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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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시대의 그늘, 디지털 소외계층의 눈물과 사회의 과제

바야흐로 비대면과 자동화가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카페, 영화관, 은행, 병원, 심지어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는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난 속에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선택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최수진 기자입력 2025년 10월 1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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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인 키오스크. 편리함 뒤에 숨겨진 디지털 소외계층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인 키오스크. 편리함 뒤에 숨겨진 디지털 소외계층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바야흐로 비대면과 자동화가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카페, 영화관, 은행, 병원, 심지어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는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난 속에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선택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바야흐로 비대면과 자동화가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카페, 영화관, 은행, 병원, 심지어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는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난 속에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선택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뒤에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존재한다.

복잡한 화면과 빠른 조작 속도 앞에서 당황하고, 뒷사람의 눈총에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이야기이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약자들에게 키오스크는 편리함이 아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1. 키오스크, 왜 이렇게 확산되었나?


키오스크의 확산은 기술 발전과 사회경제적 변화가 맞물린 필연적 결과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가장 최신 자료인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키오스크 보급률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요식업, 유통업, 금융업 등 고객 대면 서비스가 필수적인 분야에서 도입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확산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비용 절감'이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 심화는 사업주들에게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키오스크는 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키오스크 도입 이후 인건비를 약 20%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증가 역시 키오스크 확산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은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 형태에 익숙해졌고,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무인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키오스크의 편리함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받아들여지며,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2. 디지털 장벽 앞에 선 사람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모두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은 일반 국민 평균(100%) 대비 69.9% 수준으로 나타나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에게 복잡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용어, 제한된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는 선택과 결제 과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스트레스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복잡한 조작 방식'이다.

작은 글씨, 익숙하지 않은 외래어, 여러 단계로 나뉜 주문 과정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미로와 같다.

예를 들어, 한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의 경우, 단품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평균 6~7단계를 거쳐야 하며, 할인 쿠폰이나 멤버십 적용까지 하려면 그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시간적 압박감 역시 이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주문이 지체될 경우 뒷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실수를 연발하거나,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시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60대 이상 응답자의 약 54%가 키오스크 이용 중 '뒷사람 눈치가 보여' 주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다는 소외감과 자존감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KBR Insight]

전문가들은 현재의 키오스크가 공급자 중심의 효율성만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사용자의 연령, 장애 유무, 디지털 숙련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가령, 화면의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명암 대비를 높이고, 음성 안내 서비스를 기본으로 탑재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약자들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포용성(Digital Inclusion)'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3. 변화의 움직임, 그러나 아직은…


디지털 소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일부 기업과 기관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몇몇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고령층을 위한 '쉬운 모드'를 키오스크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큰 글씨와 간결한 메뉴 구성,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국 각지의 노인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과 더불어 키오스크 체험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와 거의 흡사한 연습용 키오스크를 비치하여, 어르신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전 사회적인 확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중소 자영업자들에게는 접근성 개선을 위한 키오스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나 기기 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 역시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 더 많은 디지털 약자들이 혜택을 받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와 더불어,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4. '따뜻한 디지털 사회'를 향한 제언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무인화, 자동화의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은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의 무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우리 사회를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게만 집중되고,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디지털 포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필수적인 가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정부는 '디지털 약자 포용법'과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는 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기술 개발 및 도입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모든 고객을 포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잠재 고객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어르신을 재촉하기보다는, 잠시 기다려주거나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작은 배려가 모일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기술의 발전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공존하는 '스마트 포용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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