 를 구축하고 지속가능경영 의 토대가 됨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2025년 가을, 수많은 기업의 CEO와 임원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마주하고 있다.

박찬호 기자입력 2025년 10월 2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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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는 조직의 숨은 동력, CEO와 직원의 ‘가치관 정렬’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향해 CEO와 직원들이 '신뢰'와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모습. 이는 성공적인 가치관 정렬 이 견고한 조직 문화 를 구축하고 지속가능경영 의 토대가 됨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2025년 가을, 수많은 기업의 CEO와 임원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마주하고 있다.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향해 CEO와 직원들이 '신뢰'와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모습. 이는 성공적인 가치관 정렬이 견고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지속가능경영의 토대가 됨을 상징한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2025년 가을, 수많은 기업의 CEO와 임원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마주하고 있다.

야심 차게 발표한 경영 비전은 현업의 저항에 부딪히고, ‘핵심 가치’는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렸을 뿐 조직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소위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현상을 넘어,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직의 동력을 갉아먹는 행동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한 가지 개념을 지목한다. 바로 ‘가치 정렬(Value Alignment)’이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서 강조하는 ‘목적 부합 정렬(Purpose-Fit Alignment)’과도 맥을 같이하는 개념으로, CEO와 경영진이 추구하는 가치가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인사(HR) 부서의 연례행사나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21세기 경영의 핵심 변수이자, 지속가능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벽에 걸린 ‘핵심 가치’, 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가?


대다수 기업은 저마다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

신년사에서, 타운홀 미팅에서, 그리고 신입사원 교육에서 CEO는 끊임없이 이를 외친다.

그러나 화려한 구호가 무색하게도, 구성원들은 일상 업무에서 그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는 가치의 내용이 아니라 ‘정렬’의 방식에 있다.

갤럽(Gallup)의 2025년 직장 연구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가 높은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수익성이 평균 23% 높고, 판매 생산성은 18% 높으며, 고객 충성도는 1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직원 몰입도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이 조직의 목표와 가치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이라는 사실이다. 즉, 가치 정렬의 부재는 단순히 조직 문화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심각한 경영 리스크인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분석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명확하게 증명한다.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조직 건강 지수(OHI) 상위 25% 기업은 하위 25% 기업 대비 주주 총수익률(TRS)이 약 3배 높았으며, 조직 건강을 개선한 기업의 80%가 평균 18%의 수익 상승과 10%의 TRS 상승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조직 건강’이란 단순한 분위기를 넘어, 전략과 비전이 조직 전체에 명확히 정렬(alignment with strategy and health)된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는 가치 정렬이 단순한 조직 문화 개선을 넘어, 기업의 재무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동인임을 시사한다.

‘조용한 퇴사’를 넘어 ‘조용한 파괴’로, 가치 불일치의 값비싼 청구서


그렇다면 CEO와 직원의 가치가 어긋났을 때, 조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초기 단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조용한 퇴사’ 현상이 나타난다.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며, 마음은 이미 조직을 떠난 상태다. 이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정체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치 불일치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조직은 더 위험한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최근 일부 글로벌 HR 리서치에서는 ‘조용한 파괴(Quiet Sabotage)’라는 표현으로, 표면상 퇴사를 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동 양식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정보 공유를 꺼리거나 부서 간의 협력을 암묵적으로 방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공식적인 해고 사유를 만들지는 않지만, 조직 내부에 불신과 냉소주의를 퍼뜨리며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어낸다.

이는 특히 Z세대가 조직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들은 금전적 보상만큼이나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가치와 사회적 기여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예: 투명성, 공정성)와 실제 운영 방식(예: 불투명한 의사결정, 불공정한 성과 평가)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느끼면, 이들은 주저 없이 조직을 떠나거나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비판자로 돌아설 수 있다.

가치 불일치는 이제 단순한 이직률 상승을 넘어,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하는 실존적 위협이 된 것이다.

선택의 기로: 통제 기반의 ‘하향식 정렬’인가, 자율 기반의 ‘상향식 융합’인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리더라면,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조직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정렬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시나리오 A: ‘통제’ 기반의 하향식 정렬 (Top-down Alignment)

이는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CEO와 소수의 경영진이 조직의 핵심 가치를 결정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전파하며,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들이 이 가치를 따르도록 ‘관리’하는 모델이다.  

  • 장점: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직 전체에 일관된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줄이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자가 이끄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조직에 유효할 수 있다.  

  • 단점: 이 방식의 가장 큰 맹점은 ‘진정성’의 부재다. 위에서 내려온 가치는 구성원들에게 ‘우리의 것’이 아닌 ‘회사의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이는 자발적 헌신이 아닌, 평가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을 낳는다. 결국, 리더의 감시가 사라지면 가치는 쉽게 무너지고, 구성원들은 수동적인 추종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질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나리오 B: ‘자율’ 기반의 상향식 융합 (Bottom-up Fusion)

이는 리더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구성원들이 스스로 가치를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촉진’하는 모델이다. 리더는 가치를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된 가치가 떠오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장점: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된 가치는 구성원들의 깊은 공감과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하기에 생명력이 길고 강력하다. 조직원들은 스스로 만든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이는 곧 높은 수준의 직원 몰입도와 주인의식으로 이어진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높은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단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복잡하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CEO가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 다소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제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과정을 신뢰하며 기다릴 수 있는 리더의 높은 수준의 소통 능력과 인내가 요구된다.

두 시나리오 중 정답은 없다. 조직의 성장 단계, 산업의 특성,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최적의 조합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조직이 현재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기적인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어느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CEO의 책상에서 시작되는 가치 정렬, 3단계 실천 로드맵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치 정렬은 인사 부서에 맡겨둘 과제가 아니라, CEO가 직접 설계하고 주도해야 하는 핵심 경영 전략이다. 다음의 3단계 로드맵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단계: 진단 (Diagnose) - ‘바람직한 가치’가 아닌 ‘실제 작동하는 가치’를 파악하라.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조직의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벽에 걸린 공식적인 가치(Espoused Values)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보상받고 인정받는 행동의 기준, 즉 ‘실제 작동하는 가치(Lived Values)’를 파악해야 한다.

익명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소그룹 워크숍 등을 통해 “우리 회사에서 승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할 때 칭찬받고, 무엇을 할 때 불이익을 받는가?”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공식적 가치와 실제 가치 사이의 ‘격차’가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본질이다.

2단계: 재정의 및 융합 (Redefine & Fuse) - ‘주입’이 아닌 ‘발견’의 장을 열어라.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가치를 재정의하는 단계다. 여기서 시나리오 B의 ‘상향식 융합’ 방식이 빛을 발한다.

전 직급과 부서를 아우르는 ‘가치 워크숍’이나 ‘컬처 커미티(Culture Committee)’를 운영하여, 구성원들이 직접 우리 조직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게 하라.

CEO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우리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핵심 원칙들을 언어적으로 명료하게 다듬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지만, 조직의 DNA에 가치를 새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단계: 시스템 통합 (Integrate) - 채용부터 평가, 보상까지 모든 시스템에 가치를 심어라.

마지막으로, 재정의된 가치가 구호로 남지 않도록 조직의 모든 시스템에 통합해야 한다.

채용 시 직무 역량뿐만 아니라 가치 적합성(Value Fit)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성과 관리 시스템 역시 결과뿐만 아니라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을 함께 평가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구성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은 그 어떤 구호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대로,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조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치가 실제 자원의 배분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조직 문화로 뿌리내리게 된다.

가치 정렬, 단순한 ‘문화’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더 이상 뛰어난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하나로 묶고,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강력한 가치다. CEO와 직원의 가치 정렬은 비용을 들여 관리해야 하는 ‘문화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

이제 당신의 조직에 질문을 던져보라.

우리의 가치는 살아 움직이는가, 아니면 그저 벽에 걸린 장식인가. 조직의 리더로서 당신은 통제와 관리의 익숙함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자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융합의 여정을 시작할 것인가. 그 답에 당신 조직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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